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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3. 2016

06. 기술이 대리가족과 가족문제를 만든다.

<사이보그 시티즌>

오늘날에는 다른 수많은 전략을 통해 부모의 지위가 성취되며, 그런 전략은 생식기술의 융합 및 부모와 다른 사람들의 신체(혹은 신체 일부)가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어린이를 생산하는 일은 꽃으로 장식된 침대 위에서 두 명의 벌거벗은 사람들이 체액을 교환하는 일에서부터, 다양한 기술과 수백만 달러짜리 실험실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연관된 복잡한 의료절차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상호작용들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부는 대리모를 고용해 대리모가 본인의 난자로 수정하게 할 수도 있고, 부모가 수정시킨 난자를 대리모에게 이식할 수도 있고, 기증된 정자를 부인에게 인공수정시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 연분 같은 전통적인 가족의 척도들은 흔히 제거된다. 캐슬린 비딕(Kathleen Biddick)은 이렇게 주장한다.

“이제는 여러 명의 여성이 출산이라는 모성적 과정에 공헌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명의 여성이 생식을 위해 난자를 제공하고, 다른 여성이 태아의 양육과 출산을 위해 자궁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고, 여기에 아동양육시설 노동자들을 포함한 또 다른 여성들이(그리고 남성들까지도) 유아의 사회적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과거에는 수정, 임신, 출산이 모성이라는 지배적인 문화적 개념을 통합하고 ‘자연스러운’ 후속 단계로서 사회적 육아로 연결되었지만, 이제는 그 세 단계가 생식기술 상의 다른 절차들로 분화되었다.”
   
양육권 소송의 다양함과 과다야말로 사회가 법적으로 가족을 규정 하는 부부간의 생물학적 규준을 혼탁하게 만드는 변화들을 솎아내고자 노력하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법체계는 가족을 철저하게 재정의하고 있는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낙태된 태아에서 난자를 추출하고 이미 죽은 사람들의 난자나 정자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법체계를 당혹스럽게 한 생식기술의 또 다른 성취이다. 수정 시점에서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이 모두 죽는 바람에 양육권을 놓고 수많은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국은 주디스 하트(Judith Hart)에게 사회보장 급여의 지급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루이지애나 주 정부가 그녀에게는 아버지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하트에게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뒤 그의 정자를 추출해 수정된 아이였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낸시 하트(Nancy Hart)는 마치 자기가 죽음을 ‘속여넘긴’ 것처럼 느꼈다. 분명히 정부는 새로운 종류의 사이보그적인 속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법적인 도전 끝에 정부의 태도는 누그러졌고, 주디스는 그녀 아버지의 진짜 딸로 인정받아 사회보장 급여를 받게 되었다. 
   

부모라는 관념 역시 아주 심하게 변화한 상태이다. 오늘날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식에 직접 관여할 필요가 없다. 역사적으로는 자손을 돌보고 기르는 일이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사이보그 생식의 선택지인 대리모 제도는 그런 일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이런 일이 언제나 순조롭지만은 않다. 대리모가 마음을 바꾸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최초 사례는 ‘베이비 M’의 생모인 메리 화이트헤드(Mary Whitehead)의 경우였다. 행복한 마음으로 계약을 수행하는 대리모도 많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일들도 흔하다. 이어질 두 가지 사례는 대리모 협약이 미묘한 방식과 미묘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족의 정치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과 그런 협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의 범위를 잘 보여준다.
     
1995년, 탤런트인 디어드리 홀은 TV쇼에 출연해 20년 동안 벌인 불임과의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시험관 수정을 여섯 차례나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자 홀과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스티브 소머(Steve Somer)는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로빈 B를 대리모로 고용했다. 이들 부부와 로빈 B는 대리모 관계가 시작되자마자 매우 친해졌는데, 홀과 로빈이 유독 더 그랬다. 식단, 의사들 그리고 다른 의료상의 선택 등 임신과 관련된 모든 결정에 홀은 깊이 관여했다. 
     
로빈은 그 관계가 강렬했고 거의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고 언급했다. 임신 말기에는 로빈과 홀 그리고 소머가 아예 함께 살았다. 출산 때는 홀이 로빈의 몸에서 나온 아기를 들어 올렸다. 로빈은 최초 계약의 충족을 넘어서는, 이 관계의 지속에 대한 자신의 감정들을 설명했다. “결국에는 각자 따로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가까이 지내면서 인생을 함께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죠.” 
   
높은 적응성과 유연하게 넘나드는 각자의 영역들 그리고 건강한 의사소통은 세 명의 성인들이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일시적이지만 두 가족을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계약은 매우 잘 이행되었고, 몇 년이 지난 뒤 이들은 두 번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임신이 이루어지기 전에 로빈이 연애를 시작했고, 그녀의 연인에게 그녀의 대리가족은 불편한 존재였다. 로빈의 남자친구는 사람들이 로빈의 임신을 자연스레 자신과 연결짓자 공공연히 곤란을 겪었다.
     
로빈의 삶 속에 또 다른 1차 관계가 도입된 것은 그 두 혼성가족 간의 경계선을 바꿔놓았고, 그들은 훨씬 더 자율적인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한 높은 차원의 적응력 덕분에 그들은 편안하게 새로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친구로 남게 되었다. 로빈은 첫 번째 아들이 태어난 그해 연말에 자신이 얻은 성취감을 이렇게 묘사했다. “전에는 여기 없던 가족이 지금은 존재합니다.” 소머는 그것을 “가족의 영속성과 성취”라고 묘사했다.

많은 대리모 관계가 행복하게 끝을 맺지만, 모든 경우가 다 달콤하고 밝은 것은 아니며, 모든 부모가 이 관계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문제는 대리모 계약이 산모, 즉 대리모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그저 아기 낳는 기계취급을 하며 그녀를 착취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의료기술들은 대부분 값이 비싸서 부유한 사람들이 먼저 이용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홀의 가족이 겪은 경험과는 대조적으로, 제임스 오스틴(James Austin)의 아들처럼 비극적인 경우도 있다. 1995년 오스틴은 어머니의 유산인 3만 달러로 아이를 낳기 위한 대리모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태어난 지 하루 된 4㎏의 아들을 전해 받았다. 5주가 지난 뒤 그 아기는 죽었다. 오스틴은 자기가 아들을 주먹과 옷걸이로 때려죽였다고 인정했다. 
     
아마도 그는 자기가 그 아이를 돈을 주고 샀기 때문에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이 가족은 획일적으로 결합한 단단히 밀폐되고 융통성 없는 폐쇄공간이었다. 의사소통은 폭력이었다. 가족의 이미지들, 주제들, 경계선들 그리고 사회적인 쟁점들이 가부장적 살인으로 환원되었다. 물론 많은 생물학적 부모들도 자기 자식들을 살해하며, 이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관’을 반대하는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오스틴이 그 살인 피해자를 돈으로 사고 사육한 일은 어떤 의미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을 소유하거나 사육하거나 사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을 기른다. 
     
대리모와 인공수정의 또 다른 위험은 생물학적인 부모 혹은 그 누구이든 간에 정을 통하거나 하는 신체적 접촉 없이 아이에게 생명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아기 오스틴을 개인 소유의 노예와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것은 복제와 비슷한 것이었다. 복제는 부모–자식의 자기동일성이 훨씬 더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친족 관계에서 오스틴의 경우와 유사한 역학을 일으킬 수가 있다.

대리모나 인공수정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기술이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친밀성(혹은 그중 적어도 하나)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는 있지만, 아마도 새로운 친밀성 관계들이 그것들을 대체할 것이다. 홀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은 오스틴과 같은 비극이 점점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과 불가피하게 연결된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어떤 기술들은 유익하지만(감기약, 공해 없는 에너지), 어떤 것들은 명백히 유해하다. (대량 파괴 무기들, 고문기술, 심리통제 기계들)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보그 기술을 포함한 대부분 기술은 이중적이다. 이것은 자애로운 부모가 아이를 가질 수 있게도 하지만, 끔찍한 역학(소유물로서의 아이들)을 구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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