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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2. 2017

07. 상처를 몸속에 머물게 하면 벗어날 수 없다.

<왓칭 수업>

10여 년 전의 일이었어요. 어느 날 출근해보니 후배들이 수군거리고 있었습니다.

“김 선배님, OO선배님이 여기 부장으로 온대요. 알고 계세요?”
“어, 그래?”

저의 몇 년 후배가 부장으로 온다는 거였어요. 갑자기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지요. 저는 다음 날 아침까지도 설마 했어요. 하지만 벌써 방이 붙어 있었습니다.

엄청난 배신감이 밀려왔어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기자였거든요. 특히 바로 전엔 워싱턴 특파원으로 미국 고위관리들을 수시로 특종 인터뷰해 명성도 날렸었습니다. 특종상, 우수상, 공로상… 잘한다며 상을 줄 땐 언제고 졸지에 그런 모욕을 주다니요? 후배들의 눈길이 창피했어요.

그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영 잠이 오지 않았어요. 회사를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어요. 아이들도 아직 어린 데다 저는 할머니와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장남이었거든요. 후배에게 처음으로 추월당하는 일이라 몇 달간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물론 제가 ‘왓칭’을 알기 이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직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요. 또 한 번은 제가 퇴근하려는데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선배가 물었어요.

“집이 나랑 같은 방향인데 태워줄 수 있지?”

저는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태워다 줬지요. 그런데 그 이후로 매일 태워다 달라는 거지 뭡니까? 기막힌 일이었지요. 왜냐하면 그 선배 집은 제집에서 20분이나 더 가야 하니 제 퇴근 시간이 무려 40분이나 더 길어지는 거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당시 퇴근길에 차 안에서 라디오 AFKN에서 나오는 영어뉴스를 청취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선배는 자신의 차는 아내가 수영 학원 다닐 때 쓰게 하고 대신 제 차를 타고 다니는 거였습니다. 나만의 귀중한 시간이었던 퇴근길이 점점 고역으로 바뀌고 말았지요. 치미는 화를 꾹꾹 참고 지내려니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분노나 배신감, 절망감 등 부정적 감정이 생기면 왜 이처럼 괴로운 걸까요? 그건 우리가 ‘몸이 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 마음도 내 몸속에 들어있어’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래서 화가 나도 내 몸속에 가둬놓고, 배신감이 들어도 내 몸속에 가둬놓게 되거든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몽땅 내 몸속에 가둬놓는다면 몸이 배겨낼 수 있겠습니까?

모든 감정과 생각은 에너지의 물결이에요. 부정적 에너지의 물결이 내 몸속에 가득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몸이 나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하는 건 생각이 만들어내는 물질세계에 빠져서 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두뇌에 날아든 순간 여러분의 무한한 마음은 무수히 많은 낱개의 작은 마음조각들로 쪼개집니다. 두뇌만큼 작아지는 거지요.

그 작은 마음조각에 ‘생각의 필름’을 집어넣으면 인생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해요. 그래서 모든 걸 물질로 인식하고, 더 많은 물질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돼요. 그래야만 몸의 생존이 보장되니까요. 두뇌도 그 범위가 좁지만, 우리의 육안도 시야가 아주 좁아요. 무한한 우주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티끌만큼만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시야가 좁고 어둡다는 사실을 잘 몰라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각기 ‘내가 보는 게 옳아’라고 외칩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갈등과 문제가 생기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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