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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20. 2017

06.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 ♬

                                                                              




책 듣는 아침, 김혜연입니다.
     
시끄러운 정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제고, 그 경제가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IMF 시절보다 더 힘들다는 요즈음 경제, 오늘은 <더굿북>에서 처음 출간한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라는 책에서 ‘라 과르디아’ 이야기 한 편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라 과르디아 공항(La-Guardia)


뉴욕의 ‘라 과르디아’ 공항을 아는 사람은 제법 있겠지만, ‘피오렐로 라 과르디아’ 뉴욕시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케네디 공항이 미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공항이라면, ‘라 과르디아 공항’은 김포공항처럼 국내선 전용공항이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공항에 그의 이름을 붙였을까?
     
피오렐로 라 과르디아는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이다. 이탈리아어로 피오렐로는 ‘작은 꽃’이다. 그의 키는 채 160이 되지 않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할 정도로 용감했다. 그는 공화당 정치인이었지만 대공황 시절에는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지지했다. 정당은 달랐지만, 루스벨트와의 연정과 협치를 통해 뉴욕시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중교통을 통합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했으며, 고속도로, 다리, 터널, 공항을 건설하고 시민을 위한 공원과 놀이시설도 확충했다. 집안 배경과 연줄을 통한 공무원 채용에서 벗어나 능력에 따른 채용과 인사를 정착시킴으로써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 그 결과 그 어려운 대공황 시절에 뉴욕시장을 세 번이나 역임했다.
     
그는 대공황을 극복했던 훌륭한 뉴욕시장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판결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뉴욕대학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이기도 했다.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급증했던 1935년 겨울, 그는 즉결사건을 다루는 야간법정의 1일 판사로 봉사하고 있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절도혐의로 법정에 끌려왔다. 빵 한 덩이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라 과르디아가 노인에게 물었다. “전에도 빵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처음입니다.” “왜 그런 일을 했습니까?” “죄송합니다, 판사님. 최근 직장을 잃었고 집에는 버림받은 딸과 두 손녀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판사는 잠시 후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절도행위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노인에게 10달러의 벌금 또는 10일의 구류를 선고하는 바입니다.”

라 과르디아의 관용을 바라던 장내는 술렁거렸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노인의 절도행위는 이 노인만의 잘못이 아닌, 이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맡은 저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우리 모두 50센트씩, 가능하다면 십시일반으로 이 벌금형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판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판사는 자기 앞에 놓인 모자에 10달러를 넣은 다음 그 모자를 방청석으로 돌렸다. 잠시 후 판사는 거두어들인 돈에서 노인의 벌금 10달러를 빼고 남은 돈 47달러 50센트를 노인의 손에 쥐여 주었다. 47달러 50센트를 쥐고 법정을 떠나는 할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기립박수로 노인을 격려했다.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경제도 어수선하고 정치도 흉흉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제에 절망한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30년 전으로 후퇴해버린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려는 5060 기성세대들 역시 광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네 탓이 오’라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라 과르디아 시장의 판결처럼, ‘내 탓이오’, ‘우리 모두의 책임이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저자의 말대로 세 가지 불안한 경제, ‘삼불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불안한 일자리, 불안한 노후, 불평등한 소득이 그것이지요. 이것이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일이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렇기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소망을 해봅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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