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유일한 존재입니까>
실패를 부르는 대장(CEO)들의 대표적인 습관을 몇 가지 들여다보자.
“실패하는 습관 1. 자신이 환경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성공한 리더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하 직원들의 상황보고를 엄살이라고 깎아내리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의 기억과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범위를 과대평가하고 성공을 부른 우연과 주변의 우호적 환경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심리적 오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과 조직의 역량에 대한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 그간의 성공을 전적으로 리더와 조직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었다고 과신하는 순간 재앙은 시작된다. 환경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목하고 연구하기보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낮추어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 오르는 산악인들은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산이 허락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산악인들이 때때로 산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기술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인간의 기술과 능력으로 통제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자연이었다. 정복은 일방향이지만, 허락은 쌍방향이다. 내가 돌진을 해도 허락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진인사(盡人事) 하되, 성공의 여부는 천명(天命)에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하는 습관 2. 중요한 장애물을 과소평가한다.”
성공한 CEO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해결되면 모든 일이 다 잘되리라는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예를 들어, 기술개발에 능한 CEO는 기술만 완벽하게 구현하면 마케팅도 알아서 잘될 것으로 생각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술 문제를 해결했는데도 마케팅의 진척이 없어 뒷골을 부여잡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각 사업의 모듈에서 골고루 전력을 다할 때 비로소 전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칭기즈칸은 평소에 “내 귀가 나를 만들었다”고 부하들에게 이야기했다. 칭기즈칸의 게르(몽골의 이동식 주택)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문이 나 있어서 누구든 들어와 칸에게 고할 수 있었다. 칭기즈칸은 문맹이었지만 널리 들음으로써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실패하는 습관 3. 모든 해답을 자신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아닌 이상 CEO가 모든 문제의 답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많은 CEO가 스스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 요행히 성공을 가져다주었거나, 자신의 판단을 보완해준 참모들의 역할을 CEO가 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그 CEO는 정말로 자신이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모든 현장에 있을 수도 없고, 모든 문제 상황을 볼 수도 없는데 모든 해답이 있다고? 자신만이 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CEO는 다른 답을 내놓는 사람을 믿지 않고 모든 상황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 결국, 직원들은 위기라는 빙산이 다가오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두 손이 묶인 채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충돌에 직면하고 만다.
세븐일레븐의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은 편의점에서 근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담담하게 이 사실을 굳이 자신의 책에까지 써놓았다. 대신 그는 숫자를 통해 정확히 조직을 진단하고, 퇴근 후에 세븐일레븐을 반드시 둘러보면서 고객의 관점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세심하게 살핀다. 진단하기는 하지만, 답의 처방과 조제는 현장에 일임한다.
“실패하는 습관 4. 과거의 성공을 고집한다.”
성공한 CEO들은 누구나 성공을 부른 결정적 순간을 무훈 담이나 훈장처럼 뇌리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그 결정적 순간을 재현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적 순간이 통하지 않는 단 한 번이다.
증권회사의 신입사원 시절 왜 대부분 상사가 왜 집을 갖고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사무실에서는 거의 매일 한 명씩 상한가를 찍는 ‘잭폿’을 터뜨리는데도 말이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축하 회식이 열렸다. 그런데 한참 후에 알았다. 상한가는 알려지지만 하한가는 알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한가는 입술에 바르고 하한가는 가슴에 묻는다는 것을. 수십 번 승전의 기록이 단 한 번의 패전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일은 먼지만큼 흔하다. 승전은 ‘초기의 소액’, 패전은 ‘후기의 거액’이므로 다수의 승리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성공을 경험한 리더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이 ‘한 방의 역설’이다.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추앙받는 페르시아 제국의 키루스 대왕이 쓴 전술은 한니발을 비롯한 명장들의 교과서이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위대한 군주의 신화는 단 한 번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용맹한 여왕 토미리스의 영도 아래 카스피 해 연안에서 마사게타이 부족이 기세를 떨치자, 키루스는 토미리스에게 사신을 보내 정중하게 청혼했다. 얼마 전 여왕의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외교 전략이었다. 하지만 여왕 토미리스는 콧방귀를 끼었고, 누가 오고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키루스의 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실컷 피 맛을 보게 해주겠다고 전해라.”
키루스는 여왕을 치기 위해 출격했다. 여왕의 아들을 죽이는 등 연전연승을 거듭한 키루스는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여왕의 영지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가 그만 적군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군사는 전멸했고, 키루스는 사로잡혔다. 여왕은 키루스의 목을 베었고, 그 목을 피가 가득 담긴 염소 가죽 부대에 담갔다. 약속대로 실컷 피 맛을 보게 해준 것이다. 키루스는 평생 전쟁에서 이겼고, 말년 딱 한 번 졌다. 하지만 그 한 번의 패전에서 목이 잘렸다. 키루스의 비극은 지금 승자의 위치에 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과거 성공의 결정적 순간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위험은, 그 때문에 적절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본질에서 매우 위험한 성급한 대체 전략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공한 CEO들은) 배울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하나의 교훈을 너무도 잘 배웠기 때문에 실패한다." _ 시드니 핑켈스타인, 《실패에서 배우는 성공의 법칙》에서
“실패하는 CEO의 7가지 습관”
1. 자신과 기업이 환경의 발전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2. 기업과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여 개인 이익과 기업 이익의 경계가 모호하다.
3. 모든 해답을 쥐고 있는 듯이 보이며, 종종 당면한 사안을 다루는 빠른 속도와 결단력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4. 모든 사람이 확실히 100% 지지하도록 하며,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노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무자비하게 제거한다.
5. 기업을 완전하게 대변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여 기업의 이미지 관리와 개선에 헌신한다.
6. 어려운 장애가 닥쳤는데도 쉽게 제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인 방해로 생각한다.
7. 과거에 자신과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전략과 수단으로 주저하지 않고 회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