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이번 주에는 누구와 식사 약속이 있으세요? 오늘은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라는 책을 통해서 음식점은 맛있는 음식을 덜 먹게 하고, 고객은 덜 먹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만납니다.
음식점에서 뷔페와 바이킹 스타일의 매장은 여전히 인기다. 그래서인지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원가율이 상승하고, 뷔페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높아지고 다양해져서 고전하는 뷔페식당이 급증하고 있다.
이전에는 뷔페 간판만으로도 손님이 몰렸지만, 이제는 디저트조차 뷔페를 고르는 필수항목이 되었다. 뷔페 종류도 ‘리코타 팬케이크 뷔페’, ‘대게, 한우 안심스테이크, 초밥 등의 고급 메뉴’, ‘타코스 바’, ‘쿠키 바이킹’, ‘어묵 뷔페’, ‘베이징 덕 뷔페’, ‘고급 프렌치’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렇게 다양해지면 경쟁이 치열해져서 선택하는 쪽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뷔페라고 하면 고객은 아무래도 과식하게 된다. 음식점 측에서 보면 내용의 차별화만으로는 인기를 끌 수 없다는 점이 뷔페 스타일의 영원한 과제다. 게다가 원가율이 상승하기라도 하면 매출이 오를수록 원가율은 악화한다. 그렇다면 뷔페식을 유지하면서 원가율을 낮추는 방법은 없을까?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알다시피 뷔페에 오는 고객은 평소보다 많이 먹기 때문에 재료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면 어떨까? 이 방법을 쓰면 다이어트도 된다.
먼저, 숟가락과 포크, 접시 크기를 줄이자. 이 방법은 고객을 착각하게 한다. 사람은 평소 섭취하는 식사량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는다. 금욕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볶음밥을 몇 숟가락 먹었는지, 국을 얼마나 마셨는지, 쿠키를 몇 개나 먹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않는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작은 숟가락’을 쓴다. 큰 도구를 쓰면 무의식중에 음식을 그릇에 많이 담거나 많이 먹게 되니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뜨는 숟가락을 생각해보자. 80㎖를 뜰 수 있는 숟가락을 50㎖짜리로 바꾸면 접시에 담는 아이스크림의 양이 평균 19% 줄어든다. 평소보다 양이 줄어도 같은 횟수를 담았다면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계산할 수 있을 만큼 양에 민감하지 않은 셈이다.
비단 아이스크림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먹을 때도 숟가락과 포크를 약간 작은 걸 써보자. 숟가락과 포크를 작은 것으로 바꾸면 먹는 양이 평소 먹던 것보다 20% 정도 줄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더 포만감을 느낀다. 배가 부른 정도에 관한 인간의 감각은 그만큼 애매해서 숟가락이 작아져도 같은 횟수를 먹으면 양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래서 음식점은 고객이 먹는 양을 줄이고 싶을 때 숟가락 크기를 줄인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숟가락 크기부터 바꿔야 한다.
그리고 접시를 27㎝에서 23㎝ 크기로 바꾸어보자. 그러면 먹는 양이 9% 정도 줄어든다. 이는 한 번에 담는 양이 줄어도 눈으로는 줄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여러 번 음식을 뜨러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접시 크기가 줄어도 횟수 자체는 늘지 않는다. 한 번에 뜨는 양이 줄면 그대로 먹는 양이 줄어든다.
색이 주는 트릭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접시 색깔, 매장 인테리어, 인테리어 소품의 색을 바꾸는 방법이다. 접시의 색깔에 대해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접시 색깔도 먹는 양에 영향을 미친다. 하얀 접시와 검은 접시에 파스타를 담는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접시에 담을 때 파스타를 더 담게 될까? 흰 파스타는 하얀 접시에 담을 때 검은 접시에 담을 때보다 대략 22% 더 담는다.
이유가 뭘까? 특정한 색을 선호해서가 아니다. 음식과 접시의 색의 대비가 약할수록 인간은 먹는 양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더 많은 양을 담게 된다. 접시 색깔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케이크 바에서 사람들은 화려한 색의 케이크를 더 많이 담는다. 단순한 서양배 타르트보다 여러 종류의 과일이 들어간 과일 타르트가 4배는 빨리 사라진다.
이렇게 인간은 단색보다 화려한 색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 더 많은 종류를 먹어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스타처럼 단색의 음식은 ‘대비되는 색의 접시’에 담으면 먹는 양이 줄어든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모양이 단순한 것을 고르면 먹는 양을 줄일 수 있다. 물론, 매장도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우리는 접시에 행복을 담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행복을 담으려고 하면 남들이 보기에도,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에는 음식으로 성공한 장사의 고수들이 전하는 음식의 심리학이 담겨 있습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