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아침, <더굿북>의 김혜연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만약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이라는 책에서 만난 ‘나를 괴롭히는 수많은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크라테스의 일화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2400년 전이었습니다. 아테네의 소크라테스는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많은 사람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그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소크라테스는 죽기 직전에 참 아리송한 유언을 남겼습니다.
“여보게,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대신 갚아주게.”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을 뜻합니다. 의술의 신에게 닭을 빚졌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말입니다. 그럼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하루를 살펴볼까요?
소크라테스의 사형 집행일입니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이 감옥으로 면회를 왔습니다. 사람들은 슬픔과 위로의 말을 던졌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여자들을 먼저 돌려보낸 뒤 남은 이들과 영혼의 존재와 불멸에 관해 토론을 벌였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은 존재하며 불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친구 크리톤이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간수가 오늘만큼은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군. 말을 많이 하면 독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면 독배를 두 잔, 석 잔 마셔야 할 수도 있다네.”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두 잔이고 석 잔이고 마시면 되지 않나. 될 수 있는 대로 죽음의 상태에 가깝게 살려고 애쓰던 사람이 막상 죽음을 마다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닌가?”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차분한 표정으로 독배를 마시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감옥 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에 독 기운이 퍼지게 말입니다. 발과 다리가 무거워지자 소크라테스는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대신 갚아주게.”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병이 나면 약과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병이 나으면 감사의 표시로 닭 한 마리를 신전에 바쳤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유언은 유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것입니다. “독약의 약발이 제대로 받는군. 한 잔이면 충분해.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남의 죽음을 놓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농담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자기 죽음을 놓고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위대함은 자기 죽음을 놓고 말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왜 사형선고를 받았을까요? 다른 신을 섬기고 청년들을 부패시킨다는 이유였습니다. 이것은 모함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에 따라 행동했고, 청년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일에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광장에서, 길에서, 시장에서 덕과 우정, 정의와 사랑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청년들의 정신을 깨웠습니다.
그가 말한 ‘죽음의 상태에 가까운 삶’은 에고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가 귀를 기울였다는 이성의 소리는 바로 진리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다만 육신이 무너질 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미 삶과 죽음, 그 너머에서 육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언하는 순간에도 유머를 던질 수 있었습니다.
어떠세요? 혹시 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놓고도 유머 하나 던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조금 더 넓어진 눈, 조금 더 깊어진 눈으로 마음을 써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여유와 웃음을 선사하세요.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아침>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