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정글의 법칙>
신입이 내민 매출 보고서를 본 부장이 노발대발했다.
“이걸 보고서라고 낸 거야?”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신입이 대답하니 부장은 또 한 번 비수를 꽂았다.
“최선? 여기가 학교야? 내가 언제 최선을 다하랬나? 최상을 뽑아내랬지. 어떻게 된 게 보고서 내용이 매일 똑같지? 21세기는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시대야.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보고서를 작성할 순 없나?”
신입은 궁금했다. 매출 보고서에는 온통 숫자뿐인데 어떤 부분을 창의적으로 해야 할지 정말이지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다음 날.
보고서를 수정했느냐고 묻는 부장의 채근에 어쩔 수 없이 신입이 수정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부장의 낯빛이 어두웠다.
“아이고 속 터져. 이봐, 신입. 그냥 하던 대로 하면 중간이나 가지 이게 뭐야, 어제보다 더 나빠졌잖아?”
신입이 잔뜩 기죽어서 기어드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제 부장님이 창의적으로 해보라고 하셔서 보고서 포맷도 바꾸고 수치 표시 그래프도 좀 바꿔봤는데 이상한가요?”
부장이 득달같이 대답했다.
“이상해. 아주 많이 이상해! 이상할 뿐 아니라 유치해!”
신입은 낙심했다.
‘숫자가 똑같아서 같은 보고서 올리면 창의력 없다고 하고 포맷 바꿔서 올리면 이상하고 유치하다고 하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거야?’
잔뜩 풀이 죽어 있는 신입에게 과장이 와서 말했다.
“신입, 어제랑 오늘 부장님이 좀 신경질적인 거 같지 않아?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보고서 제출은 타이밍이 생명이야. 처음에 써놓은 보고서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부장님 기분 좋을 때 내밀어. 그럼 패스될 거야.”
“네? 부장님 기분을 보고 있다가 제출하라고요?”
“아이고 답답해. 이렇게 사회생활의 기술이 없어서야 원. 저 소리 안 들려?”
신입이 귀를 기울여보니 복도에서 부장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부 싸움을 하는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듯했다. 보고서 제출도 상사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것봐, 부장의 기분이 좋을 리 없지?”
“보고서 평가가 상사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군요. 앞으로는 제출하기 전에 부장님 기분부터 살펴야겠네요.”
신입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이과장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덧붙였다.
“다들 말로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가 좋다고들 하지? 하지만 현실에선 말이야, 상사의 가족이 분위기를 좌우한다고.”
직장 정글의 법칙
불시불식(不時不食). 공자는 때가 아니면 먹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타이밍은 중요하다.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도 배가 부를 땐 맛없게 느껴지는 것처럼 같은 아이디어, 같은 보고서도 언제 내미느냐에 따라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보고서 제출 타이밍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바버라 브라이어스가 대학생 7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상대가 부탁이나 요청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시간은 오후 1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점심시간 직후다. 사람은 배가 부르면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거나 반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만감은 사람을 관대하게 만든다는 것이 수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보고서를 들고 상사에게 가야 한다면 오후 1시를 공략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