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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2. 2016

09. 직장에서 총대를 멘다는 것은?

<직장 정글의 법칙>

나신입(나몰라 신입) / 허대리(허당 대리)/ 이과장(이기적 과장) / 백차장(백여우 차장) / 장부장(장남아 부장)


사내 인트라넷을 보던 이과장이 갑작스레 불만을 터뜨렸다.

“이건 정말 너무해. 차장님. 얘기 들으셨어요?”

백차장이 또 뭐냐고 물으니 이과장은 한층 더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 제 얘기 들으면 백차장님도 흥분하실걸요? 우리 외근 나갈 때 자가용 이용하면 리터당 1000원씩 주유비 보조해주잖아요. 이번 달부턴 그걸 반으로 깎는대요. 총무팀 동기가 쪽지를 보내왔어요.”

백차장도 흥분했다.

“맙소사. 요즘 기름 값이 얼마나 비싼데 올려도 신통찮을 판국에 깎는다고? 단체로 회사에 건의하자.”

이과장은 완전 찬성이라며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때 현실적인 신입이 나서서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주유비 지급이 원래 사규에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던데요? 신입 사원 교육 때 들었어요.”

신입의 말을 듣자 다들 움츠러드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하게 말하려면 누구 한 명이 앞장서야 할 텐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괜히 나섰다 역풍 맞는 거 아닐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백차장의 떠밀기가 시작됐다.

“돈 문제에 관해선 유난히 예민한 이과장이 앞장서야 되지 않겠어?”

이과장도 가만있을 수 없다.

“에이, 상사이신 백차장님이 계신데 제가 나서는 건 오바죠.”

둘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계속됐다.

“이과장, 아깐 흥분하더니 이제 와서 뒤로 빠지는 거야?”
“차장님, 전 군대에서도 총대 메는 건 안했어요. 괜히 나섰다가 직격탄 맞고 장렬하게 전사하면 제 인생 그리고 우리 애들은 누가 책임집니까? 차장님이 하세요.”

백차장이 점점 더 흥분했다.

“아니, 내가 난방비 투사야?”
“앞으론 주유비 투사 백여우라고 불러드릴게요. 동료를 대표해서 회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건 매우 아름답고 용기 있는 행위죠.”
“그래. 맞아. 그 아름답고 용기 있는 행위를 이과장이 하면 되겠네. 마침 부장님도 오셨네? 부장님, 이과장이 드릴 말씀이 있대요.”

등 떠밀린 이과장이 한마디 했다.

“부장님. 전 이런 말씀, 드리지 말자고 했는데요. 백차장님이 주유비 인하가 부당하다고 건의하재요.”



직장 정글의 법칙

직장에서 총대를 멘다는 것은 흔히 리스크 테이커(riskaker)로 표현된다. 직역하자면 위험을 떠안는 행위가 되는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애정과 열의가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은 모두 리스크 회피자(risk averter)가 아니라 리스크 테이커였다. 때로는 위험을 끌어안는 게 필요한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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