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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5. 2016

04. 환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환율은 주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종합주가지수(KOSPI)가 하락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 국면에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주식시장의 ‘비이성적인 측면’에 원인을 맞추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채찍 효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주장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주식시장은 합법적인 카지노에 불과하며,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비이성적인 참가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우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의 흠이 있다. 첫 번째는 기관투자자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뮤추얼펀드 매니저, 한국의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는 매우 합리적이고, 또한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전문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런 기관투자자들마저 비이성적인 열광과 패닉에 사로잡혀 시장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항상 만든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나아가 이들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시장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카지노’ 주장의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다. ‘증시=카지노’ 주장의 두 번째 흠은 주식시장의 흐름이 기업 실적과 강력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주가 하락’의 이유, 채찍 효과에 있다
   
‘환율 상승=주가 하락=기업 실적 악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채찍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한번 가정해보자. 우리가 글로벌 투자자라고 가정할 때, 미국 소비자의 지출이 증가할 때 미국 달러 자산을 사겠는가? 아니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을 매입하겠는가?

이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답은 분명하다. 글로벌 투자자는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에 투자하며,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을 집중 매도하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던 2008년 서브 프라임 위기를 전후해서도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처분한 대신 미국 주식을 매입했다.

글로벌 투자자가 선진국 소비가 둔화될 때, 미국 등 선진국의 자산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의 실적 전망 악화에 있다. 한국 기업의 실적은 기본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의 지출 동향에 매우 민감하다. 아주 단순화하자면, 미국의 실질소비 증가율이 평균적인 수준(3% 전후)에서 1% 포인트만 상승해도 한국 기업의 실적은 100% 포인트 가까운 변동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 기업이 공급사슬의 끝에 위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채찍 효과’를 발생시키는 여러 요인인 수요의 왜곡 및 대량주문의 필요성, 거리의 문제 등이 한국 기업의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의 행동은 매우 타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속도보다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 속도가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되면, (항상 모든 자산의 90% 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해야 하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매입하는 게 타당한 행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행동이 모이고 모인 결과가 결국 환율이 상승할 때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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