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트렌드를 읽다>
빅데이터는 ‘흔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흔적을 남긴다.’ 마치 범죄 수사물에서 형사가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며, 연기와 함께 내뱉을 것만 같은 대사다.
빅데이터를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검색해 보면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주기도 짧고, 형태도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꽤 복잡하다. 간단하게 빅데이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흔적’이다. 이 흔적은 ‘사람’에 대한 것은 물론 ‘사물들의 흔적’까지 포함되는 넓은 개념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의 하루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된다. 출근하면서 찍은 교통카드에는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흔적이 남는다. 점심시간에 결제한 카드내역은 무엇을 주로 먹는지 알려준다. 이런 흔적들이 한 달치가 쌓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평일에는 꾸준히 카드 사용내역이 있었는데 유독 주말에는 별다른 내역이 없다면 이 사람은 주말에 집에 있기를 좋아할 확률이 높다. 반면 주말 외식이 자주 있고 금액도 적지 않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결제된 음식점들은 모두 1~2명이 가기에는 애매한 장소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주말에 가족 단위로 외식을 즐기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렇듯 카드 사용내역 하나만 보더라도 한 사람의 생활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미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는 최근 5년간 카드결제 시간대와 사용처를 분석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빅데이터의 목표는 개인정보의 수집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를 가지고 기업들은 어떤 일을 하려는 걸까? 이나영과 유해진이 주연한 삼성카드 광고 <sara>는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단편적으로 알려준다.
어느 날 유해진에게 카드 하나가 배달된다. ‘4’번 카드. 그런데 카드를 뜯자 카드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누구인지 소개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그는 ‘잘 모르겠다야~’라며 일축해 버린다.
이 내용이 빅데이터의 핵심이다. 관련업 종사자가 아니라면 일반인들에게 빅데이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빅데이터는 그 것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나 의미가 있다. 개인들은 빅데이터 제공을 통해 더 좋아질(혹은 더 위험해질지도 모르는) 개인화된 서비스만 누리면 된다.
다시 광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카드는 사용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장착된 카드다. 여성의 말투는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다. 무엇보다도 사용자인 유해진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세히 알아가는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먹는지,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사는지에 대해서까지. 카드를 쓰면 쓸수록 누적된 데이터로 인해 ‘sara’는 사용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다. 이러다 보니 외로운 남자 유해진이 목소리뿐이지만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여자에게 빠지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광고는 가상이다. 하지만 충분히 올 수 있는 미래이자, 많은 기업들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줬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광고의 원작인 영화 <HER>(2013년 개봉작)를 추천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흔적, 즉 우리의 ‘일상 데이터’를 제공하면 기업은 이것들을 수집해 분석한 후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기업은 수익을 올리고 개인은 혜택을 보게 된다. 이것이 빅데이터가 가진 목표이자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