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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1. 2016

09. 사이보그 프로 선수가 뛴다.

<사이보그 시티즌>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운동선수들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특별히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면, 한 번은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약물 없이 계속 승리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경기장은 약물 사용자들로 가득 차 있다.” _ 미첼 카르스텐(Michel Karsten), 스포츠 의학자 


“더욱더 상위권의 운동선수들을 평범한 노동자처럼 대우해야 한다.” _ 알렉산드르 디 메로드(Alexandre de Merode), 국제올림픽위원회 의료분과 위원장, 벨기에 왕자
 

언론은 마크 맥과이어 Mark McGwire가 미국 프로야구 홈 런 신기록을 수립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안드로스텐다이온을 복용했 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맥과이어는 이렇게 주장했다. “내가 한 모든 일은 자연스런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약물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합법적입니다.” 그의 말이 옳다. 이 약물은 야구, 하키, 농구 선수 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고, 지방의 건강식품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98년에 49세의 한 등반가가 의족을 달고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했다. 이미 골프공을 가장 멀리 날린 기록은 달에서 스윙한 앨런 셰퍼드(Alan Shepard)라는 우주인 사이보그의 것이다. 언젠가는 콜프 박사의 예측이 이보다 덜 신비로운 기록들에도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스포츠 세계에서 논란이 되는 개조 방식들은 한층 미묘하다. 이런 개조들이란 최첨단 훈련 시스템, 최고 수준의 장비 그리고 상위권 성적을 내는 전 세계 수많은 선수의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는 추적 불가능한 약물들과 관련된 것이다.
     
최상위권 선수들이 훈련할 때, 컴퓨터가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분석한다. 선수의 몸무게와 신체 치수를 측정하고, 모든 신진대사 기능을 디지털화하고, 신체능력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음식과 보충제와 훈련상황들로 그 기능을 조작한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장비, 신발, 장대높이뛰기용 장대, 봅슬레이, 자전거 등은 첨단 과학장비와 가장 효과적인 금속 및 합성수지로 만든다. 이런 것들은 흔히 군사적으로 응용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들이다. 이것은 기이한 형태로 반전된 테일러주의이다. 왜냐하면, 이런 기계들은 인간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이며, 운동선수가 곧 제품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사이클 종목을 생각해보라. 1984년 올림픽에 앞서 미국 선수단 경주용 자전거의 공기역학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자와 공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사용하는 견고한 디스크 형태의 바퀴가 달린 유선형의 ‘우스꽝스러운’ 자전거와 눈물방울 모양의 선수용 안전모가 바로 이때 도입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아홉 개의 메달을 땄다. 
     
1988년과 1992년 올림픽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자 미국 사이클팀은 ‘프로젝트 96’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사이클 경주의 모든 측면에서 동급의 기술과학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기술을 고찰할 뿐만 아니라(자전거, 바퀴 그리고 구성부품들)…… 선수들도 고찰하고, 훈련과 대회준비 그리고 운동선수들의 심리를 장비 못지않게 열심히 조정합니다.” 
   
이 팀은 안전모, 자전거, 경기복장, 훈련 패턴 그리고 선수들이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까지도 개량했다. ‘프로젝트 96’의 연구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더는 선수들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기술, 훈련 그리고 선수를 뒷받침할 일군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도핑은 ‘운동 성적을 향상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분량을 섭취하는 모든 생리학적 물질의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사용’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인간의 성장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에리트로포에틴(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 안드로스 텐다이온(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호르몬) 그리고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는 모두 체내에 있는 평범한 물질들이기 때문에 검출해낸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둘째, 운동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온갖 종류의 물질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섭취했었다. 주로 돼지고기, 아이스크림, 파스타를 말이다. 어째서 이런 섭취가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인 것인가?
     
운동선수들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1992년부터 사용한 크레아틴은 운동선수들이 고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물질은 생선과 붉은 고기에서 검출되는 아미노산으로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2g가량을 태운다. 추가로 주입하면 어떤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큼의 근육 확대를 경험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한다. 이것은 천연물질로 의사의 처방 없이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부정적 효과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체육관의 코치들과 운동선수들이 이 물질을 찬양하거나, 혹은 그것의 감춰진 위험성을 경고한다.

일부 운동선수들은 호르몬 생성을 활발히 하기 위해 심지어 태아의 조직을 주입하거나 이식한다. 소위 ‘베이비 파워(Baby power)’라고 불리는 이 작태는 태아조직의 특별한 성질들에 의존한다. 태아조직은 테스토스테론 생성 세포들로 분화될 수 있지만,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 스포츠 평론가인 제라드 손(Gerard Thorne)과 필 엠블턴(Phil Embleton)은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주무르고 있을 때는, 도덕 따위는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문제는 약물검출 기술이 약물사용 기술보다 늘 뒤처진다는 것이다. 천연물질의 섭취 말고도, 운동선수들은 검출되지 않는 약물들이나, 검출될 수 있는 불법 약물들을 감춰주는 다른 약물들을 이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검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동선수 본인의 천연 스테로이드와 완벽히 일치하는 스테로이드를 생성해주는 것과 같은 최첨단 기술은 똑똑한 운동선수는 절대로 걸리는 법이 없다는 점을 보장한다. 한 전문가는 “운동선수들은 걸어 다니는 실험실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은 화학자들에게는 검증의 장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운동선수 약물검사센터장인 에밀 브리지만(Emil Vrijman)은 검사에 걸리려면 운동선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칠칠치 못하거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거나, 혹은 그 둘 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모든 약물사용이 합법화된다면, 스포츠 시합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승리는 단지 최고의 약물과 최고로 사이보그화된 운동선수에게 주어지는 걸까? 아마도 스포츠는 연령대별로 시합하는 지금처럼, 장애인에서 정상인을 거쳐 상당히 사이보그화된 사람들에 이르는 전 범위에 걸쳐서 수준에 맞는 부류들끼리의 경쟁으로 분리될 것이다. 어쩌면 스포츠 경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평균적인 참가자에게 더 집중되고, 오늘날의 프로세계를 지배하는 유전적으로 유별나고 심하게 개량된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덜 관심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대중 참여 스포츠에서 형질 전환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사이보그로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정치적 파생 효과들을 낳는다. 일반적인 영양 상태부터 스키 바인딩까지, 그리고 여기에서 무릎 수술로 이어지는 모든 차원에서의 개선은 첨단기술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년에도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등학생 운동선수들과 주말의 전사들은 흔히 능력 증강 보충제와 약물을 복용한다. 그리고 단백동화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와 성장호르몬이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1992년의 설문조사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5%가 성장호르몬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많은 전문가는 성장호르몬의 사용이 직접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미래에 끔찍한 유행성 질병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노동에서든 유희에서든, 사이보그 기술들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불러일으킨다. 어떤 일관된 이유도 없이 그런 기술들의 효용만을 써먹으려고 하거나 오로지 단기적인 이윤이나 승리를 위해서 그것들을 수용하는 태도야말로 최악의 반응이다. 우리의 사이보그적인 선택권은 우리의 품위를 저하하는 가치들이 아니라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가치들을 강화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힘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공두뇌학 관련 과학의 최신판인 사이보그학(Cyborgology)의 임무이다. 이 용어는 정보의 철학부터 시스템 분석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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