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는 내 머릿속에만 있다>
나는 인생에서 두 가지 실패를 모두 맛봤다. 경제적인 면과 결혼생활에서다. 무일푼이 되는 동시에 결혼생활도 파탄을 맞이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혼했을 때는 정신적 우울함이 두 달 내내 지속하고 내 가치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미래가 암흑으로 텅 비어버린 나를 한탄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이 비극 속에 반짝임이 느껴졌다.
“타인은 마음을 쓴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도 마음 쓰지 않는다.”
난데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말은 최대한의 성과는 포기하고 최소한의 성과에 안주하도록 만드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신에게 마음을 쓰는 건 견제를 위한 표면적 배려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늘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포기하든 실수를 밑천 삼아 전진하겠다고 결의하든 이 실망을 추진력 삼아 날아오르리라 다짐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직면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불행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실망도 한다.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있다. 업무나 인간관계에서도 문제는 생긴다. 가족 문제도 생길지 모른다. 상사가 문제일 수도 있다. 프로젝트가 어쩔 수 없이 철회되는 때도 있다. 경제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고, 자연재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불행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는다고 무슨 방도가 생기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는가다. 포기할지, 의기소침해질지, 그대로 주저앉아 뒷걸음질 칠지. 아니면, 실패를 딛고 이를 경험 삼아 앞으로 나아갈지. 인생에는 이 두 갈래의 가능성이 감춰져 있다.
역경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할 테지만,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실패나 불행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한다. 그리고 내가 놓인 지금 환경에 어떤 형태로든 ‘나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자신을 인정한다.
나의 가치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나의 가치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이해, 섬세함, 지식, 동정심, 감사의 마음 등이 그렇다. 살아 있는 한 나의 가치는 무한히 커진다. 나의 가치를 스스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평가해줄 리 없다. 우리는 남자나 여자로서, 아내나 남편으로서, 아버지나 어머니로서, 친구나 연인으로서, 관리자나 경영자, 종업원으로서 참으로 다양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인생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가족이나 일, 혹은 지역 가운데서 내 행동으로 주위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나의 미소나 행동으로 모든 이들을 보다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만족감을 안겨주거나, 행복감이나 장점을 인식하게끔 한다. 반대로 의기소침하게 굴며 주위를 어둡고 음습하게 할 수도 있다. 업무환경이든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든, 혹은 육아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상황을 한탄하고 불평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거기에 연인이나 친구를 끌어들이고 그들의 시간과 가치를 빼앗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타인에게 가치를 안겨줄 힘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그러한 존재라 믿지 않으면, 솔직하지 않으면, 누구도 가치를 낳지 못한다. 눈앞의 역경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또한 그 경험을 통해 더욱 많은 가치를 타인과 나눠 가질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날 믿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없다. 나의 가치는 곧 마음이다. 의지다. 타인에게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다. 나의 가치는 결코 어디에서 주어지는 것도, 평가받는 것도 아니다. 나의 가치는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 몇 차례 실패했다고 내 가치를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내고 다시 일어나 걷겠다고 결의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가치란 진실을 의미한다. 진실이란 타인의 인생에 가치를 안겨주는 힘이자 권한이며 또한 의무다. 가치란 공헌자이자 신성한 어떤 존재이기도 한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그건 재기 넘치는 교제일지 모른다. 더욱 발전적인 인생이 되도록 끊임없이 지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팀워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중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자코 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이의 슬픔에 슬며시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 친절함일지도 모른다.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이하는 접수원이나 호텔 청소부, 경비원, 구두닦이, 택시 운전사, 경찰, 관공서 직원 등 빛나는 미소를 건네는 사람을 보면 큰 자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들에게서 신성한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