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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8. 2016

08. 기원전에도 전기를 만들어 썼다?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지식>

전기, 더 정확히 말하면 전자기로 뭉뚱그려지는 현상 전체는 무척 중요한 관문 테크놀로지이다. 전자기의 발견은 우연히 알게 된 완전히 새로운 과학 분야가 관련된 현상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다. 그 새로운 현상들은 다양한 테크놀로지에 응용하는 방법이 연구되었고, 그 결과 과학 연구에서 새로운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최초의 전기는 건전지로 만들어진 에너지의 지속적인 흐름으로 실용적인 목적에 이용하기에 적합했다. 건전지는 놀라운 정도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두 종류의 금속을 전해질(Electrolyte)이란 전도성을 띤 액체나 반죽에 담그면, 두 금속 사이에 일정하게 흐르는 전류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금속은 전자라는 입자와 유별난 친화력을 갖는다. 따라서 성격이 서로 다른 두 금속이 접촉할 때 한쪽이 전자를 더 탐내는 금속에 자신의 전자를 양도하며, 둘을 연결하는 철선을 따라 전류가 발생한다. 
     
휴대전화나 손전등 혹은 심장 박동 조율기 등에 사용된 건전지는, 그런 연결이 완료되어 소용돌이 꼴로 감긴 전선을 따라 전자가 흐를 때만 화학반응이 일어나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하도록 제어된 테크놀로지이다. 두 금속 간의 반응도 차이가 생성되는 전위(電位), 즉 전압을 결정한다. 은이나 구리를 반응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속, 예컨대 철이나 아연과 짝지으면 그런대로 상당한 전압이 생성된다. 
     
1800년에 등장한 최초의 건전지, 볼타전지(Voltaic pile)는 은판과 아연판을 염수로 적신 판지로 분리하며 교대로 포개놓은 것이었다. 은과 구리 및 철은 볼타전지가 발명되기 수천 년 전부터 세상에 알려진 금속이었다. 아연은 상대적으로 분리하기 어렵지만, 오래된 청동 합금에 존재했고, 1700년대 중반부터 순수한 형태로 구할 수 있었다. 전선은 부드러운 구리를 둥그렇게 말거나 길게 잡아당겨 비교적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전기를 발견하려고 마음만 먹었더라면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은 없었던 듯하다. 어쩌면 전기가 정말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의 바그다드 부근에 있던 고고학 발굴지에서 1930년대에 희한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모두 점토로 만든 항아리로 높이가 약 12㎝이었고, 파르티아 왕국(기원전 200년~기원후 200년) 시대의 것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항아리의 내용물이었다. 모든 항아리 안에 원통형으로 말린 구리판에 둘러싸인 쇠막대가 있었고, 항아리에는 식초 같은 산성 물질을 담은 흔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 고대 유물이 전지(電池)로 장신구에 황금을 전기도금 하는 데 사용되었거나, 따끔따끔한 전류가 의학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란 가설이 존재한다.
   

바그다드 전지(Baghdad Battery)


  
바그다드 전지(Baghdad Battery)를 본떠 만든 모형은 약 0.5V의 전압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지만, 전기도금된 유물로 제시된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올바른 듯하다. 실제로 이 미스터리한 항아리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항아리들이 실제로 전기를 생산할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면 볼타전지보다 적어도 1,000년 앞선 것이다.
     
전자를 음극 단자로부터 빼앗아 양극 단자로 보내는 화학반응을 뒤집으면 무척 유용한 충전지(Rechargeable battery)를 만들 수 있다.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충전지는 요즘 자동차에서 흔히 사용하는 납축전지이다. 납 판이 각 전극으로 사용되고, 황산 전해액에 담가진다. 두 전극이 황산과 반응해서 황산연을 만들어내지만, 충전하는 동안 양극은 산화납으로 전환되고 음극은 금속 납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전지가 전기를 방출할 때는 그 관계가 뒤집힌다. 이런 전지는 2V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6개의 전지를 직렬로 연결하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12V의 전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전지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 첨단 휴대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지만 서로 다른 금속에 이미 함유된 화학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일 뿐이다. 예컨대 통나무를 태우는 행위는 산소와 반응하는 탄소의 화학 에너지를 끌어내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응하는 금속들에 많은 에너지를 미리 주입하거나, 콘센트를 통해 다른 전기원으로부터 충전지를 채워야 한다. 한마디로 전지는 전기를 저장한 곳이지,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전기의 특징들은 1820년대 이후로 우연히 발견된 현상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지에서 흘러나오는 전류를 운반하는 전선 옆에 나침반을 놓으면 바늘이 방향을 바꾼다. 전선이 형성한 자기장이 지구 전체의 자기장을 국지적으로 압도하기 때문에 나침반 바늘이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쇠막대를 전선으로 촘촘하게 감으면 이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전선이 만든 작은 자기장들이 결합하여 강력한 전자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때 스위치로 전류의 흐름을 잇거나 끊어서 전자석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고, 전자석을 이용하면 다른 철 조각들이 영구히 자기를 띠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기가 자기(Magnetism)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역도 성립할까? 다시 말하면, 자석이 전류가 전선에 흐르게 할 수 있을까? 실제로 가능하다. 자석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빙빙 돌리면, 혹은 전자석을 잇거나 끊으면, 전류가 근처의 철사 뭉치에 유도된다. 자기장이 전선 주변에서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도되는 전류량이 많아진다. 따라서 전기와 자기는 밀접하게 얽힌 대칭적인 힘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전자기란 동전의 양면이다.
     
자기가 전류를 유도하는 현상의 관찰로 현대 테크놀로지를 향한 문이 활짝 열렸다. 자석을 이용하면 운동 자체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값비싼 금속들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고갈되는 전지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전선을 감은 자석을 빙빙 돌리면 원하는 만큼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역도 성립해서, 전자기가 운동을 유도해낼 수 있다. 
     
예컨대 강력한 자석을 전선 옆에 두고, 전선에 전류가 흐르게 하면 전선이 씰룩거린다. 이른바 운동효과(Motor effect)라는 것이다. 조금만 실험해보면, 빠르게 회전하는 축을 움직이려면 전류를 운반하는 전선과 자석(혹은 전자석)을 어떻게 배열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요즘에는 전동기가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에 동력을 공급하며, 목재를 톱질하고 곡물을 가루로 빻는다. 진공청소기, 욕실의 환풍기, DVD 플레이어를 돌리는 데도 전동기가 사용된다. 오늘날에는 전동기가 어디에나 있고 실질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소형화됨으로써 우리 삶이 한결 편안해졌다.
     
전자기가 운동을 유도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전기의 기본적인 속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전류가 몇 볼트로 얼마나 많이 흐르는지 측정할 수 있다. (초창기의 전기 전문가들은 자신의 혀에 전달되는 충격의 고통을 평가함으로써 전류와 전압을 측정하려 했다!) 전기라는 새로운 현상을 정확히 계량화하는 능력은 전기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따라서 전기를 테크놀로지에 활용하기 위해서도 중대한 단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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