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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31. 2017

09. <최후의 승자가 되라>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초한지제의 시기, 빈손에서 출발한 유방은 천하를 손에 쥡니다. 금수저로 태어난 항우는 결국 유방에게 천하를 내어줍니다. 오늘 만날 책은 이들의 리더십을 비교한 <최후의 승자가 되라>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항우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여 진평을 얻은 유방을 만나러 갑니다.
     
진평은 집이 매우 가난했으나 독서를 좋아했다. 형 진백은 늘 농사를 지으면서도 진평만큼은 마음껏 공부하도록 배려했다. 진평은 기골이 장대하고 풍채가 좋았다. 가난한 집안의 진평이 ‘장대미색’의 용모를 한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이같이 힐난했다. “집도 가난한데 무엇을 먹었기에 이토록 살이 쪘는가!” 형수는 시동생 진평이 책을 읽느라 집안일을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이 늘 못마땅했다. 이 말을 들은 형수가 맞장구쳤다. “쌀겨와 싸라기를 먹인 것밖에 없습니다. 밥만 먹고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이런 식충이 시아주버니는 없느니만 못합니다!” 이 얘기가 진백의 귀에 들어갔다. 진백이 크게 화를 내며 아내를 내쫓아버렸다. 이는 진평의 학업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보여 준다.
     
난세에 진평이나 제갈량처럼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일인자보다 이인자에 잘 어울린다. 일인자는 오히려 유방과 같은 건달이 잘 어울린다. 삼국시대의 유비도 관우나 장비와 어울려 정처 없이 떠돌았듯, 제갈량을 만나기 전까지는 건달이나 다름없었다. 
     
각지에서 군웅이 진나라에 반기를 들 때 진평은 위왕 위구를 모셨다. 당시 그가 맡은 직책은 거마를 담당한 태복이다. 요즘으로 치면 경호실장과 비슷하다. 특별한 신임이 없으면 안 되는 자리이다. 그러나 위구는 그릇이 작았다. 진평이 큰 계책으로 여러 차례 공을 세웠음에도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떤 자가 진평을 헐뜯자 위구를 떠나고 만다. 
     
이후 진평은 항우를 찾아가 귀순한 뒤 함께 관중으로 들어가 진나라 군사를 격파했다. 또한, 진평은 사마앙을 항복시키고 개선했다. 항우는 크게 기뻐하며 도위에 제수하고, 부상으로 400량의 황금을 내렸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유방이 사마앙의 영지를 손에 넣었고, 항우는 진평을 불신하게 되었다. 피살될 것을 염려한 진평은 항우가 준 황금을 돌려준 뒤 칼 한 자루만 차고 달아났다. 그리고는 마침내 유방에게 투항했다.  

이후 진평은 유방과 함께 항우를 치러 갔으나 팽성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이때 강후와 관영 등이 진평을 헐뜯었다.
“진평이 비록 미장부이기는 하나 용모만 그럴 뿐, 속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신들이 듣건대, 진평이 집에서는 형수와 사통했고, 위나라를 섬길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자 달아나 초나라에 귀의했고, 초나라에 귀순한 뒤에는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한나라에 귀의했다고 합니다. 또한, 진평은 여러 장군에게 금을 받으면서 금을 많이 준 자는 좋은 자리에, 적게 준 자는 나쁜 자리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진평은 난신입니다.”
   
유방이 의심하여 진평을 천거한 위무지를 꾸짖으니, 위무지가 말했다.
“신이 말씀드린 바는 능력이고, 대왕이 물으신 바는 행실입니다. 지금 그가 신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효자와 같은 행실이 있다 해도 승부를 다투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지금은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대치하고 있기에 신은 기묘한 꾀가 있는 선비를 천거한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그 계책이 나라에 이로운지만 살피면 됩니다. 어찌 형수와 사통하거나 금을 받은 것을 물으십니까?”
   
유방이 진평을 불러 나무랐다.
“선생은 위왕을 섬기다가 마음이 맞지 않자 마침내 초왕을 섬기러 갔고, 지금은 또 나를 따라 일하고 있소. 신의 있는 사람은 원래 이처럼 여러 마음을 품는 것이오?”
“신이 위왕을 섬길 때 위왕은 신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왕을 떠나 항우를 섬겼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다른 사람은 믿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가 신임하고 총애하는 사람은 항씨 일가와 그의 처남들이었습니다. 설령 뛰어난 책사가 있더라도 중용되지 않는 까닭에 저는 초나라를 떠난 것입니다. 신은 맨몸으로 온 탓에 여러 장군이 보내준 황금을 받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신의 계책이 쓸만하다면 채용해 주시고, 쓸모없다면 황금이 그대로 있으니 관청으로 보내시고 사직하게 해주십시오.”
   
유방이 그 말을 듣고는 진평에게 곧바로 사과하며 많은 상을 내린 뒤 호군중위에 임명했다. 호군중위는 여러 장수를 감독하는 자리이다. 이에 여러 장수가 감히 더는 말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유방이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사과한 뒤 큰 상을 내린 점이다. 윗사람일지라도 즉각적인 사과만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진평과 같은 재목을 곁에 둘 수 있다.
     
여러분 곁에는 진평과 같은 아랫사람이 있나요, 아니면 유방과 같은 윗사람이 있나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기는커녕 알지도 못하는 사람, 알지도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만 넘쳐나는 현실이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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