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대개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2차원 평면만 상상한다. 그 땅으로부터 지하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으며, 지상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권리는 대개 민법이나 판례로 결정된다. 민법 212조(토지소유권의 범위)에 ‘토지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고 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없다.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옛날에는 지하로는 기껏 우물이나 파는 정도이고 지상으로는 건물이 몇 층 올라가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지하실을 건축할 수 있고 지하철이 지나기도 하고 100층짜리 건물이 서기도 한다.
일단 지하를 보자. 우물을 팔 수도 있고 지하실을 건축할 수도 있는데, 이때 기준을 잡아야 한다. 민법 244조(지하시설 등에 대한 제한)를 보면 우선 우물을 팔 때는 경계선으로부터 2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물론 이 우물도 깊이에 따라 다르다. 지하실이든 도랑이든 그 깊이의 반 이상 경계선으로부터 떨어져야만 한다.
민법 241조(토지의 심굴 금지)에 ‘토지 소유자는 인접지의 지반이 붕괴할 정도로 자기의 토지를 심굴하지 못한다. 그러나 충분한 방어 공사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심굴은 깊이 판다는 뜻이다.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1981년 판례에서 지하 18~130m 터널 공사는 토지소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나오지만, 2011년 판례에서는 지하 22~95m도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광산도 토지사용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때는 광업권이라는 별도의 권리가 있어 지하에서 채굴한 광물은 광업권 소유자가 갖게 된다. 따라서 지하에 금이 아무리 많아도 광업권을 가진 사람이 채굴할 수 있지 땅 주인이 가질 수 없다.
현재 심리적인, 통상적인 지하 권리는 고층 시가지의 경우 40m, 중층 시가지의 경우 35m, 주택 지역은 30m, 농지와 임야 등은 20m다. 법률로 정해진 건 아니다. 그래서 초기에 지하철을 공사할 때는 주로 국가 소유의 도로 지하를 따라 건설되었고, 민간 소유 지역을 통과할 때는 배상금을 지급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에 따르면 9호선 공사 때 구분지상권 설정 면적은 총 2만 8,000여 평으로 보상비가 190억 원이었다. 서초구 반포 주공3단지와 인근 삼호가든 아파트 주민 3,000여 명은 각 500만 원씩을 받았다.
지하 40m 이하 터널 공사를 추진하는 GTX의 경우 서울시 등 조례에 따르면 현재는 지상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따라서 서울시 조례가 바뀌기 전에는 보상 없는 GTX 건설이 어렵다.
이제 지상을 보자. 잠실에 짓는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지상 555m에 이른다. 이런 공간을 사적 공중권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가능할까? 롯데도 555m 상공은 공군 비행에 문제가 있다 하여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우여곡절 끝에 건축되고 있다. 물론 이 사적 공중권은 전파나 항공기가 이동하는 공적 공중권 아래에 있는 개념이다. 그 밖에도 군사적으로 층높이 제한을 받는 지역이 많다.
한편 고층 건물 두 채를 구름다리로 이을 때 만일 그사이 땅의 주인이 다르다면 공중권을 허가받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