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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19. 2016

03. 아우슈비츠, 비극으로 가는 정문_폴란드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1>


참혹하고 잔혹한 역사의 현장, 그곳에서 오늘의 감사함을 깨닫습니다.
폴란드 남부 국경 지역에 있는 오슈비엥침으로 갑니다. 오수비엥침의 독일어 발음은 ‘아우슈비츠’입니다.



‘일하면 자유롭게 되리라.’ 수용소 정문 위에 아치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저 문구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가졌을까요. 상상을 초월하는 과중한 노동과 열악한 환경, 최소한의 생명유지에 미치지도 못하는 형편없는 식사,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목숨에 대한 지독한 상실감, 박탈감으로 그 노동조차 오래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용소에서 진정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죽음뿐이었다고 종전과 함께 기적같이 살아난 생존자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수용소 전체가 아우슈비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구를 통과하면 한 눈에 강제 착취나 살육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임을 알 수 있는,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28동의 적벽돌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바둑판처럼 건물이 늘어서 있고 각 건물 사이와 울타리에는 탐조등과 기관총을 거치한 감시초소가 아직도 살벌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중, 삼중의 고압 전기 철조망과 전기 철망으로 구분 격리된 수용소 내부를 보는 것 만으로도 전신에 오싹하게 소름이 끼쳤습니다.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롭게 되리라.)



하루 빨리 자유로워지리라 희망하며 저 문을 들어섰는데,
불과 며칠만에 하루 빨리 죽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어느 유대인 생존자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부에 ‘사이클론 B 독가스’의 빈 통이 수천 개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치의 과학자들이 연구하여 만든 독가스는 한 통으로 400명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어떤 부스에는 크고 작은 낡은 가죽 가방들만 가득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당 가방 한 개만 지참하고 오도록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자신들의 소유물중 가장 의미있고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만 가져왔을 것입니다. 분류하기도 쉬웠고, 현금화 하기도, 착취하기도, 착복하기도 쉬웠을 겁니다. 형언하기 힘든 전율이 온 몸을 타고 흐릅니다.

사이클론 B 독가스 빈 통


신발과 녹이 슨 안경



녹이 슨 안경으로 채워진 부스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사용하던 작은 안경도 많았습니다. 신발로만 가득한 전시장도 몇 칸이나 있습니다. 세면도구로만 채워진 전시실, 유대인들이 입고 왔던 의류를 모아둔 부스, 심지어 신체의 일부인 치아만 따로 보관 전시한 부스도 있습니다. 역사의 산 현장이지만 너무 혐오스럽고 소름이 끼쳐 사진을 찍기도 싫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안네의 일기』를 읽었습니다. 겨울 밤,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가슴에 노란 별표를 떼어내고 다니면 안되었을까, 바깥출입도 못하고, 다락방에서 크게 소리도 못 내고, 내가 이런 생활에 처한다면 어쨌을까, 게슈타포가 들이닥쳤을 때, 수용소에서 가족들과 헤어질 때 얼마나 놀랐을까 무서웠을까. 오래 전에 본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를 천천히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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