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는 시절 그대를 다시 만나다>
折戟沈沙鐵未銷(절극침사철미소) 모래 속의 부러진 창 아직 삭지 않아
自將磨洗認前朝(자장마세인전조) 스스로 들고 닦아보니 옛것임을 알겠네
東風不與周郎便(동풍불여주랑편) 동풍이 주유(周瑜) 편을 들지 않았다면
銅雀春深鎖二喬(동작춘심소이교) 동작대에 봄이 깊어 이교는 갇혔으리
- 赤壁(적벽) : 삼국시대 오나라 주유(周瑜)가 조조의 군사를 격파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의 현장이다. 적벽의 위치와 관련해 이설이 분분하다. 지금의 호북성 적벽시 서북쪽의 적벽산(赤壁山), 호북성 가어현(嘉魚縣) 동북쪽 장강의 남안(南岸), 호북성 무한시 서쪽의 적기산(赤磯山), 호북성 황강시(黃岡市) 황주(黃州)의 적벽산 등이 그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첫 번째 설을 택해 이곳을 ‘삼국적벽’으로 부르고 있다. 시 제목이 ‘적벽회고(赤壁懷古)’로 된 판본도 있다.
- 折戟沈沙鐵未銷(절극침사철미소) : 침사(沈沙)는 모래 속에 묻혀 있다는 뜻이다. 철미소(鐵未銷)는 쇠가 아직 삭아 없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 自將磨洗認前朝(자장마세인전조) : 장(將)은 손에 들고 있다는 뜻이다. 마세(磨洗)는 갈고 씻는 것을 말한다. 전조(前朝)는 이전의 조대(朝代)인 삼국시대를 가리킨다.
- 東風不與周郎便(동풍불여주랑편) : 동풍(東風)은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이 제사를 지내고 빌었다는 동풍을 뜻한다. 주랑(周郞)은 오나라 장수 주유(周瑜)를 가리킨다.
- 銅雀春深鎖二喬(동작춘심소이교) : 적벽대전에서 동풍이 불지 않았다면 이교(二橋)는 모두 조조의 포로가 되어 끌려갔을 것이라는 의미다. 동작(銅雀)은 지금의 하북성 임장현(臨漳縣)에 있던 동작대(銅雀臺)를 가리킨다. 건안 15년(210) 조조가 지은 누각이다. 꼭대기에 구리로 만든 참새가 있어 이같이 불렸다. 조조의 애첩과 가녀(歌女)들이 모두 여기에 살았다. 이교(二喬)는 교공(橋公)의 두 딸인 대교(大橋)와 소교(小橋)를 가리키며 ‘이교(二橋)’라고도 한다. 첫째는 손권의 형 손책(孫策), 둘째는 주유에게 시집갔다.
‖감상‖
이 시는 작자가 적벽을 지나면서 적벽대전의 영웅 주유를 떠올리며 지은 영사시(詠史詩)다. 작자는 주유가 동풍(東風) 덕분에 승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러왔다는 항간의 얘기를 믿은 듯하다. 청조 왕요구(王堯衢)는 『고당시합해(古唐詩合解)』에서 “두목은 병법에 정통했다. 이 시에는 주유를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는 면이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작자는 자신의 회재불우(懷才不遇)에 대한 불만을 이 시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