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약자의 손을 잡아줄까>
강남역 사거리 한 모퉁이를 돌아 거리를 돌아다니며 편의점을 세어 보았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편의점이 많은 곳, 역삼1동. 50여 미터를 채 걷지도 않았는데 다섯 개가 넘는 편의점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유동 인구와 직장 인구수가 많다고 해도 이 편의점들이 다 장사가 되는 걸까?
편의점 문을 열고 점주를 만나봤습니다. 6년째 이곳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다는 점주는 말합니다. “해가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한다.” 편의점업계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데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편의점이 늘어난다, 자꾸만 늘어난다!
역삼1동만 놓고 편의점 성장 추이를 분석해 봤습니다. 2011년 역삼1동의 인구는 3만 4천여 명, 편의점은 100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이 지역의 편의점은 해마다 빠르게 늘어 2015년 200곳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인구는 3만4천8백여 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유동 인구나 직장인 인구도 마찬가지로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편의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셈입니다.
본사는 출점을 많이 할수록 이익입니다. 물건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유리해지고, 어차피 개별 점포에서 받는 할당된 수익률은 같으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수익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편의점 소비층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큰 폭으로 편의점이 늘어나니, 결국 개별 점주의 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해마다 감소하여 2015년에는 1,8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편의점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2,400여 명입니다. 우리나라는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로는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편의점주의 손익계산서
그렇다면 실제로 편의점주는 얼마를 팔아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걸까요? 2013년 문을 연 김준우(가명) 씨의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원래 슈퍼마켓을 하던 그는 편의점 사업이 전망이 있어 보여 잘되던 슈퍼마켓을 접고 편의점 창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때 지금의 업체를 만났습니다. 계약 당시 해당 업체는 매출액의 3%가량을 판매 장려금으로 주기로 약속했다고 그가 말했습니다. 그는 이 유인책에 끌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고 편의점을 열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한 달에 2, 3백만 원은 벌겠지’라고 그는 느긋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그에게는 ‘최악의 달’이었던 2015년 11월의 정산표를 들여다봤습니다. 매출액 2,600여만 원. 여기서 물건 원가 1,900여만 원, 가맹수수료 190만 원, 본사 영업비용 120만 원을 뺍니다. 350만 원이 남습니다. 이 돈으로 건물 임대료 100만 원을 내고,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150만 원을 지급합니다. 남은 100만 원으로 전기와 가스 등 공과금 60만 원을 냅니다. 손에 쥐는 돈이 40만 원입니다. 도저히 생계가 불가능합니다.
그는 더는 누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정산서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가? 가장 먼저 본사가 약속한 판매 장려금부터 살펴보았습니다. 계약 당시에는 분명히 매출액의 3%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비율은 해마다 떨어져 2015년에는 1%대에 그쳤고, 최근에는 그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시 본사가 제시했던 수익도, 약속했던 판매 장려책도 지켜지지 않은 것에 그는 분노했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그가 정산표를 보며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허울뿐인 판매 장려금
편의점업계가 출점 경쟁을 하다 보니 후발 편의점업체는 점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유인책을 씁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판매 장려금입니다. 지난 2011년 편의점업계에 뛰어든 한 업체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판매 장려금 형태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점주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편의점주가 입수한 본사 자료를 들여다봤습니다. 본사는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액수를 계산해두고, 실제로 그 액수보다 훨씬 적게 지급한 판매 장려금을 따로 기록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액까지 계산해두었습니다. ‘매출액 3%를 판매 장려금으로 주겠다는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본사는 점주와의 약속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장려금을 덜 줬다’라는 점주들의 반발이 나올 만합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판매 장려금을 준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비율로 줄지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주들이 입수한 문서는 정식 회계 자료가 아니며, 회계 담당 직원이 임의로 작성한 서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200여 명의 해당 업체 편의점주들은 전체 매장 점주 가운데 70%가 최저임금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며, 본사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점주들의 임시총회에서, 그리고 1인 시위 장소에서 대한민국의 많은 소시민 가장들의 눈물을 봤습니다. 그들은 절박했고,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