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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17. 2017

02. 왜 맥도널드는 빨갛고 맥카페는 검을까?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

슈퍼의 매장 입구 주변에는 대개 과일과 채소 판매대가 있다. 음식점의 입구에도 계절감이 넘치는 장식을 하거나 색이 선명한 식재료, 해산물, 채소 등을 디스플레이하는 곳이 많다. 이는 인간의 심층심리에 근거한 판매수법의 하나다.

인간은 ‘색’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비즈니스에서도 ‘색’ 사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그중 하나가 ‘색채 조절’이라는 테크닉이다. 인간은 스스로 더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주변 환경(주거와 직장)의 색채를 조절한다.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는 빨간색과 오렌지색처럼 포근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따뜻한 계열의 색을 음식과 메뉴판, 인테리어에 자주 사용한다. 또 반대로 파란색이나 초록색처럼 차가운 계열의 색은 차고 시원한 느낌을 주므로 바(BAR)나 다이닝 등의 식당에 많이 사용된다.

이 목차의 첫머리에서 계절감 넘치는 색을 이용해 음식점 입구를 선명하게 연출한다고 썼다. 이는 색이 가져오는 심리 작용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기대감을 환기시켜 고객을 식당에 불러들이려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점포 안에 흐르는 배경음악(BGM)도 신중하게 고려해서 선곡한다. 얼마 전까지는 유선방송이 많아서 선곡의 자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정해진 곡이 흘러나오는 유선방송을 끊고 직접 앰프와 플레이어를 마련하여 매장에 어울리게 선곡하는 식당도 늘었다.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AP)나 하이레조(ハイレゾ, 고해상도 음원인 Hi-Res Audio의 약칭으로 일본의 경우 고해상도 음원을 구현하는 하드웨어를 포함하는 말-역주)의 보급으로 더 좋은 소리에 관심이 있는 업주와 점장이 많아졌고 사이드웹 카페의 붐과 함께 BGM에도 공들이는 점포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소리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예를 들어 매장에 템포가 빠른 곡이 나오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느린 곡을 틀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결과 추가 주문 수도 늘어나서 매출이 올라간다. 참고로 ‘작별[蛍の光, 원곡은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이라는 유명한 스코틀랜드 민요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시대에 작별, 헤어짐을 뜻하는 가사가 붙여져 널리 애창되었다 -역주]’이 매장에 흐르면 고객은 “앗, 폐점 시간이다. 서둘러야 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국의 마케팅학자 로널드 밀리먼(Ronald Milliman) 박사가 실시한 연구로도 증명되었다. 밀리먼 박사의 실험에서는 슈퍼마켓에 템포가 빠른 BGM을 틀면 느린 BGM이 흘러나왔을 때보다 점내에 있는 사람들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매출이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 즉, 인간에게는 비교적 템포가 빠른 음악을 들으면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게 되며, 템포가 느린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풀어지고 느긋해지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슈퍼 등의 소매점에서는 BGM을 매출을 올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음식점에서는 템포가 빠른 BGM을 흘려보내면 고객이 음식을 빠르게 먹고 서둘러 돌아가기 때문에 도리어 주문량이 늘지 않는다(고객이 빨리 돌아가서 회전율이 높아지는 장점은 있지만). 따라서 느린 BGM을 틀어야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고 주문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가끔 개점 직후의 세련된 바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면 매장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나와서 “어라? 세련된 곳에 웬 7080 발라드가?”라며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그런 음식점에서는 통상 재즈나 클래식 장르를 선곡하는데 영업 개시 전에는 직원이 좋아하는 곡, 예를 들면 제3세계 음악이나 팝 음악을 틀기도 한다. 점장이 중년이라면 바와 어울리지 않는 옛날 노래를 듣다 개점 후에 장르를 바꾸는 것을 깜빡 잊어버려서 그런 경우도 있다. 음식점의 직원에게는 이런 점도 충분히 주의를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색깔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색은 구원을 의미한다”고 했던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 중이던 1937년에 그린 회화 <게르니카>에서 색채를 일절 배제했다. 당초에는 그렇게 높이 평가를 받는 회화가 아니었으나 전후에는 반전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다. 이렇게 색에는 시대를 반영하거나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것은 의료계에서도 증명되었다. 의료시설의 인테리어는 치유되는 느낌을 주는 공간 조성을 위해 천장과 벽, 가구에 빛의 반사율 50퍼센트를 크게 벗어나는 명도의 색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마침 인간의 피부색이 그 기준에 맞아 병원 인테리어에 그 색을 참고한다고 한다.

색은 음식점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색의 작용에 따라 고객도 어느새 색의 마법에 빠진다. 색을 잘만 활용하면 매출과 이익을 향상시키고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다.


그래서 맥도날드는 빨간색!

빨간색은 사람에게 시간의 경과를 길게 느끼도록 한다. 따라서 단시간 쇼핑을 주력으로 하는 셀프판매점이나 시간제한이 있는 뷔페, 높은 회전수를 지향하는 패스트푸드점 등에 빨간색을 쓰면 좋다.


맥도날드는 타임세이빙 매장이다. 즉 상품을 구입하고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켜서 회전수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다.

맥도날드의 햄버거는 1개당 100엔이고 원가는 45엔쯤 한다. 포테이토나 드링크의 원가는 20엔 정도다. 보통 이 둘을 묶어 세트로 판매한다. 주력 상품인 햄버거를 100엔에 파는 이유는, 150엔에 팔면 고객의 수가 절반이 되는데 그럴 바에야 100엔에 팔아서 고객을 2배로 불러들이겠다는 비즈니스모델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맥도날드의 한 제품이 음료 관련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그 제품이 무슨 제품이었는지 아는가?

바로 100엔짜리 ‘커피’였다. 물론 맥도날드보다 맛있는 커피는 다른 가게에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100엔에 그 정도 맛이라면 나쁘지 않다” 라고 생각했다. CP(Cost Performance, 코스트 퍼포먼스, 비용 대비 효과)로 보자면 맥도날드 커피가 탁월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맥도날드를 이끌었던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 일본의 경영자-역주) 사장은 이렇게 생각했다.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22시 이후에는 매장에 고객이 거의 없다. 이래서는 기껏 차려놓은 공간이 아깝다. 그러니 오후 6시까지 공짜 커피에 빵을 판매하자!’라고. 이것이 맥도날드 카페의 시초다.

빨간색에서 검은색으로. 도내에 있는 점포 중 몇 곳에 ‘검은 맥’이 생겼다. 검은색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어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한 ‘맥카페’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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