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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9. 2017

04.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1번, 우유니의 땅_볼리비아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자연이 만든 완벽한 데칼코마니


호수와 사막을 오가는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

밤길을 달려 우유니에 도착했습니다. 가급적 야간 운행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 벌판에 텐트를 치고 머무는 것보단 220km를 더 달려 도시로 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페루의 마추픽추와 함께 늘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 1번을 다투고 있는 살라르 데 우유니, 우리말로는 ‘우유니 소금 호수’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사막이고 비가 와 물이 차면 호수라고 합니다. 지금은 비가 오지 않아 사막입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시 라파스(Lapaz)

이 나라의 공식적인 수도는 수크레(Sucre)지만, 헌법재판소만 그곳에 있을 뿐이고 실질적인 수도는 해발 3,800m에 자리한 이곳 라파스입니다. 찌그러진 세숫대야 안에 담긴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하늘에 가까운 이 도시는 사방으로 안데스 자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게다가 크고 작은 수많은 협곡들이 도시 안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암괴석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바람과 세월에 깎인 게 아니고 마치 땅에서 솟아나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급히 움직이면 숨이 차는 이 도시에서 늘 머릿속에서 맴돌던 단어는 혼돈, 카오스, 무질서입니다. 먼지와 소음, 바람에 나뒹구는 쓰레기 더미, 상상을 초월하는 난폭운전……. 안데스 자락에 자리 잡은 오래된 고도, 찬란한 옛 문명의 중심 도시라는 말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환상 속의 설명이었습니다.

마침 우유니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볼리비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 오루로(Oruro)를 거쳐 우유니로 다시 되돌아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 호수

닷새 동안 매일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위를, 자연이 만든 완벽한 데칼코마니 위를, 어디가 수평선이고 어디가 지평선인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모르는, 신비롭기조차 한 우유니 소금사막 위를 우리는 우리 차로 달렸습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날들이 바로 우유니에서 보낸 요 며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유니 소금 사막에는 입장료가 없습니다. 대신 꼭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세차비입니다. 투어로 가는 사람들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자기 차로 가는 사람은 밥을 굶더라도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소금 위, 소금물 위를 달리기 때문에 온통 소금투성이가 되어 금속에 가장 나쁜 영향을 끼치는 녹이 슬기 시작합니다.


스티커가 벗겨질 정도의 센 수압으로 차체에 붙은 소금기를 제거하는 품새가 보통이 아닙니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꼼꼼히 하는 세차는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놀랍게도 여섯 명이 붙어서 한 시간이 넘도록 안팎으로 털고 씻고 문지르고 닦습니다. 증기세차와 하부 코팅제를 바르는 것을 보고 은근히 세차비 압박이 시작되었지만 놀랍게도 세차비는 13,000원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이 3,000달러 정도인 이곳에서는 적정한 수준의 금액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무척 고마운 액수였습니다. 매일 소금 사막을 달리고, 매일 세차를 하였습니다.

Tip 외국인이라 억울한 이중가격제


볼리비아는 유류의 이중가격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국민에게는 리터당 우리 돈으로 600원쯤인 디젤유를 외국인에게는 공식적으로 1,600원이나 받고 있습니다. 숙소의 호스트에게 리터당 5BS(볼리비아노, 약 900원) 줄 테니 남는 건 너 하라고 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자국인이 기름통을 가지고 와서 살 경우 1인당 20리터로 구매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우유니 시내의 세 군데 주유소를 왔다 갔다 하며 즐겁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나중에는 주유소에서 직접 협상을 했습니다. 영수증은 필요 없으니 싸게 넣어 달라고. 한 곳에서도 거절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잔꾀만 늘어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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