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그들은 의식 있고 분노하는 대중을 두려워 한다.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by 더굿북

2013년 6월 23일 일요일, 호리호리한 스노든이 회색 셔츠를 입고 배낭을 메고서 홍콩 첵랍콕 공항에 도착했다. 그와 동행한 이는 젊은 위키리크스 직원 새러 해리슨이었다. 덥고 습한 아침이었다. 두 사람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카운터에서 모스크바행 SU213편 탑승 수속을 마치고 일반 출발 통로로 향했다. 스노든은 어샌지의 친구 나르바에스가 발급하고 해리슨에게 건네받은 안전통행증을 들고 있었다.


중국 사복경찰 몇몇이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CIA 직원이 있었다면 이들의 출국은 분명 몹시 분통 터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스노든이 이처럼 대담하게 출국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전날 미국 당국은 스노든의 미국 여권을 취소했다. 또한, 스노든의 즉시 구속을 요구하면서 홍콩 당국에 본국송환 서류를 팩스로 보내왔다. 그러나 홍콩 행정부는 미국 측이 보내온 서류에 ‘잘못’이 있으며 그 오류를 수정할 때까지는 스노든의 출국을 정지시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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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스노든은 해발 1만 2,000m 상공에서 항공사가 제공하는 두 끼 식사 중 첫 끼니를 먹었다. 지상에서는 스노든이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자식이 달아났어!” 세계 최강국에 대해 홍콩 당국이 둘러댄 변명은 모욕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노든은 지금 미국 정부의 적인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의 품으로 직행하고 있었다.

미국 국회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는 씩씩대며 이렇게 말했다. “그 나라들은 하나같이 미국에 적대적입니다. 미국 정부는 모든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가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그의 행동을 보면 논리에 어긋납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찰스 슈머 역시 가차 없이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시리아, 이란, 이제 당연하게도 스노든까지 이용해 미국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것 같습니다.”

NSA 국장이자 스노든의 전 상사 키스 알렉산더 장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노든은 명백하게 우리의 믿음과 신뢰를 배신한 인간입니다. 나는 그가 숭고한 취지로 행동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위선적’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공격했다. “사이버 공격의 희생자로 오랫동안 결백한 척해오던 미국이 우리 시대 최대 악당으로 드러났다.”

스노든이 에어버스 A330–300에 안전하게 탑승하자 어샌지는 성명서를 냈다. 그는 스노든 구출작전이 자기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노든의 항공권 비용을 위키리크스가 부담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홍콩에 스노든이 머무는 동안 법률 조언도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서 어샌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기 역할을 ‘밀입국 알선업자’에 비유했다.

스노든이 위키리크스 팀의 최신 스타 플레이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어샌지의 성명서는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이 수행하는 글로벌 감시체제의 증거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홍콩을 합법적으로 떠났습니다. 그는 망명을 목적으로 안전한 경로를 통해 민주국가로 향하고 있으며, 위키리크스가 파견한 외교관 및 법률 자문가의 호위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기자들은 일요일 여가 계획을 포기하고 스노든이 비행기를 갈아타기로 예정된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터미널 F에 몰려들었다. 엄청난 수의 러시아 기자와 국제 특파원들이 작은 문 앞에 진을 치고 모였다. 도착하는 승객들이 나오는 문이었다. 개중에 똑똑한 기자들은 홍콩에서 스노든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여행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스노든의 사진을 가져오기도 했다.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복 차림을 한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은 뮌헨에서 온 사업가와 국영 NTV 기자로 위장해 터미널을 대대적으로 조사했다. 베네수엘라 대표단 역시 그곳에 있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카라카스가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다는 억측을 부채질했다. 에콰도르 대사가 BMW 7시리즈를 타고 공항에 나타났다. 그는 당황한 듯 터미널 주변을 맴돌며 기자들 무리에게 “그가 어디 있는지 아시오? 그가 이곳으로 옵니까?”라고 물었다. 한 기자가 대답했다. “우리는 대사님이 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에 비행기가 착륙하자 러시아 보안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에콰도르 외무장관 리카르도 파티노(Ricardo Patino)는 스노든이 에콰도르로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고 트윗을 올렸다. 그런데 스노든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Interfax)는 스노든이 다음날 쿠바행 아에로플로트 여객기를 예약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스크바 공항 환승지역에 몸을 숨긴 듯했다. 한 아에로플로트 관계자는 터미널 E에 있는 작은 심야 호텔에 스노든이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의 도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행 여객기에 스노든이 탔다는 사실을 그가 도착하기 두 시간 전에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스노든의 여권을 취소하여 스노든이 연결 항공편을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정보기관으로서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푸틴은 특유의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로 스노든을 ‘바라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묘사했다. 러시아 당국은 결국 스노든이 러시아에서 발이 묶이게 됐다는 사실에 진정으로 놀란 듯 보였다. 그러나 평소에 믿을 만한 신문사인 <코메르산트(Kommersant)>는 홍콩의 러시아 영사관에서 스노든이 비밀리에 이틀 동안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스노든 자신은 이를 강력히 부인한다.

내부고발 행동을 바라보는 푸틴의 시선은 의심할 여지 없이 부정적이었다. 그는 나중에 스노든을 가리켜 ‘이상한 놈’이라고 표현했다. 푸틴은 “사실상 그는 자기 자신을 곤란한 처지로 내몰았습니다. 그가 다음에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푸틴은 1980년대 KGB 요원으로 공산국가이던 동독에서 활동했으며, KGB를 계승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반역자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2006년 변절자 FSB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Alexander Litvinenko)는 런던에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을 마신 후 숨졌는데, 영국 정부는 이 사건이 러시아 정부의 음모라고 믿고 있다. ‘침묵’이라는 KGB 스파이의 계율은 절대적이었다.

권좌에서 13년을 보낸 푸틴은 편집증과 불신에 시달리는 한편, 국내외 음모론에 민감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비할 데 없는 능력을 확신했다. 그는 서구,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소련의 외국인 혐오 관점으로 바라봤다. KGB 훈련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푸틴은 분명 스노든이 미국의 위장 작전, 고전적인 냉전 술책이 아닌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스노든은 말 그대로 선물이었다. 러시아 정부로서 스노든은 인권, 국가 감시, 본국송환에 관한 미국 정부의 이중 잣대를 강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푸틴은 분명 미국과 동등한 초강대국 지위라는 전율을 즐겼을 것이다. 미국은 스노든을 돌려받기 위해 애원해야 할 것이었다! 몇 시간 내에 스노든이 러시아에 착륙한다는 정보가 들어왔을 때 친러시아 정부 세력들은 러시아 연방이 그에게 망명을 권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튿날 언론계 인사들은 다시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몇몇 적극적인 기자들은 항공권을 구매하여 스노든의 흔적을 찾아 환승 구역을 샅샅이 뒤졌다. 몇몇은 그곳에서 며칠간 진을 친 채 기다리기도 했다. 쿠바 비자를 취득하여 아바나로 가는 같은 아에로플로트 항공권을 예약하는 이들도 있었다. 스노든이 비행기에 탈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이었다.

<가디언> 모스크바 특파원 미리엄 엘더(Miriam Elder)는 탑승을 위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가 진행 중이었다. 아에로플로트 직원들은 평소보다 더 무례했으며, 그들은 창문을 통해 비행기를 촬영하는 방송사 직원들을 제지했다. 주변에는 건장한 보안 요원들이 서성거렸다.

스노든과 해리슨은 창문 옆자리인 17A와 C를 예약했다. 핀란드 신문 <헬싱겐사노마트(Helsingen Sanomat)> 특파원 주시 니에메라이넨(Jussi Niemel inen)은 맞은편 17F에 앉았다. 어쩌면 지구 1순위 지명수배자와 몇 마디 나누고 영광스럽게 1면 기사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자리였다. 이륙 몇 분 전까지도 스노든이 나타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탑승하지 않은 승객은 네 명이었다. 그때 비행기 안에서 러시아 말로 “비행 안 함, 비행 안 함!”이라는 속삭임이 퍼져나갔다. 스노든은 탑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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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은 영토 외 지역에 있었다. 이후 몇 주 동안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이 러시아 영토 내로 들어오지 않았으며, 자신들은 스노든과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견해를 유지했다. 어쨌든 스노든은 러시아 비자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의 체류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스노든의 거처는 비밀이었다. 이론상 그는 셰레메티예보 환승 구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스노든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러시아 당국은 ‘환승’을 신축적인 개념, 즉 필요하다면 지도를 가로질러 쭉 펼 수 있는 일종의 구불구불한 선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공항 노보텔 호텔에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바마는 푸틴과 비교하면 온건파이자 푸틴의 임시 후계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애썼다. 사실 메드베데프는 결코 자율적인 인물도 아니었고,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인물도 아니었다. 2011년 푸틴은 메드베데프를 밀어내고 대통령직에 세 번째로 취임했다. 유출된 미국 외교 전보문건에서 한 미국 외교관은 ‘푸틴이 배트맨이라면, 메드베데프는 로빈’이라고 보고했다. 이 비유는 푸틴의 성미로 볼 때 무척 거슬리는 것이었다. 그는 이 표현이 미국의 오만을 드러내는 일례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러시아에 스노든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간교하고 노련한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i Lavrov)는 “스노든이 실제로 러시아 ‘내’에 있지는 않으며 국경을 넘은 적은 절대 없다.”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푸틴은 스노든의 본국송환을 배제했다. 그는 미국과 쌍무조약을 맺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러시아 보안기관은 스노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에 오바마는 스노든을 송환하기 위해 지정학적 자본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막후에서 미국 정부는 동맹국에 압력을 가하고 스노든을 비행금지 명단에 추가하는가 하면, 남미 국가들을 회유하는 등 스노든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다음날인 7월 1일 스노든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이후로도 몇 차례 발표할 성명서 중 첫 번째를 발표했다. “나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나의 자유와 안전이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후 홍콩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새 친구와 오랜 친구, 가족,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그다음 스노든은 오바마가 “내가 망명을 요청한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망명 청원서를 거절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라며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어떤 외교적 ‘권모술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확실히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세계 지도자가 이런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법의 권한을 벗어나 망명을 막는 행위도 정의가 아니다. 이는 낡아빠진 부적절한 정치 탄압 수단이다. 그들의 목적은 내가 아니라 내 뒤를 이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스노든은 단호하게 성명을 이어갔다. “백악관은 망명을 요청하는 인간의 권리를 옹호했으면서, 인제 와서 나에게는 그 선택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제 시민권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나, 브래들리 매닝, 토머스 드레이크 같은 내부고발자들이 아니다. 우리는 국적이 없거나 감옥에 있거나 아무런 힘이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들이 약속해온 입헌정치를 요구하는, 의식 있고 분노하는 대중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두려워해야만 한다.”라고 항의했다.

성명서는 “나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며 수많은 사람의 노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는 말로 끝났다. ‘입헌정치’를 언급한 부분은 진짜 스노든다웠다. 그가 내부고발을 한 동기가, NSA가 행한 헌법 침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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