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질문의 힘, 결정적 질문>
앞에서 일곱 가지 나쁜 질문 중 하나로 ‘유도질문’을 들었는데, 이 유도질문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면 사람의 마음을 손쉽게 움직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유도질문이란 잘못된 전제를 포함한 질문으로, 질문자는 이를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변 호 사) “이 제품의 평판이 왜 좋은지 증인은 알고 있습니까?”
(상대변호사) “이의 있습니다! 유도신문입니다. 이 제품의 평판이 좋다는 사실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본 재판의 쟁점입니다.
이 질문은 얼핏 ‘증인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는 것으로 들리지만, 그 아는 대상이 ‘이 제품의 평판이 좋은 이유’라는 것이 문제다. 이 질문에는 제품의 평판이 좋다는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즉 질문 자체가 오류이다. 따라서 이 질문에 증인이 “예.”라고 답하든 “아니오.”라고 답하든 제품의 평판이 좋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유도질문은 잘못된 결론을 끌어내는 강력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재판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다.
사실은 “이 제품에 관한 좋은 평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예.”라는 대답을 얻은 경우에만 위와 같은 질문이 성립된다. 유도질문은 이처럼 재판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나도 유도질문에 감쪽같이 속은 적이 있다. 나는 아이지현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도쿄로 나와 생활했다. 그런 이유로 혼자 지낼 원룸을 찾는 도중에 부동산으로부터 두 곳의 물건을 소개받았다. 둘 다 보고 부동산 사무실에 돌아왔더니 부동산 아저씨가 이렇게 질문했다. “두 군데 중에 어디가 나아?” 사실 나는 둘 다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질문을 받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아서 “두 번째 집이 낫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그럼 그걸로 해야겠네?”라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 버렸다. 그 결과 나는 학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업무 현장에서도 이런 유도질문이 자주 쓰인다.
(영업사원) “이 자동차는 연비가 무척 좋습니다. 그런데 색상은 검정과 흰색 중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고 객) “검정이 낫네요.”
(영업사원) “예. 저도 검정을 좋아합니다. 아주 차분하거든요. 2,000cc와 2,500cc가 있는데, 무엇이 더 좋으십니까?”
(고 객) “글쎄요. 가격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영업사원) “아, 그러세요? 견적을 내드리겠습니다. 지급은 현금으로 하시나요, 아니면 할부로 하시나요?”
(고 객) “현금으로 하겠습니다.”
(영업사원) “감사합니다. 참고로 자동차는 다음 주말이나 그다음 주초에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언제가 좋으십니까?”
이 영업사원은 ‘사겠느냐, 사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배제하고 당연히 산다는 전제하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답변자는 그 전제에 묶인 채 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변호사들도 채권을 회수할 때 다음과 같은 유도질문을 활용한다.
(변호사) “3천만 원을 지급하셔야 하는데 즉시 지급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한 주 정도 기다릴까요?”
(채무자) “잠깐만요. 그렇게 빨리는 무리입니다. 이것저것 의논해봐야 합니다.”
(변호사) “하지만 일부라도 즉시 지급하셔야 합니다. 그럼 금액을 3백만 원으로 할까요, 아니면 1천만 원으로 할까요?”
(채무자) “3백만 원으로 해 주세요.”
(변호사) “그런데 기일을 미루면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위약금에 대한 보증인을 붙이시겠습니까, 아니면 담보를 제공하시겠습니까?”
이 변호사는 ‘지급하겠느냐, 지급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배제한 채, 처음부터 당연히 지급한다는 전제하에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는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전제가 들어 있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이처럼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뒤에는 세부 조건만 교섭하면 되니 일이 훨씬 간편해진다.
계약서에 서명을 받을 때도 이 유도질문을 활용할 수 있다. 일단 계약서 옆에 연필을 꺼내 놓는 것이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 연필을 쓸 리가 없다고 생각한 고객은 “어? 연필로 서명합니까?”라고 물을 것이다. 이때 잽싸게 “이런, 잘못 꺼내놨네요.”라며 볼펜을 내밀어 곧바로 서명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연필로 서명할 리가 없다.”는 생각 자체에 이미 “서명을 한다.”는 전제가 되어 있어 ‘서명을 하느냐, 마느냐?’는 질문이 배제되는 것이다. 대신 계약서에 서명하는 도구가 ‘연필인가, 볼펜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만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유도질문이 있다.
① “배달은 언제가 좋으십니까?” - 상품을 주문한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질문
② “이 중 어떤 색상을 먼저 입어 보시겠습니까?” - 옷을 입어 본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질문
③ “당사 제품의 품질에는 여전히 만족하십니까?” - 제품의 품질에 만족하고 있었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질문
상대를 이처럼 강력한 힘으로 유도하는 유도질문을 실제 상황에서도 잘 활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