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도 스테이크도 맛있어지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해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법

by 우연양
돈까스 x 소고기 스테이크 재료
1 인분 기준
- 소고기 등심 혹은 안심 살치살 / 150~ 200g / 형태는 참치캔만큼의 두께감의 고기
- 버터 / 2 큰 숟가락
- 올리브유
- 소금

옵션
- 레드와인
- 버섯 마늘 아스파라거스 등 사이드의 야채


그녀는 참 오랫동안 공부를 했다.

매번 운이 좋지 않아 턱걸이 직전에 탈락하며 취업에 실패하고 있었다. 아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울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2년이라는 공백기를 끝내고 취업을 앞두고 있었다.

아직 발표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 큰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해온 그녀를 위해서 어떤 요리를 해주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곤 했다.

"돈까스가 맛있어지는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 나는 그렇게 말했다.

"돼지고기도 숙성 같은 게 있어?" 그녀는 그렇게 물었다.

"그럼.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숙성하면 맛있어지지."

"그래? 근데 보통 돼지고기는 숙성 잘 안 하지 않아?" 그녀는 잘 납득이 가지 않던 모양이었다. 나는 한 가지 예시를 들어서 말했다.

"불고기도 양념을 묻히고 재우는 것도 숙성이잖아."

그때서야 그녀는 머리 위에 느낌표를 세우고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네. 그렇게 말하니까 알겠다. 그냥 묻히는 거랑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거랑 다르지."

"그럼. 뭐든지 맛있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야."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물론 많은 시간을 무조건 들인다고 좋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지만."

"역시 타이밍이 필요한 거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돈까스에도 맛있어지는 시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보단 소고기가 부드럽다는 평가가 많지만 소와 돼지를 떠나서 부위별로도 부드러움과 육질은 제각각이다. 닭고기도 닭다리살은 부드럽고 가슴살은 뻑뻑하니.



"그래서 얼마나 숙성하면 좋은데? 뭘 만들 거야?" 그녀는 물었다.

"300시간."

"뭐?"

"300시간."

"뭘 만들건대?"

"돈까스."

"돈까스?"

"응 돈까스."

그녀의 표정은 지금 자신과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싶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장난을 칠 생각은 절대 없었다. 어디 음식에 장난을 칠 수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돈까스란 우리의 식생활에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보니 그런 시간이 필요한다는 게 이해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300시간이라는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맛있는, 정말 맛있는 돈까스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음식이든 그 어떤 것이든 c최고가 되기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해. 최고로 맛있는 돈까스를 만들려면."

물론 꼭 숙성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맛있는 고기는 숙성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을 들이면 들일 수록 맛있는 고기가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맛있는 고기를 더 맛있게. 하지만 300시간을 기다리기엔 돈까스는 너무나도 접근하기 쉬운 음식이었다.

"그거 기다릴 바에는 돈까스 집에 가서 먹고 말래."

그 말에 공감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돈까스 말고 스테이크를 해 먹자." 단 둘이서 시간을 보내면서.



300시간은 정말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든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스포츠 선수에게서는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휴식시간이 있는 것처럼 혹은 시험 합격을 위해서 필요한 공부시간이 있는 것처럼. 고기도 맛있어지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50도에 4시간 이상 잠겨있는 수비드 스테이크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기름에 구워낸 소고기 스테이크도 육즙이 내부에서 회전할 수 있는 레스팅의 시간이 필요하다.


KakaoTalk_Photo_2022-03-05-20-33-08.jpeg 수비드로 4시간 이상 조리가 된 살치살 스테이크


우리는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이쁜 선홍빛을 내는 수비드 스테이크도 좋지만, 그것도 4시간 이상이 걸리니까. 바로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가 제일 적합했다.




우선 소고기는 먼저 소금을 뿌려 놓은 다음 냉장고에서 40분 이상 방치해 두는 게 좋다. 그러면 소금이 소고기 내로 침투를 하고 삼투압의 현상으로 소고기가 품고 있는 수분을 내뱉으며 좀 더 풍미가 좋은 소고기로 굽기 쉽게 만든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소금을 뿌려놓았든 아니든 소고기에 묻어있는 수분을 키친타월로 완전히 닦아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운 펜 위에 굽기 시작할 때 수분이 있다면, 열에 가열되는 건 고기가 아닌 고기의 수분이니 그건 굽는 게 아니라 그냥 익히는 게 된다. 그리고 고기가 제일 맛있어지기 시작한다는 마이야르 반응. 고기의 모든 부분에 그런 갈색빛이 돌도록 구워내고 펜에서 걷어낸다.

그리고 180도로 예열이 된 오븐에 4분을 굽고 나면 오븐에서 완전히 꺼내서 식힌다. 즉 레스팅이다.

1차 레스팅 3분(고기의 휴식시간)

고기가 가열되어 겉은 바짝 익혀졌지만, 여전히 내부에는 완전한 생고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고기의 겉 부분은 점점 식어가겠지만, 이미 가열되어 있는 부분 때문에 내부는 점점 열이 오를 테니. 그렇게 육즙은 순환이 된다. 더운 옷을 입으면 우리의 몸에서 땀이 나는 것처럼.

그리고 그 3분이 지나면 다시 5분 동안 180도의 오븐에 다시 굽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 구워지면 또다시 기다린다.

3분의 2차 레스팅.

처음에 펜에 구웠던 기름에는 각종 야채들을 볶아낸다. 소고기에서 나온 육즙으로 볶는 만큼 더욱 풍부한 풍미를 느끼게 만들 것이고, 야채마저 볶아낸 기름에 버터와 레드와인을 넣으면 스테이크에 잘 어울리는 소스까지 완성될 테니.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 만큼 맛있는 것들은 더 가깝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KakaoTalk_Photo_2022-09-22-16-12-17.jpeg 총 조리 시간 2~30분 정도 소모된 메쉬드 포테이토를 사이드로 둔 등심 스테이크



그녀는 정말 오랜 시간을 취업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만큼 나이를 먹고 경력은 단절이 되어갔으며, 더욱 취업하기는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 기간의 고통이 얼마나 아플지 타인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기다리고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돈까스도 스테이크도 맛있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엔 마냥 허송세월만이 지나가길 바라는 게 아니다. 그 사이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노력이 거쳐있다.

그녀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노력이 거쳐진 만큼 얻는 게 분명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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