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Nov 30. 2016

10. 학교가 죽여온 질문과 의심을 복원하라.

<학력파괴자들>

2000년, K팝보다 팝송이 대세이던 시절 홍익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여수 출신의 한 청년은 공부 대신 헤비메탈에 심취해 있었다. 음악 계보까지 줄줄 꿰고 다니던 그는 좋아하는 음반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았는데, 그날도 희귀음반을 구하기 위해 1시간 30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유명 음반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 회사는 서비스도 형편없었을 뿐 아니라 소위 ‘갑(甲)’의 태도를 보였다. 

     
“그런 음반 없어. 다음에 와.” 
   
너무 화가 난 청년은 한 선배에게 분노를 토로했고, “그렇다면 네가 직접 수입해서 팔아보지그래?”라는 선배의 말에 ‘그 회사보다는 잘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그다음 날 새벽부터 시청에 달려가 사업자등록을 내고 희귀음반 전문 쇼핑몰을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1,000~2,000원씩 저금해 모은 돈 350만 원이 창업자금이 될 줄은 몰랐다. 
     
CD 뒷면에 있는 해외 배급사에 기초영어 수준으로 ‘CD를 사고 싶다’는 요청을 넣으니 거짓말처럼 연락이 왔고, 고객이 불편해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자 사업은 대박이 났다. 첫날부터 350장, 700장, 1,500장의 주문이 들어 오더니 6개월 후에는 월 매출이 1억 원에 이르렀고, 한 번의 공연기획으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쉽게 손에 넣어보기도 했다. 가볍게 시작 한 일이 큰 규모의 사업이 되어 점점 바빠졌지만 힘들긴커녕 너무나 재미있었고, 간경화로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지만, 자신이 과로하는 줄도 몰랐다.
     
대학 중퇴생, 실리콘밸리 신화를 쓰다.
폭주기관차처럼 사업하며 돈 버는 데 여념 없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멈춰 서고 말았다. 고향인 여수에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남은 생을 보내고 계신 아버지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얘야, 네가 돈을 많이 벌어 유명해졌다고 들었다. 그런데 돈을 번다는 게 네게는 어떤 의미가 있느냐?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게냐?”

순간 청년은 얼어붙고 말았다.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는 그저 일하는 것이 신났을 뿐, 왜 사는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아버지가 그에게 남기고 간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2년 뒤 청년은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 아텀 페타코프(Artem Petakov)와 함께 건강관리 기술 중심의 벤처 회사를 창업했다. 그들이 만든 앱은 구글과 「뉴욕타임스」에서 건강관리 부문 최고의 안드로이드 앱으로 선정됨은 물론 2009년 이후 계속 전 세계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뉴욕 본사를 비롯해 독일, 일본, 영국과 한국 등 총 5개국에 사무실을 열었으며 구글, 아마존 등 공룡 IT 기업을 키워낸 클라인앤퍼킨스(KPCP) 등 세계 유수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으며 웰니스 테크놀로지(Wellness technology)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 주변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런데 그 사람들은 메뚜기처럼 뛰어다녀. 이 회사 저 회사. 사업이 세상을 바꿀 정도로 저력이 있으려면 우직하게 가야 하는데 우직한 사람으로는 세주 네가 적격이야.”

아텀은 ‘100년 넘게 유지되는 회사의 창업자나 CEO들의 공통점은 좋은 학벌이 아니라 한 우물을 파는 끈기와 인내심’이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는 ‘나는 그래서 내 파트너를 너로 정했다’며 구글 주식을 팔아 마련한 창업자금과 집 열쇠를 세주에게 건넸다. 자신의 가능성을 보고 믿어준 친구가 건넨 기회에 정세주는 더는 갈팡질팡하지 않았다. 눔(Noom)의 전신인 ‘워크스마트랩(Worksmart labs)’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대학 중퇴의 학력으로 영어 한마디도 못하면서 미국에 건너온 ‘여수 촌놈’은 스탠퍼드와 MIT를 졸업한 세계 최고 인재들을 직원으로 거느린 CEO가 되었다. ‘한국의 저커버그’라 불리며 벤처업계의 신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받는 눔의 대표 정세주의 성공 스토리다.     
     
“세상의 모든 잣대에서 자유로워지고, 인생을 리드하고 설계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하게 되자 주저 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_ 정세주 눔 대표 

매거진의 이전글 09. 래리 킹,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