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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5. 2016

06. 종말 후, 금속을 다뤄야 생존한다.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지식>

금속에는 다른 어떤 건축자재에도 없는 일련의 속성이 있다. 유난히 단단하고 강해서 연장과 무기, 못 혹은 철제 들보 같은 구조재를 만드는 데 이상적인 금속이 있지만, 도기처럼 쉽게 깨지지 않고 가소성(可塑性)을 과시하는 금속도 있다. 예컨대 압력을 받으면 부서지지 않고 가는 철사로 형태로 바뀌는 금속이 있다. 이런 철사는 뭔가를 묶거나 울타리를 만들기에 적합하고, 전기를 전도하는 데 사용된다. 또 고온을 너끈히 견디기 때문에 고성능 기계류를 제작하는 데 이상적인 금속도 많은 편이다.

     
종말 후에 생존자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다시 확보해야 것은 철을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철과 탄소의 합금인 강철을 다루는 능력이다. 강철은 철 원자와 탄소 원자의 결합체이며,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훨씬 크다는 대표적인 증거이다. 탄소가 섞이면서 철이란 금속의 속성이 크게 변한다. 합금에 흡수되는 탄소의 비율을 달리해서 강철의 용도에 따라 강도와 경도를 조절할 수 있다.
     
종말 직후에는 철과 강철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장장이의 전통적인 기술을 다시 습득하면, 쓰레기더미에서 구한 철이나 강철을 다른 목적에 맞게 고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간에서, 즉 덮개가 없는 가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뜨겁게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때려 모양을 바꾸는 기술을 다시 터득해야 한다. 문명의 역사에서 단단한 쇠가 줄곧 사용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쇠가 뜨겁게 달궈지면 일시적으로 물리적인 속성이 바뀌고 부드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망치로 두드려서 널찍한 판이나 파이프 혹은 가는 철사 등 여러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철제 연장으로 철을 다루어서 더 많은 연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연장을 만들기 위해 철을 다루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지식은 철을 단단하게 만드는 원리에 대한 지식, 즉 담금질(Quenching)과 뜨임(Tempering)이다. 강철은 철-탄소 결정체들의 내부 구조가 경직되어 자성조차 갖지 않을 정도로 새빨갛게 가열함으로써 단단해진다. (자성 여부는 가열하는 동안에도 확인된다) 하지만 그 후에 천천히 식히면 그 결정체가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원하는 구조를 유지하려면 빠르게 식혀야 한다. 달리 말하면, 뜨겁게 달궈진 쇠를 물이나 기름에 담가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신속하게 식히려면 담금질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단한 물질은 잘 부러진다. 강철로 만든 망치와 칼, 용수철이 산산조각이 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따라서 담금질한 강철은 뜨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정체의 구조가 부분적으로 이완되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강철을 다시 가열하는 과정이 ‘뜨임’이다. 요컨대 강철의 강도를 낮추고,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뜨임을 통해 강철의 재료적 속성이 조절된다. 따라서 목표로 하는 작업에 적합한 금속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뜨임이란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테크놀로지는 용접이다. 용접이란 어떤 금속을 녹여 다른 금속을 접합하는 작업을 뜻한다. 아세틸렌은 지금까지 알려진 연료 가스 중 가장 뜨거운 불꽃을 내며, 산소가 공급되면 불꽃 온도가 섭씨 3,200도까지 올라간다. 불꽃이 나가는 노즐을 통해 산소와 아세틸렌의 분출량을 따로따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용접 토치를 만들 수 있다.
     
아세틸렌은 물이 탄화칼슘 덩어리와 반응할 때 생기는 기체이며, 탄화칼슘은 생석회와 숯(혹은 코크스)을 한꺼번에 용광로에 넣고 가열하면 얻어진다. 산소 아세틸렌 불꽃은 금속을 용접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이지만, 분사된 산소가 뜨겁게 달궈진 금속을 태우며 절단하는 데도 쓰인다. 전기 아크 용접기(Electric arc welder)는 훨씬 높은 온도인 섭씨 6,000도에 달하는 불꽃을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번개의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여러 개의 배터리를 직렬로 연결하거나 발전기 하나를 준비하면, 불꽃, 즉 아크가 용접하거나 절단할 금속과 탄소 전극 사이에 지속해서 발생하기에 충분한 전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산소 아세틸렌 용접 토치나 아크 절단기는 죽은 도시로 들어가 폐허를 해체해서 중요한 물건들을 거둬가려는 생존자들에게는 필요한 장비이다.
     
쓰레기더미에서 찾아낸 금속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암석에서 금속을 추출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원칙에 따르면, 제련은 광석에서 금속을 구성하고 있는 산소와 황 등 여러 원소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제련을 위해서는 고온을 발생하는 연료, 환원제와 융제가 필요하다. 
     
숯(혹은 코크스)은 연료와 환원제로서 뛰어난 역할을 해낸다. 요컨대 숯은 맹렬하게 타기도 하지만, 용광로에서 연소할 때 일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일산화탄소는 산소를 빼앗으며 순수한 금속만 남겨두는 강력한 환원제이다. 철을 제련하는 기초적인 용광로의 전반적인 설계는 석회를 태우기 위한 가마의 설계와 유사하다.
     
용광로를 잘게 부순 철광석과 숯을 켜켜이 채운다. 철광석에 함유된 약간의 석회석이 융제 역할을 하며,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 맥석의 용융점을 낮추고, 용광로에서 유체로 변해 금속의 불순물들을 흡수한다. 융제는 결국 용재(鎔滓, 제련한 후에 남은 찌꺼기 ― 옮긴이)가 되기 때문에 용광로 밖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하면 당신이 원하는 금속만이 용광로에 남게 된다.
     
당신이 선택한 용광로가 철을 녹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고온에 이르지 못하면, 그 단단한 금속이 흐물흐물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용광로에서 꺼내 모루에 올려놓고 두드리고 때려서, 철의 내부 구조가 철저하게 결합하고 남은 용재를 밀어내야 한다. 순수한 연철을 연장 제작에 적합할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려면, 숯으로 한 번 더 뜨겁게 가열한 후에 다시 모루에서 단조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남은 약간의 탄소까지 흡수해서 강철을 만들어내는 절차이다. 
     
뜨겁게 달궈진 철을 모루에 올려놓고 접고 펴며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속이 꽉 찬 물질을 휘저어서 균일한 강철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철이라야 나중에 최종적인 형태로 주조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대장장이에게 등뼈가 부러질 정도로 힘든 작업이어서, 강철 생산율은 무척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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