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나는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엄마 구하기>

엄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아이 말을 듣는 순간 섬뜩했습니다. 아이 표정을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엄마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어떻게 아이 입에서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아이가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시절부터 최신 교구가 쥐어졌습니다. 한글을 떼자마자 유아용 전집도 모두 읽어야 했습니다. 영어 유치원을 다녔고 여러 체험학습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어학연수도 다녀왔고 한자 급수 검정 자격증도 땄습니다. 매일 하는 학습지도 점점 종류가 늘어났고 경시대회도 참가했습니다. 국어와 사회 과목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수학과 과학 쪽은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수학이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시킨 수학 공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영재 소리를 듣는 아이였는데 수학 성적이 늘 문제였습니다. 집에서 먼 대치동까지 수학 학원에 다녔고 과외 선생님도 여러 번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아이 엄마를 만났습니다. 엄마에게 복수하겠다는 아이 말은 차마 전할 수 없었습니다. 조금 얘기를 나누다가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엄마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을 보였습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분명했습니다. 자신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아이를 키운 결과 아이가 영재가 되었다는 믿음도 분명했습니다.
     
유독 수학만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지 못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정보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라는 생각과 동시에 좀 더 정보력을 잘 발휘하면 결국 수학 성적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숨겼지만, 엄마는 분명 아이를 학대하고 있었습니다. 정보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찾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의 수학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 아이를 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엄마였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입에 수건을 물리고 때린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정보력을 입증하기 위해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엄마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정보력에 확신을 갖고 출발합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할 때 쉽게 결정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장단점을 꼼꼼히 따진 후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할 때를 지나면 비극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학대할 수 있다는 것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