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정글의 법칙>
커피를 타오던 이과장이 허대리에게 물었다.
“허대리,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워?”
“아……. 실은 제가 오늘 아침에 입사 동기인 총무팀 김대리를 만났는데요. 부장님이‘나랑 차 한잔하지.’그러면서 따로 불러내서는 곧 지방으로 발령날 거라고 했대요. 그동안 업무 능력이 저조했는데 참고 봐오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랬다고 했다지 뭐예요.”
“그래? 총무팀 김대리는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닌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부장님 생각은 달랐나 봐요. 그 얘기 듣고 나니까 이젠 부장님이 저보고‘나랑 차나 한잔하지.’이러실까 봐 두려워요.”
이과장도 맞장구를 쳤다.
“하긴 나도 월차 내고 하루 쉰다고 부장님한테 갔을 때‘이과장, 월차 낸다고? 아프다고? 아프면 이참에 쭉 쉬지 그래.’이럴까 봐 속으로 덜덜 떨었어.”
서류를 복사하던 백차장도 한마디 보탰다.
“그거보다 더 기분 나쁜 건 쉬고 온 다음날이야.‘ 백차장. 어제 어디 갔었나? 하루 자리를 비워도 티가 안 나네. 전혀 지장이 없어.’그러시면‘내가 이렇게까지 존재감이 없을까? 이러다 필요 없는 인력으로 평가받아서 버려지는 건 아닐까?’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니까.”
이과장이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영업하는 제 동기는 부장이 하는 말 중에‘월말 마감해야지. 이번 달엔 실적 누가 1등이야?’이게 제일 무섭대요.”
“나는 부장님 하는 말 중에‘오늘 다들 남아. 야근이야.’이것도 무서워. 저녁 약속 있는 날은 정말 미치겠어.”
백차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입도 거들었다.
“전 사실 매주 일요일 저녁에 무서운 말을 들어요. 내일이 월요일이다. 이거보다 무서운 말이 어딨어요?”
그때 자리에 돌아온 장부장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 다들 모였지? 이과장 백차장, 오늘 남아! 야근이야. 허대리, 나랑 차 한잔하지. 그리고 신입은 오늘도 내일도 월요일이야. 알고 있지?”
직장 정글의 법칙
신입의 요일은 월월월월월월월.
직장인들의 요일은 워워워워워월화와아아수우우모옥금퇼.
그렇게 느리게 가던 월화수목금.
눈 깜짝할 새에 가버리는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