따뜻한 클램차우더 만들기
클램차우더 주재료
양파 1개
파 반 개
바지락&대합 20~25개
감자 1개
식빵 2~3장
버터 60g +60g
참치액젓
사람은 간절함을 품게 되면 행동 하나하나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 고작 13살의 무렵, 70이 넘는 할머니와 10살밖에 되지 않은 동생과 셋이서 살면서 멀리서 일하는 부모님에게서 돈을 입금받아서 생활비로 쓰고 한 달 한 달 버텨내야 했다.
아빠는 그런 생활을 싫어했다. 무엇보다 가족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야 했고, 멀리 떨어지게 된다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빠가 가족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안의 형편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다시 가족이 함께 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요리학원을 다니는 일이었다. 그렇게 형편이 좋아진 건 아니었지만, 아빠는 미안했던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하려고 했고 그중 자식들에게 직접 밥을 해주는 것이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계란말이, 멸치조림, 장조림, 생선구이, 김치전, 감자볶음, 갈비찜. 한국인이 생각할 수 있을 법한 한식 요리들은 대부분 배워서 직접 요리하고 먹였다. 엄마는 비교적 그런 부분엔 덜했는데 가장 잘했던 것은 두부조림이었다.
타인을 위해서, 아니 가족을 위해서 각자 맛있는 것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아빠는 갈비찜을 제일 잘했고, 엄마는 두부조림, 나는 그중에서도 계란 요리를 제일 잘했다. 동생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할머니는 늘 잘 드시는 분이셨기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기분 좋게 먹어주는 역할이었다.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 아빠는 타인을 위해서 타인에게 요리를 보고 배운 만큼 우리에게 해줄 뿐 타인이 해주는 요리를 그다지 먹어보진 못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법이다.
기브 앤 테이크.
그건 요리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다.
아빠에게서 받은 사랑만큼 내가 해주고 싶은 요리가 떠올리는 게 있었다.
아빠가 잘하는 요리는 한식의 위주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정식이다. 반대로 나는 양식 쪽이었다.
아빠는 경험이 없어서인지 크림이 들어간 요리를 먹으면 "느끼해"라는 표현을 자주했다. 하지만 나는 크림이 들어간 요리라고 해서 반드시 느끼할 일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크림도 크림 나름이다.
맛있게, 취향에 맞게 더 조리가 된다면 느끼하기 쉬운 크림 또한 깔끔하고 따뜻한 맛을 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내가 해주고픈 요리는 딱 한 가지 있었다.
아빠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달에 생일이 있었고, 엄마 아빠는 크리스마스가 결혼기념일이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그날에 번화가에 놀러 나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을 살리고픈 요리는 따뜻한 수프 같은 '클램 차우더'였다.
클램차우더는 조개를 육수로 삼아서 크림과 어울러 감칠맛을 극으로 올리는 크림수프다.
왜 그런 요리가 떠올렸냐고?
간단하다.
엄마와 아빠는 늘 날 속이기 위해서 '돈까스'를 무기로 삼았다. 그리고 난 늘 속았다. 그리고 난 그 돈까스도 좋았지만, 그에 앞서 나온 크림 수프를 더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그 크림수프를 먹었던 추억이 나에겐 가장 따뜻했다.
재료는 역시 제일 먼저 썰어주자. 양파는 잘게 썰어주면 썰어줄수록 좋다. 식빵 또한 두 개 정도 큐브 모양으로 잘라준다. 감자 또한 큐브 모양으로 썰되 얇게 썰어내는 것이 부드러운 식감에 도움이 되며 취향에 따라 옥수수알이나 베이컨을 추가로 준비를 해두어도 좋다.
다음은 육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바지락이 들어간다면 소금을 넣지 않더라도 짠맛이 충분히 나기 때문에 간은 제일 마지막에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시작하자! 육수는 오일을 두른 펜 위에 파를 부셔서 넣고 바지락을 함께 볶아내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바지락과 대합조개가 입을 열기 시작한다면 화이트 와인을 넣어서 비린내를 제거한 뒤 물을 충분히 넣어 조개들을 잠구어 그대로 끓여준다. 화이트 와인이 없다면 미림을 조금 넣어주자! 그리고 끓기 시작하면 2~3분의 여유를 두었다가 불을 끄고 조개와 건더기를 걸러내고 육수를 따로 빼논다. 이때 조개에서 나온 흙들이 냄비 아래에 깔려있을 테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식으면 조개 알 또한 조개에서 걸러내야 한다.
자. 이게 준비과정이다.
"너무 할게 많잖아! 고작 애피타이저인데!"
"그래그래."
그런 말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램차우더는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애피타이저다. 하지만 꽤나 영양가도 높고 몸 안의 온도를 높여주니 맛있는 것을 위해 손이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돌려받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먼저 버터를 녹인 펜 위에 양파를 천천히 오래 볶아낸다. 몇 번을 말하지만, 양파는 약한 불에 오래 볶아 갈색을 진하게 내면 낼수록 뛰어난 맛을 낸다. 거기에 취향에 따라 옥수수알이나 베이컨을 넣어도 좋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개의 맛을 느끼기 위한 크림 스프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하지만 감자는 꼭 넣어야 한다.
충분히 야채들이 숨이 죽었다면 육수를 부어준다. 그리고 끓기 시작한다면 다시 떼어놓았던 조개 알들을 다시 넣어준다. 조개가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생크림이 들어가는 양도 달라진다. 생크림이 500ml 정도 들어가야 간이 맞춰질 정도의 양이라면 분명 완성했을 때의 클램차우더는 용량이 1L가 넘을 것이다. 조개는 그만큼 짜다. 그리고 생크림이 들어간 것에 참치액젓을 반 숟가락을 넣을 것이니.
이대로 끝낸다면, 이 클램차우더는 걸쭉한 느낌이 나지 않는 그냥 크림 물이 된다.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치즈를 넣는 방법이 있지만, 그래선 느끼하고 조개 본연의 맛을 방해한다.
다른 냄비의 위에 버터를 녹인 다음 불은 가장 약하게 낮춰 밀가루를 버터와 1:1 비율로 섞어준다. 마치 카레가루를 물에 녹이듯.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끓고 있던 클램차우더에 넣어주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서 걸쭉해질 것이다. 버터는 60g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큐브로 썰어놓은 식빵을 버터로 볶아내는 일이다. 그러면 끓고 있던 클램차우더를 그릇에 덜어내고 그 위에 얹으면, 크림 아래에는 부드러운 크림과 부드러운 식감의 감자, 중간중간에 쫄깃하게 씹히는 조개에 바삭한 식빵까지. 크림 수프에 그에 걸맞는 환상의 조합이 없다.
마지막으로 수프와 함께 따로 먹을 빵이 있다면 좋겠지.
어쩌면 그다음으로 돈까스도 나온다면 더 좋고 말이야.
아직 10월이다.
곧 있으면 11월이 오고
아빠의 생일이 오고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이 오며
크리스마스도 온다.
행복은 내가 받은 만큼 그만큼 돌려준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나 또한 돌려줘야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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