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연말특집> (3) 생활 속의 응용 윤리

by 더굿북
북 큐레이션 : KBS 오수진 캐스터


“헨리와 모니카 부부는 불치병에 걸려 냉동상태로 보관 중인 아들 마틴을 대신해 감정이 있는 로봇 데이비드를 입양합니다. 로봇 데이비드는 모니카를 엄마로 여깁니다. 하지만 마틴이 병을 고치고 돌아오자 모니카 부부에게 데이비드가 더는 필요 없게 됩니다. 로봇 아들이 필요 없어진 부부는 데이비드를 폐기하기로 하고 숲에 버립니다. 시간이 흘러 지구를 외계인이 지배하게 되고, 이들은 데이비드의 소원을 들어줘 모니카를 재생시켜줍니다. 기술적인 한계로 하루밖에는 같이 살 수 없지만,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 모니카와 데이비드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영원히 잠듭니다.”

영화처럼 복제인간이 실용화되거나 기술발전으로 우리 몸 전체나 일부를 대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어떤 문제들이 생길까요? 아마도 기술적인 논란보다는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그에 따르는 윤리나 기준은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2017년을 준비하는 독자들을 위한 <삼삼한 책수다>가 선정한 필독서, 세 번째 책은 <생활 속의 응용 윤리>입니다. 이 책은 <KBS 시사고전>을 진행하는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서진영 원장께서 추천하셨습니다. 저자 박찬구 교수는 이론 윤리가 순수한 이론적 측면을 다룬다면, 응용 윤리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쟁점들을 다룬다고 말합니다. 김영란법을 생각해보면 이론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됩니다. 응용 윤리가 필요한 이유겠지요.

영화에서는 로봇이 등장하지만, 실제로 복제인간이 등장했다면 어떤가요? 죽은 아이를 대신해서 부모가 같은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복제했다고 생각해볼까요. 복제된 아이는 죽은 아이와 같은 아이인가요?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죽은 아이를 복제해서 태어나도록 할 권리가 있을까요? 죽은 아이를 대신하지 않더라도 불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괜찮은 일인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윤리적으로는 옳은 일인가요?

다른 문제들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하는 여성을 직장에서는 어디까지 배려해야 할까요? 60억이 넘는 인구에서 12억이 기아상태이고 매일 10만 명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지만, 실제로는 모든 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이 있다고 합니다. 분배의 정의는 어떤 기준으로 달성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요? 이런 문제들은 기업과 국가의 경제윤리로 확대됩니다.

저자는 윤리와 도덕이 사라진 세상에 중요한 몇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는 윤리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입니다. 적어도 자신이 마주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 지식과 식견도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는 적용할 윤리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은 실천하는 ‘도덕적 용기’입니다.

어쩌면 앞의 두 가지는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과 행동의 문제는 우리가 각자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이 모여 사회와 국가를 윤리적으로 만듭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촛불에 관한 뉴스는 법과 제도가 잘 갖춰졌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윤리 기준이 잘못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 하지만 그것만이 인간다움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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