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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2. 2016

09. 은행에서도 만날 수 있는 유대인의 상술

<글로벌 금융 탐방기>

이스라엘 은행의 영업 방식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해외의 은행에서 환전할 때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위안화, 스위스프랑화, 싱가포르달러화 등의 주요 통화만 환전해주곤 하는데요. 이스라엘 은행에서는 놀랍게도 한국 원화도 이스라엘 세켈화로 환전해주었습니다. 심지어는 타이, 필리핀, 브라질, 짐바브웨의 화폐까지도 환전해주었는데요. 

     
대신 그만큼 환전율은 좋지 않았지요. 원화의 경우 사자와 팔자 가격이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촘촘하지 못한 모습이었는데요. 1,000원을 주면 3.08세켈로 바꾸어주고, 반대로 다시 1,000원을 환전받으려면 3.53세켈을 내야 했습니다. 0.45(3.53-3.08)세켈만큼의 차이인데요. 환전액의 거의 7분의 1만큼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셈이죠. 반면에 1달러를 주면 3.69세켈로 바꾸어주고, 다시 1달러로 돌려받으려면 3.87세켈을 달라고 했는데요. 사자와 팔자 사이의 호가 차이 0.18세켈(3.87-3.69)만 보더라도 국제시장에서 원화와 달러화의 위상 차이를 느낄 수 있지요. 
    

 
물론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 원화에 대한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이스라엘 은행은 이렇게 원화를 모은 뒤 한국의 은행에 연락해서 원화와 달러화를 바꾸자고 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은행에서 환전할 때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대로 환전할 수는 없습니다. 은행에 일정 부분 수수료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라고 하면 우리가 은행에서 달러를 살 때는 1,000원을 내면 0.98달러를 주고, 반대로 1,000원을 받으려면 1.02달러를 주어야 하지요. 1,000원을 사이에 두고 달러를 살 때와 팔 때 0.02달러씩 떼는 것이 은행의 수수료 수입이죠. (이스라엘에서는 1달러를 주면 3.69세켈로 바꾸어주고 다시 1달러로 돌려받으려면 3.87세켈을 내야 했기에 은행에서 살 때와 팔 때 각각 0.09세켈씩을 수수료로 뗀 것이었죠)
     
여담입니다만 환전할 때는 주거래 은행에 가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한데요. 반드시 우대환율을 얼마나 적용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환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대환율이라는 것은 은행이 받는 수수료(위의 예에서는 0.02달러)에서 몇 %만큼 깎아주는지를 말하는데요. 만일 30% 우대환율이라면 0.02달러 X 0.3 = 0.006달러만큼 깎아준다는 뜻입니다.
     
아무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우대환율로 적용해주겠지 하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물론 잘 적용해주는 때도 있지만, 전혀 안 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환전하면서 ‘얼마나 우대받을 수 있나요’라고 묻기만 해도 몇천 원의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또 한 번 저를 놀라게 한 것은 환전 수수료인데요. 100달러를 내면 369세켈을 받는 줄 알았는데, 건네받은 것은 349세켈로 20세켈을 수수료로 뗀 것이었습니다. 환전할 때 은행이 받는 수수료는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에서 사자 가격과 팔자 가격을 조금씩 벌려놓은 것이 수수료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스라엘 은행은 그 이후에 20세켈을 수수료 명목으로 또 한 번 뗀, 즉 2번의 수수료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왜 두 번이나 수수료를 떼느냐고 물었지만, 은행 직원은 이스라엘에서는 원래 그렇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20세켈이면 6천 원 정도인데요. 10만 원을 내고 추가 환전 수수료로 6%를 낸 셈이죠. 0.01%를 1bp라고 하는데요. 채권시장에서는 단 1bp의 이익을 얻으려고 그렇게 고심하면서 노력하는데, 이스라엘 은행은 환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600bp나 수익을 취하다니 정말 입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은행 직원은 제가 특별한 요청도 안 했는데 눈치 있게 349세켈을 100세켈 두 장, 50세켈 두 장, 그리고 각각 20세켈과 10세켈로 사용하기 편하게 알아서 바꾸어주니 미워할 수도 없었고요. 이쯤 되니 유대 상인이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는데요. 왜 유대인 상인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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