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태평양, 안데스, 평원과 화산, 그리고 적도를 가진
험준한 협곡, 악마의 코로 향하는 지붕열차
에콰도르의 명물 지붕열차를 타보려고 먼 길을 돌아왔는데, 많은 블로그나 여행 서적의 내용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북쪽의 리오밤바(Riobamba)에서 매일 출발하였습니다만 지금은 그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단 한 차례만 출발합니다. 지금은 이곳 알라우시(Alausi)에서도 매일 아침 8시에. 한 차례만 운행합니다. 운행시간과 운행 구간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편도 40분가량 운행하는 짧은 구간임에도 1인 왕복 요금이 무려 30$입니다. 일명 ‘악마의 코’라는 이름을 가진 저 산을 휘감아 오르내리는 선로를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고가 있었을지 한눈에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험난한 구간입니다.
지붕열차는 원래 화물차만 있었고, 스릴을 즐기며 어찔한 체험 관광을 했는데 승객들이 화물차 지붕에 올라가서 워낙 사고가 많이 나서 폐지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승객이 많이 줄었다고 하니 세상 참 묘합니다.
바다 아래부터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 침보라소(Chimborazo)
다시 북으로 진로를 바꾸어 침보라소 화산을 찾았습니다. 측정방식에 따라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흔히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산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만 이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입니다.
지구 중심핵에서 재면 적도상에 있는 이 침보라소 화산이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합니다. 지구는 대단한 스피드로 자전을 하며 돌기 때문에 적도부근이 가장 원심력이 크고 가장 많이 늘어나게 되어 이론적으로 이 논리가 성립된다고 합니다.
어쨌건 해발은 6,268m로 당연히 에콰도르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산정입구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신상기록을 체크한 후 8km를 더 올라갔습니다. 해발 5,000m가 가까워져 오자 호흡이 가빠지며 동공도 아프고, 심한 두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동차의 구동력도 현저히 떨어짐을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4,800m 지점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000m 지점의 전망대까지 올라갔습니다.
한 시간가량 지켜보고 있었으나 구름에 덮인 정상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해발 5,000m, 내 생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와 보았다는 사실, 또 내 차를 직접 운전하여 해발 4,800m 높이까지 올라왔다는 기록을 세운 사실만으로 만족하고 내려왔습니다.
액티비티를 즐기는 자들의 천국, 바뇨스
안데스에 와서는 내비게이션도 다음 행선지를 조회하다가 놀랄 때가 많습니다. 직선거리는 50km 정도인데 경로를 확인하면 200km가 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그만큼 산은 높고, 덩달아 계곡도 깊어져 길이 험하다 보니 꼬불꼬불 돌고 돌아서 올라갔다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똑똑하던 내비도 엄청 실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까지 알려줍니다만 여기서는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길은 참고사항일 뿐, 모든 건 운전자인 나의 책임입니다. 이날도 그랬습니다.
구름에 가려 화산 구경도 허탕을 치고, 직선 30km 거리가 60km로 표시되어 2시간 정도로 각오하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내비가 엉뚱한 산길로 안내하여 다른 길로 되돌리고, 되돌아오는 다른 길이 산사태로 막혀 또 되돌고 하느라 30km의 거리를 결국 6시간 넘게 헤매다 밤늦게야 바뇨스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액티비티의 천국 바뇨스(Banos)는 모험을 즐기는 젊은 여행자들이 꿈처럼 여기는 곳입니다. 계곡에서 번지점프, 외줄 타기, 계곡 인라인, 짚라인, 별별 신기한 종목들이 다 있습니다. 우리 집 청춘도 외줄에 매달려 고함을 지르며 계곡을 건너갔다가 오더니 다시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합니다. 나는 되려 돈을 준대도 저런 건 못 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