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완벽한 1년>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늘릴 수는 없지만,
그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중국 격언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격언”
-요나단 N. 그리프
함부르크 신문
편집팀/ 독자서비스
담당자 귀하
함부르크, 12월 31일
친애하는 편집팀 팀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인사를 전하기에 앞서 먼저 오늘 신문기사에서 발견한 오류를 몇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18페이지에 헨닝 푸어만 주연의 최신 영화 <빙하기>를 다룬 기사에 다음과 같이 실렸습니다. ‘지난해 시리즈물 주인공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헨닝 푸어만(33)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헨닝 푸어만은 오늘, 즉 12월 31일이 생일입니다. 따라서 더 이상 33세가 아니라 34세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앞서 인용한 문장의 시제도 틀렸습니다. ‘지난해 시리즈물 주인공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던……’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엘브 필하모니를 다룬 기사 제목을‘이제부터 과감이 돌진이다!’라고 달았는데‘과감히’가 맞습니다!
아무쪼록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요나단 N. 그리프 드림
요나단
1월 1일 월요일, 7:12
요나단 N. 그리프는 기분이 언짢았다. 영하의 날씨인데도 그는 매일 아침처럼 6시 30분 정각에 조깅용 운동화를 신고 알스터 호수 주위를 달리기 위해 산악용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그가 언짢은 이유는 매년 1월 1일이 되면 지난밤 폭죽과 불꽃놀이의 잔재들이 회색 눈덩이와 뒤섞여 인도, 자전거도로, 산책길이 역겹고 미끄러운 오물들로 뒤덮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밤 폭죽 발사대로 사용한 그을리고 깨진 샴페인병과 맥주병이 나뒹굴고, 사용 후 아무도 병들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만도 아니었다. 무책임한 함부르크 시민들의 무분별한 폭죽놀이로 인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악화되어 함부르크의 대기를 오염시켜 숨쉬기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만도 아니었다(어제 송년회를 요란스레 즐긴 사람들은 다들 아직까지 술에 취해 송장처럼 침대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며, 금주나 금연 같은 새해 다짐들을 자정이 지나고 새해가 된 지 1분 만에 소리가 아주 요란한 폭죽과 함께 공중으로 날려버리고, 폭죽을 쏘아 올린 돈이면 국가재정을 단번에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새벽까지 떠들고 요란법석을 떨었다).
그렇다. 요나단이 기분 나쁜 이유는 단지 이런 것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전부인 티나가 매년 그렇듯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밤 대문 앞에 굴뚝청소부(독일에서 굴뚝청소부는 행운을 상징-옮긴이) 모양의 초콜릿을 놓고 갔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성공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바라!”라고 쓴 카드도 잊지 않고.
성공하고 행복한 새해라고? 크루크코펠 다리 위를 달려 ‘레드 도그’를 지나 알스터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며 그는 시속 14킬로미터로 속도를 높였다. 발을 뗄 때마다 모랫길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성공하고 행복한 새해라니! 시속 16킬로미터로 달리는 요나단의 심장박동 수는 1분에 156개를 가리켰다. 오늘 7.4킬로미터를 달리는 데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듯했다.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은 33분 29초였는데 지금처럼 계속 달리면 이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독 친목클럽’관저쯤 다다른 요나단은 발걸음을 늦췄다. 쓸데없는 짓이다. 티나의 생각 없는 ‘관심’에 이토록 흥분하여 건강을 해치고 근육파열까지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티나와 이혼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그깟 멍청한 굴뚝청소부 초콜릿 때문에 이렇게까지 평정심을 잃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 그는 티나를 사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지만 티나는 그와 가장 친한 친구 (예전에) 토마스 부르크와 눈이 맞아 행복한 7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이혼을 요구했다. 적어도 요나단은 늘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지만 티나는 생각이 좀 달랐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토마스와 눈이 맞는 일은 애초에 없었을 테니까.
당시 티나는 요나단 때문이 아니라고 단언했지만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나단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요나단은 오늘날까지도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곱씹어보곤 했다. 그는 말 그대로 티나를 공주처럼 떠받들며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게 해주려 노력했다. 티나를 위해 이노센티아 공원에 바로 인접한 부촌 하르베스테후데에 아름다운 집을 마련했고, 티나가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했다.(욕실과 탈의실까지 딸린 개인 전용공간까지!) 티나는 요나단 덕분에 그토록 싫어하던 광고에이전시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요나단은 티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의 눈만 보고도 모든 소원을 들어주었다. 예쁜 옷이든 명품 가방이든 보석이든 새 자동차든, 티나가 마음에 든다는 말만 슬쩍 내비쳐도 그녀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어떤 의무도 걱정도 없는 존재. 아버지 볼프강 그리프에게 물려받은 그리프손&북스 출판사는 유능한 사장이 맡아서 아주 훌륭하게 운영하고 있다. ‘명목상의 대표’인 요나단은 출판사를 대표해야 하는 자리에만 이따금 참석했다. 요나단과 티나는 여러 나라로 호화여행을 다녔으며 함부르크 유력인사들의 모임에서 늘 환영받는 손님이면서도 황색신문에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았다.
티나는 요나단과 살면서 인생을 제대로 만끽했고 점점 더 특이한 나라로의 여행을 제안했으며 점점 더 유명한 디자이너의 명품의류를 입었고 정기적으로 대저택의 모든 방을 새롭게 인테리어했다.
물론 요나단은 티나가 조금 지루해하지 않나 생각한적은 있었다. 특히 그녀가 같은 말을 반복해서 꺼냈을 때 그랬다.
티나는 ‘뭔가’를 더 추구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적어도 요나단에게는 설명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티나는 외국어 학원에 다니고 단체조깅을 시작하고(요나단의 권유로), 기타를 배우고 기공수련을 하고 테니스를 배우는 등 여러 활동들을 시도했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그래서 티나가 딩크의 삶에 완벽히 만족한다고 단언했지만 요나단은 아이를 갖자는 말을 좀 더 강하게 주장하려던 참이었다(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옮길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티나는 상담치료를 받게 되었다.
매주 진행되는 상담에서 정확히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요나단은 오늘날까지도 모른다. 티나는 요나단에게 상담내용을 말해 주려 하지 않았다. 어쨌든 상담내용이 무엇이었든 간에 티나는 자신이 설명할 수 없었던 그 ‘뭔가’를 결국, 하필이면 토마스에게서 발견했다. 요나단과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이자 그리프손&북스에서 마케팅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랬다는 말이다. 이혼 후 토마스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티나를 다시 일터로 돌려보냈으며 그녀와 함께 소박한 방 3칸짜리 집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요나단은 두 사람을 떠올리다가 기가 막힌 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아까부터 형광노란색 나이키 운동화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엉망이 되어버린 인생인가? 그래 놓고는 그에게 ‘성공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이게 조롱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요나단은 크게 콧방귀를 꼈다. 따뜻한 콧김이 새어 나왔다. 그는 ‘이미’ 성공했고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다시 발걸음을 빨리한 그는 강아지용 잔디밭 옆을 지나다, 주인들이 목줄도 안 매고 풀어놓은 강아지의 배설물을 밟을 뻔했고 가까스로 피했다.
요나단은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이폰과 집 열쇠를 넣어둔 스포츠용 암밴드에서 작은 비닐봉투를 꺼내 손가락을 잘 감싼 후 개똥을 조심스럽게 집어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결코,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상황도 정말 화가 났다. 자칭 동물애호가라는 사람들이 불독이나 사냥개를 어울리지 않게 근사한 고풍스러운 집에서 키우면서, 불쌍한 개들이 하루 고작 5분간 산책하며 배출하는 개똥조차도 치울 줄 모르는 것이 짜증스러웠다.
그는 머릿속으로 벌써 <함부르크 신문> 편집팀에 또 다른 이메일을 쓰고 있었다. 새해에는 이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리라! 다른 사람의 삶을 침해하면 본인의 자유가 끝난다는 것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입법기관은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더 강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신발에 개똥이 묻는 것은 명백한 침해라는 것이 요나단의 견해다.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는 침해.
요나단은 다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달리기-앱을 흘깃 보다가 조금 전 잠시 멈춰서는 바람에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이 엉망이 된 것을 발견하고 또 짜증이 밀려왔다. 개똥 더미를 만들어놓은 개와 개 주인을 당장 붙잡아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의 생각은 다시 티나와 토마스에게로 향했다. 아마 둘은 서로 ‘티니와 토미’라는 애칭으로 부르겠지 아니면‘깜찍이’와‘곰돌이’? 누가 알겠나?
요나단은 티나와 토마스가 저렴한 이케아 DIY 가구로 꾸민 거실에 앉아 할인마트에서 구입한 레드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옆에는 두 사람의 딸 타베아─그렇다. 티나가 주장하던 딩크족의 삶이 완벽의 절정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티나는 토마스와 결합하기로 했다고 알린 지 30초 만에 아기를 낳았다─가 미끄럼틀이 달린 친환경 낙엽송 침대 안에서 평온하게 자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티니, 토미 그리고 타비. 이건 마치 휴이, 듀이, 루이 같지 않은가(도널드 덕의 세쌍둥이 조카들 이름-옮긴이).
허름한 집에 사는 휴이, 듀이, 루이. 휴이와 듀이는 요나단을 걱정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한다. 문득 할인마트에서 본 귀여운 굴뚝청소부 모양 초콜릿을 떠올린 휴이는 하나 구입해서 전남편 집 앞에 카드와 함께 두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남편에게 못할 짓을 하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났으니까.
“좋은 생각이야, 휴이!”듀이가 옆에서 맞장구친다.
“그러면 초콜릿 사올 때 마침 세일 중인 와인 한 병 사오는 것도 잊지 마. 오늘 저녁에 파티하자!”
어느덧 요나단이 찬 맥박측정기가 분당 심박 수 172개를 가리켰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다시 발걸음을 늦춰야 했다. 요나단은 자신이 왜 새해 벽두부터 이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티나와 그녀의 새로운 삶을 생각하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를 갈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라이프코치는 처음 두세 번만 상담을 받으면 그 문제를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20시간이나 상담을 받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무능한 코치 역시 요나단의 화를 돋웠다. 당시 코치에게 상담방법이 잘못된 건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는 오히려 요나단이 비협조적이라서 그렇다며 뻔뻔하게 굴었다.
‘보도의 선착장’을 지나면서 요나단은 헤어질 때 티나가 의아하게도 그에게 아무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는 돈도, 생계비도 집에 대한 지분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요나단의 변호사들은 티나가 얼마든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티나는 8년 전 그에게 온 그 모습 그대로 그를 떠났다. 가난하고 박봉인 그래픽 디자이너의 모습으로. 심지어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물했던 BMW미니와 모든 보석들도 그대로 두고 떠났다.
라이프코치는 이혼을 원한 것은 티나였기 때문에 그렇게 함으로써 품위와 예의를 지키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처의 행동에 대한 얼토당토 않는 의견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문제를 가능한 빨리 극복하려고 코치를 예약했던 요나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티나가 법적 권한을 갖고 있던 모든 것을 깨끗이 포기한 이유는 품위 있는 작별이 아니라 요나단이 더는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음험한 조롱일 뿐이었다. 그의 돈까지도. 그것조차도 필요하지 않다는 제스처였다.
20분 후 요나단은 평소와 달리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슈바넨빅에 운동기구들이 있는 체력단련장에 도착했다. 그는 매일 아침 여기서 30분 정도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며 아침 운동을 마쳤다. 이 시간에 요나단 외에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군다나 새해 첫날 아침이니 요나단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람인 것 같았다.
우선 팔굽혀펴기 오십 회, 윗몸일으키기 오십 회 그리고 턱걸이 오십 회. 그는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했다. 운동을 다 마치고 나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스트레칭 중에 자기 몸을 살펴보면서 매일 운동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마흔두 살치고는 아주 생생했다. 체력은 20대 중반과 견주어도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190센티미터에 몸무게 80킬로그램으로 또래들에 비해 날렵한 몸매를 자랑했다. 토마스에 비하면 그랬다. 그는 이미 학생 시절부터 배에 군살이 많은‘배둘레햄’이었다.
그리고 티나의 ‘위대한 사랑’에 비하면 요나단은 숱 많은 검은 머리를 자랑했고 관자놀이 부근만 살짝 희끗희끗할 뿐이었다. 티나는 그런 요나단을 보며 검은 머리칼이 파란 눈동자와 흥미로운 대조를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나는 어느새 그 대조에 흥미를 잃은 듯했다. 불쌍한 토마스는 이미 20대 후반부터 이마가 점점 넓어지며 번쩍이기 시작했고 그 M자형 이마는 아무리 사랑스럽게 생각하려 해도 연륜의 상징으로 보일 뿐이다. 그것뿐인가. 그의 눈동자는 흙탕물 같은 갈색과 투명한 초록색 그 사이 어디쯤이었다.
‘베프’토마스가 여자들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을 때마다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던 기억을 떠올린 요나단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기가 막힌 거다. 당시 토마스의 말을 떠올리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요나단, 너무 낙심하지는 마. 더 잘난 사람이 이기는 걸 어쩌겠냐?” 더 잘난 사람? 나 원 참, 어이없어서! 토마스는 사표를 제출한 이후 ‘프리랜서 마케팅 컨설턴트’로 나섰지만 이는‘실업자’의 완곡한 표현에 불과했다. 성공은 그와는 먼 얘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그만하자. 객관적으로 봐도 모든 면에서 ‘더 못난’ 놈 때문에 티나가 그를 버리고 떠난 이유를 계속 생각하지 말자. 요나단은 어깨를 쫙 펴고 체력단련장 출입구 쪽에 자물쇠를 채워 놓은 산악자전거를 향해 걸어갔다.
자전거 손잡이에 매달린 검은색 가방을 본 요나단은 멈칫했다. 저 가방은 뭐지? 누가 잃어버린 건가? 그런데 왜 하필 내 자전거에 있지? 이상했다. 혹시 티나의 또 다른 ‘관심’의 표현인가? 설마 어디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그는 자전거에 매달린 가방을 빼서 살펴보았다. 마트 계산대에서 구입 가능한, 작게 접을 수 있는 가벼운 나일론 소재의 장바구니였다. 요나단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힘껏 지퍼를 열고 가방 안을 살펴보았다.
남색의 두꺼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요나단은 책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았다. 새 책이었고 고급스러운 가죽표지는 흰색 바느질 땀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똑딱단추가 달려 있었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 50대 이하라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이어리였다.
요나단은 어리둥절했다. 누가 왜 구식 다이어리가 들어 있는 가방을 그의 자전거에 매달아 놓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