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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7. 2016

03. 디플레이션 시대, 어떤 일이 벌어지나?

<부동산 위기인가, 기회인가>

디플레이션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우선 경제성장률이 제로 근처에서 맴돌 것이다. 인구구조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불가피하지만, 생산성 측면에서 플러스 성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성장률 자체만 놓고 보면 지금도 우리 경제에 활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우리 경제는 분기 성장률로도 4%를 구경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연간 3% 성장도 언감생심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 지표들을 검색해보라)

     
특히 지금은 세계 경제가 ‘거대 조정(Great Moderation)’ 국면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거대 조정국면은 어쩌면 2020년까지 지속할 수도 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좋을 것은 전혀 없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2%대 후반이다. 민간에서는 2% 중반을 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절벽이 시작되는 2020년대에 가면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디플레이션은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물가 수준의 하락’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물가 수준의 하락’이라고 하면 대부분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생활비 적게 들고 살기 좋겠네!’ 문제는 임금도 하락하는 데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 가치도 동반 하락한다. 따라서 생활 형편 빠듯하기는 여전하고 오히려 보유 자산의 가치만 떨어져서 노후 걱정에 시달리게 된다.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 실적은 나빠진다. 기업은 매출과 수익성 감소를 겪게 되고 따라서 일자리를 줄이고 임금을 삭감한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물가 하락을 초래하는 것, 이것이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구조다.
     
일본을 보자.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주가도 힘을 못 쓴다. 한때 40,000에 육박했던 니케이225는 10,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2008년 10월에는 7,000선도 무너졌다. (사상 최고치는 1989년 12월 9일에 기록한 38,915이고, 사상 최저치는 6,994였다) 최근 아베의 의도적 엔저 정책에 따른 수익성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니케이225는 2015년 6월, 20,000선에 잠시 올라섰을 뿐 20,000 선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2015.6.30. 20,868이 최근 고점이다.)
     
1971~1974년에 태어난 일본의 에코 세대(일본은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자녀 세대를 메아리라는 뜻의 '에코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4년에 걸쳐 약 810만 명이 태어났다)는 어쩌면 가장 불행한 세대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들의 부모인 단카이 세대(단카이(團塊) 세대는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한자 그대로 ‘뭉쳐서 혹처럼 튀어나온 덩어리’라는 뜻이다)는 행복한 세대였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삶을 살았다. 일본 경제가 그들과 함께 고도성장을 구가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을 것이라는 확실한 기대 속에서 살았다. 계속 확장해 나가는 회사의 신규 사업과 함께 승진 기회도 많았다. 또 열심히 저축해서 내 집 마련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단 몇 평이라도 집을 늘려가는 재미도 맛봤다. 고도성장은 새로운 재벌의 탄생을 뒷받침해줬고, 재벌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후를 편안하게 먹고 살만큼의 재산은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코 세대는 그와는 정반대다. 그들은 단카이 세대의 자식으로 부유한 성장기를 보냈지만, 그들이 자립해서 경제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에 이미 부동산 버블 붕괴와 디플레이션 진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직면했다. 그들이 40대 초중반에 들어선 이 순간까지 일본 경제는 단 한 번도 기를 편 적이 없었다. 단카이 세대에게 부동산이 ‘불패의 신화’였다면, 에코 세대에게는 ‘실패의 신화’가 되어버렸다. 부동산은 가격이 하락하기만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부모 세대가 자식 세대를 망쳐놓은 꼴이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툭하면 한 번씩 터지는 진도 9의 지진과 쓰나미도 있다. 1979년 미국의 쓰리 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 1986년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에 이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도대체 즐거운 일이란 없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2002년 월드컵도 뒤늦게 나선 한국에 밀려 공동주최로 물러나야 했고, 한국은 4강까지 진출했지만, 그들은 16강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거대 전광판을 켜놓고 길거리 응원으로 축제 분위기였지만, 일본은 마지막 결승전에 도쿄돔에 모여 길거리 응원을 한 번 흉내 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심리적 위축은 오래되면 좌절과 분노로 변화한다. 그리고 좌절과 분노가 수십 년간 지속하면 군국적 그리고 국수주의적 보수화 경향을 불러온다.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의 배경에는 이런 일본인들의 군국 보수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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