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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6. 2016

04. 가짜 사업을 하는 당신에게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춘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모두와 똑같은 제품을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서비스 개선 욕구가 더욱 강렬해지자 모든 경제 영역에서 품질 개선 운동이 일어났다. 

     
서비스 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의사나 공무원들조차 승무원이나 백화점 직원처럼 서비스 품질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가격보다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더 많은 이익과 사업 가치를 만들어냈다. 생산자는 브랜드를 만들고 그 상품의 이미지 유지에 큰 비용을 지급했다. 소비자들은 이내 그런 브랜드 가치를 믿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시장 뒤 거대한 또 다른 시장이 다가와 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경영자교육 교수이자 분석가인 조셉 파인(B. Joseph Pine II)과 제임스 길모어(James H. Gilmore)는 이를 ‘경험경제 시대’라고 표현했다. 
     
대량생산 경제 환경에서 소비자는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 필요가 없었다. 그저 물건이 싸면 가치는 충분했다. 브랜드 시장에서 소비자는 형성된 브랜드 가치에 입각한 가격을 지급하면 그만이다. 상품의 브랜드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험경제 시대다. 경험경제란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에 나타내는 공감을 뜻한다.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생산자의 진정성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나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즉 사업이든 상품이든 스토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경험경제의 연관 단어는 진심, 솔직, 공유, 공정, 정직, 공개, 분배, 배려, 합리, 믿음이다. 이제 사업은 이 단어 중 어느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시장은 더는 고급이나 신속, 청결, 친절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 이제 경험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제품의 공급을 넘어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부여해야 한다. 
     
미국의 탐스는 신발을 한 켤레 판매할 때마다 빈민국에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 LG생활건강의 비욘드(Beyond)도 국내 최초 무(無)동물실험 제품을 출시했으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가 자동으로 멸종위기동물 보호 펀드에 적립된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는 국제 열대우림동맹(Rain Forest Alliance) 인증마크가 있는 원두만 사용한다. 이를 통해 자연 보호와 노동자 권익 향상을 돕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이런 방식을 도입한 할리스커피는 원두 소비량이 매년 월평균 12%씩 증가했다. 유니클로 역시 지난해 기부를 받은 1,000만 벌의 의류를 난민들에게 전했다.
     
이제 기업의 가장 큰 실수는 과장과 사실이 아닌 것을 광고하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몇 겹을 칠해도 화장품 광고 속 연예인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소비자도 다 안다. 모니터에 등장하는 저 햄버거 사진과 내가 받아 든 햄버거가 절대 같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 실망감은 아이폰을 주문했는데 포장을 뜯어보니 벽돌이 배송돼 온 것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는 내 손에 주어질 제품 그대로의 사진을 원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돈을 더 받고 제대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로 만들어줄 때 소비자는 공감한다. 광고 이상의 가치를 준다면 소비자는 감탄한다. 오히려 광고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소비자와 공감을 나눴는데 광고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위험한 회사는 간판에 ‘가맹점 모집’이라고 써놓은 곳이다. 그런 식으로 가맹점을 모집해야 하는 수준이라면 본사가 무엇으로 수입을 내는지 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게 주목적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광고에 진정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소비자는 본질에 충실한 기업을 분명 사랑한다. 사랑이란 모름지기 감출 수 없다. 자랑하려 들고 누구에게든 보이려 든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애정을 가질 때도 마찬가지다. 이제 경험경제는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들어올 일만 남았다. 어쩌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이 경험경제 시대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진정성이 사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업가에게 권고한다. 이런 사업 환경을 앞두고 가짜로 사업하지 말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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