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고 가는 세계 여행 2>
얽히고 설킨 인디오와 유럽과 미국
멕시코와 스페인의 혼합 문화를 보여주는 푸에블라
푸에블라(Puebla)는 멕시코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이 도시에는 멕시코 특유의 문화와 스페인의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1531년 이곳을 침략한 에스파냐인들은 시가지에 바로크 방식의 건물들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여기에서도 바로크 예술의 정수를 모은 산토 도밍고 대성당과 대주교의 궁전을 비롯해 수많은 에스파냐 지배층 저택 등의 유적들을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종교서적이나 종교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이 여느 도시보다 많습니다. 신앙심이 깊은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시 중심부는 물론, 도시외곽 곳곳에서도 의아할 정도로 많은 성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 비참한 원주민 학살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1519년 이 지역에 도착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곳 원주민들의 거친 저항을 받았고, 이에 많은 피해를 입은 정복자들은 중남미 정복 역사상 가장 잔혹한 대학살을 저지릅니다. 5,000명 이상의 원주민이 학살되었으며 그들의 신전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모두 365개의 성당을 건설해 세웠다고 합니다. 하루에 한 채씩.
유적 전시의 혁신,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으로 간주하고 다녔습니다. 미술을 몰라도 미술관에 가는 건 좋아하지만 박물관은 그다지 즐겨 찾지 않았습니다. 유적은 원래의 그 유적지에 있는 게 가장 좋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유적 전시장의 혁신입니다. 유물의 배치나 조명 등도 일류백화점 수준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유물의 이해를 돕고자 마련된 밀랍 인형들도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열람을 위한 동선 구조도 루브르나 오르세 박물관 등 유럽의 유명 전시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모든 시설이나 구조, 배치 등이 1964년,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만들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단 하나의 기둥은 전체 천정을 떠받치고 있는 동시에 분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2천년 된 생명의 나무 ‘툴레’를 형상화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태까지 다녀본 아메리카 대륙은 우리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기 때문에 독창적인 문화를 느끼기 힘들었으나 멕시코는 많이 달랐습니다. 비록 겨우 하루 다녀본 박물관 탐방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멕시코의 높은 문화 의식과 마야 문명과 아즈텍 문명의 경외심도 가지게 될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