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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7. 2017

10. 마야 문명의 역사를 품다._과테말라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2>

밀림 속에 우뚝 솟은 마야의 피라미드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자연 속에서 캠핑


보이지도 않는 국경선을 넘어 과테말라로 입국했습니다. 소도시 치키물라(Chiquimula)에서 타이어 2짝을 교환하고 출발하려 했으나 다들 몸 상태들이 좋지 못합니다. 일정을 포기하고 하루 더 쉬기로 합니다. 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호텔로 돌아와 하루 더 머물겠다고 하니 예약이 차서 방이 없다고 합니다. 서둘러 검색하여 숙소를 옮겼습니다. 캠핑도 가능한 호텔이라 지난밤 과용한 호텔비도 보충할 겸 모처럼 텐트를 쳤습니다.


수천 그루의 망고나무 숲 속에서 캠핑해 보신 분? 끈적끈적한 과즙이 철철 넘치는 잘 익은 망고를 실컷 따먹고, 많이 챙겼습니다. 여기 머무를 동안이라도 실컷 먹을 만큼 땄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이 호텔 안에서 망고는 무료입니다.


이튿날 찾은 캠핑장에서는 새소리, 동물 소리를 들으며 여태 경험 못 해본 숲 속 캠핑을 경험하려 하였으나 원숭이들의 습격을 조심하라는 안내문을 보고 캠핑을 포기하였습니다. 에어컨은 없으나 대신 개별 모기장이 있는 방을 선택했습니다. 오랜만에 모기장 안에서 잠들면 평온하게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양철 지붕 위로 과일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몇 번이나 잠이 깨었습니다.


날카로운 쇳소리 같은 새소리, 사랑에 빠진 프랑스 소녀가 속삭이듯 감미로운 새소리, 이름도 모양도 모르는 풀벌레 소리, 합창하듯 조화로운 개구리 울음소리, 간간히 반주처럼 낮게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짐승의 포효, 촉수 낮은 희미한 전등가를 맴도는 벌레, 벽에 거꾸로 붙어있는 도마뱀, 그리고 색바랜 커튼 사이로 보이는 남국의 별…. 숲 속의 밤은 더위에 지친 낮보다 더욱더 분주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마야 문명의 본산티칼(Tikal)

전통 농업국가인 과테말라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를 꼽으라면 마야문명의 본산 티칼 유적지가 으뜸입니다. 온두라스에서도 마야 유적지를 보았습니다만 규모도 몇 배나 크고, 관리 상태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서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찾아갔습니다.


무너지고 피폐해져 가는 유적들을 보노라니 이 첩첩산중 깊은 밀림 속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이어오다 사그라든 이 문명과 오늘날 이토록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 현대 문명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 외진 곳에 서서 삶이 소중한 이유도 생각해 봅니다. 헐뜯고 힐난하고 싸울 여유가 없습니다. 아끼고, 사랑하고, 보듬고, 격려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입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숲길을 걸어 내려오며 나도 모르는 새 저절로 ‘황성옛터’의 노랫말을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대한 바위산들도 허물어집니다.
찰나 같은 우리네 삶도 순식간에 사그라진다는 걸
늘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잊지 말고, 열심히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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