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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Oct 29. 2022

타인에게 상냥하게 말해주는 효과

 군대에서는 정말 온갖 일들이 생겨납니다. 그건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군대는 조금 특별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범위내의 곳에 강제적인 신분제도, 그리고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함께해야하는 사람들. 그런 조건들이 한데 묶여 있으니 생각외의 범위의 일들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임의 강제적인 협박으로 인해서 분대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혼자 뒤집어 쓰게 되면서 징계를 먹게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이제 막 일병이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선임들은 수도 없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의 일에 막막했습니다. 더군다나 고작 몇달밖에 지나지 않아 징계를 받고 진급누락에 간부들의 눈초리. 무엇하나 마음 편할 게 없던 순간이었습니다.

 근데 그런 순간이 꼭 저에게만 오는 건 아니었습니다.

 근무지에 보초를 서기 위해서 준비를 하던 후임의 이병이 있었습니다. 그 이병은 선임의 명령 때문에 근무지에서 필 담배를 바지속에 챙겨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각은 결국 근무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장교들에게 목격을 당해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등병이 영창이라니.

 일병에서 휴가를 반납하게 되는 것 보다 더 큰 충격이었을겁니다.

 이등병의 사정이 있든 말든, 그 군내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 이등병을 나무랐습니다. 모두 손가락질을 하고 폭력성이 난무했죠. 그리고 그만큼 주변의 눈치가 보였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일병이 된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의 저는 그렇게 좌절감에 있는 그 이등병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말했습니다.

"괜찮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힘들어도 잘 버텨. 영창도 군 생활도."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머리속을 거치지 않고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하고도 더 지난 어느날, 그 이등병은 상병이 되었고 분대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역하는 날, 저에게 따뜻한 말을 남겼습니다.

"병장님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말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저에게 욕밖에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속에서 그 사소한 위로가 저에겐 너무나도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잘 버틴 거 같습니다."

 그렇게 분대장이 된 상병의 주도로 저는 처음으로 행가레를 받아보았습니다. 그 공중에 떠있는 아주 짧은 몇초는 정말로 제가 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들 정도로 환상적인 기분으로 붕 떠 있었습니다.



 1년하고도 더 오래된 그 사소함의 한 마디는, 그렇게 날개를 단 것 같은 소중함으로 그 분대장의 마음에 남아있었습니다. 


 타인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말해주는 것은 사소하더라도 누군가에겐 아주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눈앞에 두는 일이란 그다지 많지 않기에, 당신이 건넨 상냥함은 누군가에겐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소함은 그렇게 거창함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도, 그렇게 거대해 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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