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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3. 2017

08. 태초를 간직한 초록의 밀림_코스타리카

<내 차로 떠나는 세계 여행 2>

맹수가 나올 것만 같이 우거진 녹음


정글을 방불케하는 코스타리카 국경

파나마 국경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코스타리카 공화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양국의 출입국관리소 구역 내부인데도 엄격하거나 삼엄한 경비 같은 건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대신 길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와 얽혀 있는 덩굴들이 국경이 아니라 정글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정글을 지나 들어간 세관은 혼잡스럽다 못해 마치 시장판 같습니다. 가게도 많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노점상들, 세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까지. 37도를 넘는 무더위지만 모두 분주합니다. 좋게 표현하자면 활기가 넘칩니다. 입국장에서 여권에 입국 스탬프를 찍고, 자동차 통관을 위해 옆 사무실에 자리한 아두아나(Aduana)로 갑니다. ‘세관’입니다.

복사 요구도 간단하게 여권 앞면, 자동차 등록증 사본, 자동차 보험증서 이 세 가지만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에선 민원인에게 밖에 나가서 복사해 오라고 하면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고, 뉴스에 나올 만한 사안이지만 여기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길 건너 복사 가게가 있습니다. 1달러, 세 장을 복사하고 1달러면 무지 비싸지만 파나마 콜론에서 겪은 생고생을 생각하니 너무나 간편하고 쉽고 저렴해서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세 중립국가인 코스타리카의 나라 이름은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입니다. 태평양 연안의 바다도 풍요롭지만, 국토는 더욱 풍성하고 초록의 여유가 부럽도록 넘칩니다. 우리나라 절반 정도인 좁은 국토이지만 불과 5백만 명 정도의 국민 모두가 여유롭게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모티브가 된 원시림

일부러 찾아 들어간 첩첩산중이 아닙니다. 하룻밤 머문 길가의 호스텔의 마당에서 바라보는 뷰가 이렇게 나옵니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라고 합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라고 합니다. 국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금방이라도 맹수가 나올 것 같은 우거진 녹음 때문에 자꾸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벌레가 무섭다고, 뱀이 나온다고, 악어가 나온다고, 원숭이가 덤빈다고 절대 내리지 않습니다.


며칠 새 수많은 동물을 만나 봅니다. 동물원에 가지 않고 이렇게 많은 야생동물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판 아메리카 하이웨이를 달리다가 교량 위에 사람들이 걸터 서서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차를 세워두고 거슬러 걸어가 보았습니다.


세상에! 득시글거린다는 표현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악어가 있습니다. 3m, 4m는 족히 될 거대한 악어가 100마리가 넘을 정도로 떼 지어 있습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하고 잔인한 동물로 여기고 있었던 악어를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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