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
호주는 최저임금이 높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2016년 7월부터 시급 17.29호주달러(약 14,900원)에서 시급 17.70호주달러(약 15,250원)로 올랐다. 우리나라 2016년 최저임금(시급 6,030원)보다 2.5배가량 높다. 그런데도 호주 경제는 잘 돌아간다. 최근에는 호주를 지배했던 영국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높아졌다. 영연방 국가의 일원인 호주의 1인당 GDP는 2000년 2만1,000달러(USD)에서 2014년 6만1,000달러(USD)로 2.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영국은 2만8,000달러(USD)에서 4만6,000달러(USD)로 1.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호주의 경제성장률도 높다. 1991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래로 25년간 계속해서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당시에도 호주 경제는 2.6% 성장했고, 그 여파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2009년에도 호주는 1.8%의 준수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최저임금이 논란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연방 최저임금을 시급 15달러(약 17,250원)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본인의 최저임금 12달러 공약을 15달러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뉴욕시는 2018년까지 15달러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최저임금을 경쟁적으로 끌어올리는 이유는 뭘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촉발된 ‘불평등 심화’ 논란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 한 번 불평등의 심화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세계적 저성장이 지속하는 배경에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다’, ‘근로자들 간의 임금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자들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 소비도 살아나고 경제도 선순환한다는 공감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득의 증가와 임금 격차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을 불안 하게 만드는 ‘원치 않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도 몇 년 전에 최저임금을 올리자 아파트 경비원들이 대거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이 많아진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추계에 따르면 300만 명가량이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본다. 소득을 올리고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 이외에도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부가가치를 향상하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저임금에만 의존하는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추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경제가 건강해지는 효과가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근 들어 매우 가파르다면서 기업들에 부담을 많이 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얘기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얘기도 된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호주나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아직 많이 낮은 편이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의 비교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중으로 비교해봐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높은 편은 아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