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모든 노트북이 작동을 멈추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by 더굿북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 두 명이 FBI일까? 이런 증세는 당연했다. 지금부터 <가디언>은 NSA의 철저한 조사대상이 될 것이다. 갑자기 세계가 다르게 느껴졌다. 신경과민 증세가 올 것 같았다. 어떤 법률적 근거로 NSA가 염탐할지 알 수 없었다. 7시 50분에 밀러는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쌍둥이 딸들이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보고 싶었다.


밀러는 20분 후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불가사의하게도 굴착 인부들이 브로드웨이 536에 와 있었다. 그들은 <가디언>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인도를 뜯어내고 있었다. 수요일 저녁에 하기에는 수상한 행동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보도블록을 교체했다. 브루클린 집 밖에도 인부들이 와 있었다. <가디언> 워싱턴 사무실 밖에도 건설 인부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공사를 시작했다.

곧 스노든 팀 전원이 이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길을 모르고 요금 청구를 까먹는 택시 운전사, 편집장 사무실 옆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다 다시 돌아와 서성거리는 창문닦이 등 특이한 사건들이었다. 이후 <가디언>의 모든 노트북은 지속해서 작동을 멈췄다. 깁슨의 경우는 특히 더했다. 그린월드 및 다른 사람들과의 암호 채팅이 갑자기 멈추곤 했다. 깁슨은 고장이 난 기계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해킹당함! 사용하지 말 것.”

스노든에게 받은 문서를 통해 NSA가 사실상 모든 것을 해킹, 즉 양자 간 대화에 끼어들어 개인 데이터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스노든 기사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암호 초보에서 암호 전문가로 거듭났다. “우리는 아주 빨리 스파이 기술에 능숙해져야 했습니다.”

한밤중에 러스브리저와 보거가 들어왔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러스브리저는 미국 법률과 방첩법을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그날 저녁 피곤으로 눈이 게슴츠레해진 기자들은 다음번 기사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 기사 역시 주목할 만했다. NSA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한 미국 거대 인터넷 기업의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직접 접근 권한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밀에 부쳐진 이 프로그램 하에서 NSA 분석가들은 이메일 내용, 검색 기록, 실시간 채팅 및 파일 전송 명세를 수집할 수 있었다.

<가디언>은 일급비밀로 분류되어 외국 동맹국에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41쪽짜리 파워포인트 파일을 가지고 있었다. 분석가 교육에 사용된 자료 같았다. 문서는 미국 주요 서비스 제공 회사의 ‘서버로부터 직접 수집’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실리콘 밸리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팀이 다시 모였을 때 편집과 관련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슬라이드 내용을 공개한다면 <가디언>은 몇 장이나 보도해야 할 것인가? 이전에 밝혀진 적 없는 해외 정보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슬라이드도 있었다. 이런 정보를 노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없었다. 또한, 법적으로, 공정함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미국 기술회사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접촉하는 것도 중요했다. <가디언>의 미국 경제부 기자 도미니크 러시(Dominic Rushe)가 이 임무를 맡았다.

백악관 문제도 있었다. 프리즘은 버라이즌보다도 더 큰 비밀이었다. 기사를 내보내기에 앞서 백악관에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미리 통지해야 할까? 깁슨은 어려운 대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통화 대상은 밥 리트와 국가정보국 언론 대변인 션 터너(Shawn Turner)였다. 다른 보안기관들도 연결됐다. 깁슨은 이번 역시 백악관이 구체적인 국가안보 우려를 제기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깁슨에게 친근한 농담조로 “우리가 좀 살펴볼 수 있도록 기사 사본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깁슨은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많은 슬라이드에 쟁점이 있었다. 문제는 백악관이 가진 슬라이드와 <가디언>이 가진 슬라이드 장식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색깔이 달랐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NSA는 슬라이드 공개에 전면적으로 반대했다. NSA로서는 재수 없는 한 주가 본격적인 대참사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깁슨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를 비롯한 거대 기술기업들이 개인을 침략하는 프리즘 프로그램에 참여한 날짜까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고집했다.

깁슨은 “작전과 관련된 부분은 모두 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슬라이드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보아하니 오바마 행정부 측은 아직도 수많은 NSA 일급비밀 문건이 자기들 통제권 밖으로 벗어났다는 사실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가디언>은 슬라이드 41장 가운데 단 석 장만 공개하기로 했다. 백악관에는 저녁 6시에 기사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기삿거리를 붙들고만 있던 <워싱턴포스트>가 몇 분 빨리 나름대로 기사를 냈다. 행정부 내부인이 <워싱턴포스트>에 귀띔을 했을 거라는 의심이 바로 들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기술기업들이 NSA 감시 연루 의혹을 강경하게 부인했다는 사실이다.

오후 중반, 깁슨과 러스브리저를 비롯한 스노든 팀이 사무실 끝에 있는 대회의실에 모였다. 그들은 특집기사를 쓰는 중이었다. 분위기는 밝았다. 엄청난 특종이 2편 나갔고 스노든은 아직 잡히지 않았으며 백악관과 교섭이 오갔다. 기나긴 낮이 후텁지근한 밤과 이어지는 날이 계속되면서 근무 환경은 너저분한 학생 기숙사를 닮아갔다. 지저분한 종이 피자 박스가 테이블을 어지럽혔다. 일회용 컵을 비롯해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누군가가 카푸치노를 엎자 러스브리저가 가까이에 있던 신문을 집어 들더니 연기하듯이 커피를 닦고는 “우리는 말 그대로 <뉴욕타임스>로 바닥을 훔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 바닥을 훔치다 wipe the floor with’는 ‘상대를 납작하게 누르다’라는 의미 — 옮긴이)

스노든 폭로는 기세를 몰아갔다. 금요일 아침 <가디언>은 2012년 10월에 발행된 18쪽짜리 대통령정책지침 20호, 스노든이 포이트러스에게 공개했던 바로 그 서류를 내보냈다. 이 문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미국의 잠재적인 해외 사이버 공격 대상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른 일급비밀 작전과 마찬가지로 이 정책에도 공격형 사이버 효과 작전(Offensive Cyber Effects Operations)을 의미하는 OCEO라는 고유의 두문자어가 붙어 있었다. 이 지침은 ‘상대 또는 대상에게 경고를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세계 곳곳에서 미국을 위한 특별하고 독특한 역량’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서는 그 잠재적인 효과가 ‘미묘한 정도에서 심각한 피해까지’ 다양하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기사로 인해 백악관은 이중으로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먼저 미국은 펜타곤을 비롯한 여러 미국 군사 기반시설을 표적으로 하는 침략적이고 해로운 중국발 사이버 공격에 관해 집요하게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제 이런 불만 제기가 명백한 위선임이 드러났다. 미국 역시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더 곤란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날 오후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라는 점이었다.

베이징은 벌써 미국의 비난을 되받아치고 있었다. 고위관리들은 과격한 중국 해커들이 비난받았던 사이버 공격에 버금가는 심각한 공격을 미국 역시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떠들었다. 폭로기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분명했다. 오바마는 NSA 작전이 미국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부터 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00% 보안과 100% 프라이버시를 양립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적절한 균형을 취해 왔습니다.”

러스브리저와 깁슨은 TV 모니터를 통해 오바마를 보았다. <가디언>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시작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깁슨은 “갑자기 오바마가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우리는 ‘이런, 젠장’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죠.” 깁슨이 헤이든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후속 기사가 또 나갈 예정이며, 이번에는 국경 없는 정보원을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NSA는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와 전화 네트워크에서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나라별로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가지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메타데이터를 사용해 NSA가 사방에서 벌이고 있는 스파이 활동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느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주된 활동지는 이란, 파키스탄, 요르단이다. 이 슬라이드는 2013년 3월 NSA가 세계 전역의 컴퓨터 네트워크로부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970억에 이르는 정보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깁슨은 백악관에 “우리는 그저 할 말을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헤이든은 “제발 그러지 마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날 저녁에는 잉글리스가 직접 전화를 했다. 용건은 국경 없는 정보원이었다. 이번 기사는 다음 주 금요일에 내보낼 예정이었다. 기자들이 모이고 러스브리저는 원고 초안을 소리 내어 한 줄씩 읽어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홍콩에서 그린월드는 도움이 될 만한 문서 검색에 착수했다. 그는 몇몇 자료를 찾아 기사를 고쳐 쓴 후 다음 날 아침에 보내왔다.

깁슨은 스노든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주말에 쉬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기자가 출근했다. 그들은 특별한 한 주의 특별한 대단원을 직접 목격하고자 했다. 이제 스노든은 자기 정체를 공개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자신의 신원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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