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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28. 2016

07. 잔 다르크의 탄소와 테슬라의 전기

<빅 픽처 2017>

지금 내 몸에는 이단 선고를 받고 화형을 당한 잔 다르크의 몸에 있던 탄소가 과연 몇 개나 존재할까? 

     
이것은 내가 하버드대학교 에너지 컨소시엄(Energy Consortium)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이 던진 질문이다. 잔 다르크가 화형을 당한 뒤 약 600년이 지났으므로 그 몸에서 나온 탄소들이 대기와 지구 생물권, 그리고 산호 등을 이루는 얕은 바다로 골고루 섞여 들어갔다고 가정한 뒤 어림셈을 해보면 우리 몸에서 5,000억 개 정도의 탄소 원소는 잔 다르크의 몸으로부터 온 것이 된다. 물질의 기본인 원소는 순환을 반복할 뿐이며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우고, 자원의 유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섬뜩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우리 몸을 조직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이루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나 자원들이 어디선가 무한히 생성되고 또 앞으로도 계속 공급될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온 질량보존의 법칙이나 열역학 법칙을 떠올려본다면 그것이 착각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법칙의 내용을 간추려보면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기 전의 원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원소)은 반응이 일어난 후 새로운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변할 뿐이다. 이러한 성분은 소멸하지 않으며 무에서 갑자기 생겨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지만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는 없으며, 전환은 우리에게 쓸모없어 보이는 형태로만 진행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태양의 빛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알다시피 이산화탄소는 탄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다)로 광합성을 하며 자란 식물들을 소가 먹는다. 그리고 식물을 먹고 자란 소를 우리가 먹음으로써 잔 다르크의 몸으로부터 나와 공기 중에 분포돼 있던 탄소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를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태양의 빛에너지가 생명을 구성하는 분자, 즉 화학에너지로 변환되고 우리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동식물로부터 얻은 화학에너지는 운동에너지나 열에너지 등으로 변환된다.
     
이처럼 자원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면 앞으로 계속 증가하게 될 에너지 수요는 어떻게 충족할 수 있을까?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셰일 가스 등 화석연료의 주성분은 탄소이다. 지구에는 탄소 원소가 풍부하며, 이 연료들은 탄소의 자연반응으로 다시 생성될 수 있어서 마음껏 써도 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연료들은 지질시대의 동식물들이 퇴적하여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된 것이며, 현재 우리가 이 연료들을 사용하는 속도를 고려해본다면 유한한 자원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자원은 지구의 지열, 달의 궤도로 인한 조수간만의 차, 태양열 등이 있다. 그중 태양은 적어도 50억 년 동안 우리가 사는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이다.

국제 에너지기구의 세계 연료 사용량 통계를 보면 세계의 총 에너지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용량 증가를 이끄는 것은 주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유한자원이고, 수력·태양열·풍력·조력 등을 이용하는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비율은 매우 낮다. 앞서 언급한 유한자원들은 모두 탄소로 이루어진 연료이기 때문에 이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며, 이산화탄소는 열이 대기권 밖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이미 우리는 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를 통해 지구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2016 년 여름의 살인적인 더위만 떠올려봐도 그러하다.
     
위치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수력발전을 비롯해 지열·태양열·풍력 등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신재생 에너지는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수적인 반응물을 발생시키지 않아 온실가스를 최소 한으로만 배출한다. 하지만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는 간헐성을 지니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낮에만 생성 가능한 태양에너지를 저장하여 밤에도 쓸 수 있도록 하고, 때때로만 부는 바람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우리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목받으면서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보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세계를 촉진한다(Accelerating the world to sustainable energy)’라는 목표 아래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여 주목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테슬라(Tesla)다. 
   

테슬라 모델3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기존의 소형차・경차 콘셉트와는 다른 고급화 전략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기반을 잡았다. 2014년에는 자신이 보유한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들을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솔라시티(Solar City)를 태양광 발전 사업의 기점으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리튬이온 전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설립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망 구축 사업을 무서운 속도로 펼치고 있다. 
     
2017년 후반에 판매가 시작될 테슬라의 모델3 전기자동차는 약 4,000만 원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그동안 전기자동차의 한계점으로 꼽히던 주행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여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016년 말에는 솔라시티에서 태양광 지붕이 출시된다. 태양광 지붕은 지붕의 타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전기발전이 되는 형태의 상품으로, 태양광 발전의 속도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에는 기가팩토리에서 첫 번째 배터리가 생산되기 시작하며 6.4kW 용량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판매도 시작된다. 이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정전되었을 때 비상 전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단독주택의 개별 발전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밖에 테슬라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전기자동차 충전 스테이션의 개수를 늘려가고 있다. 솔라시티의 태양광 사업으로 전력망에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기가팩토리 사업으로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공급하려는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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