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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30. 2016

11. 괴물이 사는 네스호?_영국 (마지막 회)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1>

영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Great와 Royal입니다.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함께 두 나라만 자동차 좌측통행을 하고 있습니다. 표지판은 전부 마일(Mile)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리버풀 80’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달렸다가 낭패 본 적이 있습니다. 시골길에서 ‘50’ 표지판을 보고 시속 50km로 달렸더니 뒤차들이 번쩍번쩍 난리가 났습니다. 추월하는 녀석들 대부분이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지나갔습니다.


자존심, 스코틀랜드

영국 땅이지만 최근 독립 논의가 끊임없이 일고 있는 곳입니다. 영국 못잖게 자존심이 센 이 지역 사람들은 잉글랜드의 A매치 축구경기가 있으면 아예 상대국을 응원한다고 합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고성의 스카이라인이 빗속의 에든버러(Edinburgh)를 휘어감고 있었습니다. 이 지방 특유의 절제된 엄숙함과, 중세의 분위기가 잘 보존되어 있는 멋진 도시입니다. 뾰족한 첨탑을 가지고 있는 툴부스 교회는 가장 높은 첨탑이 74m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합니다.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에든버러도 며칠째 비가 내렸다 개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를 알 듯합니다.


영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로얄(Royal)과 그레이트(Great)입니다. 이곳에 로얄 마일이라고 이름붙은 도로가 있습니다. 성 정문에서 1마일 거리의 구시가지 중앙로 양편에 위치한 회사들이 스코틀랜드 경제를 좌우한다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괴물이 사는 호네스 호


호수 속 괴물 이야기로 유명한 네스 호를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소년잡지 <어깨동무>의 단골 메뉴였던 그 네스 호의 괴물은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얼굴을 내민 적 없답니다. 그래도 상술은 이를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모양도, 색상도, 크기도 각각 다른 수많은 괴물이 사진처럼 인쇄되어 팔리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길이가 40km가 넘는 이 넓은 네스호에 어쩌면 저 괴물들이 모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네스 호 관광 안내소의 세계 지도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의 출신지가 표시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할머니 안내원은 코리아가 어디쯤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기는 한국 지도에는 처음 표시해 본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서쪽으로

페리를 타고 하이랜드의 서쪽에 있는 몰(Moll)섬으로 갑니다. 이 섬에서는 매년 자동차 경주대회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전용 트랙을 달리는 드래그 시합이 아니라 약 50km에 이르는 이 섬의 일주 도로를 달리는 생생한 경주 모습을 보고 즐기러 일부러 여기까지 물 건너 먼 길을 왔습니다. 


그런데 시합 중 불의의 사고로 두 명의 레이서가 유명을 달리하여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엄숙하게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돌아섭니다.

영국으로 건너와서 3주일 이상을 머물면서 꽤 많은 곳을 다녔습니다. 그래 봤자 한 달도 못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행을 시작하고 그나마 좀 제대로 다녀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예정보다 더 오래 머물면서 지나친 곳을 다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제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 대륙인 유럽에서의 여행도 마무리할 때입니다. 세 번째 대륙으로의 이동을 앞두고 여러 가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금방 잊혀질 것이고
어떤 것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겠지요.
지나온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지만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을
이 먼 곳에서 깨닫습니다.

※1월 3일 부터는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 2>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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