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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31. 2017

08.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오늘은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너머의 연령차별에 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연령차별은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우리’에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오늘 아침, ‘새파랗게 젊은 것’과 ‘고집불통 노인네’보다는 ‘나와 똑같이 나이 드는 우리’를 떠올리세요.
     
나는 한 번도 나이를 속인 적이 없다. 큰소리로 또박또박 “예순셋이에요.”라고 말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나이를 밝히길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이력서에 나이를 허위로 기재하는 사람도 있고, 비행기를 타거나 데이트할 때 나이를 속이는 사람도 있다. 데뷔할 때 나이를 올려 적은 한 오페라 가수는 덕분에 노르마 역에 캐스팅되었지만, 몇 년째 서른아홉에 멈춰 있다. 손녀를 두고 딸이라고 거짓말하길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
    

 
나는 설사 나이를 속인다고 해도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갈 자신이 없다. 그게 내가 나이를 사실대로 말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내 나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 아주 끔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이에 비해 좋아 보이시네요.” 나는 어머니에게서 흰머리가 없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언제나 기운이 넘치고 기력이 쇠할 기미도 없다.
     
그런데 내가 정말 내 나이에 개의치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 “나이에 비해 좋아 보이시네요.”라는 말을 왜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사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과 ‘속이 메스꺼워 죽을 것 같은 두려움’ 사이의 무언가가 나를 잠식해 온다. 그래서 되도록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불현듯 그 생각이 나면, 애써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렸다.
     
기분 나쁜 보호시설 복도에서 식물 문양이 찍힌 허름한 이불을 덮고 침을 흘리며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 아마도 그것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음울한 악몽일 것이다. 나는 또한 노인이 되면 우울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축 늘어진 그들의 얼굴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러나 노인들이 청년이나 중년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놀라운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인생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가장 행복하다.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행복의 U 곡선’을 검색해보라. 나이는 체력과 사랑하는 친구들, 탄력 있는 피부와 같이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앗아가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더 올라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벗어나기 어려운 편견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나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 싶다. 나의 미래가 지금의 나보다 못하다는 편견, 나이 든 내가 젊은 시절의 나보다 못하다는 편견, 이 편견이 나이를 부정하는 핵심이다.
     
어떤 형태로든 나이를 부정하는 행동은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 사이에 인위적이고 파괴적이며 지탱할 수 없는 분열을 조장한다. 나이를 숨기거나 부정하면, 한낱 숫자에 불과한 그것이 부당하게 힘을 얻어 우리에게 그 힘을 휘두른다. 반대로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면, 나이야말로 우리가 자부심을 품고 당당히 밝힐 만한 ‘성취’라는 사실을 인정할 길이 열린다. 
     
그런데도 아직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이 하나 남았다. 내가 만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살아 있는 현실이 이렇게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것은 연령차별이다. 어린 사람들을 무시하는 동시에 나이 든 사람들을 2등 시민으로 강등시키는 연령차별이다. 차별이라는 꼬리표 속에는 고정관념이 깔렸다. 특정 집단에 속한 구성원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과 다른 속도로 나이가 든다. 하지만 누구든 매일 아침 어제보다 나이 들어서 깬다. 나이 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거기서 발을 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 드는 일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연령차별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나 체력과 같은 것을 버리고 삶의 의미처럼 더 소중한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또한, 나이가 들었다고 불행해지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불편한 시선과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모두 나이 들고 있습니다. 앤 라모트는 우리 안에는 우리가 살아온 모든 나이가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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