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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6. 2017

04. 금융혁명, 핀테크의 시대가 온다?

<IT 트렌드를 읽다>

핀테크의 시대가 도래했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 즉 IT의 결합을 말한다. 금융과 IT를 더한다고 하니 왠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이미 우리는 금융과 IT를 결합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교통카드를 대신하고 있고, 쉽게 자금이체는 물론 결제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핀테크’는 어려운 용어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핀테크의 핵심은 IT에 있다. 단순히 돈을 송금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금융업체들이 하던 일들을 IT를 통해 쉽게 서비스받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궁극적으로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때문에 핀테크는 기존 금융산업의 위협을 넘어 ‘몰락’까지 가져올 거라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얼마나 위협적이기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핀테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

은행의 기본업무는 ‘돈의 보관’이다. 사람들이 맡기는 돈이 많아지면서 쌓인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고, 여기서 받은 이자를 돈을 맡긴 사람들과 나누며 생긴 ‘예대마진’이 은행의 기본적인 수입이다. 인류의 부가 증가할수록 은행에 모이는 자금은 많아지게 됐고,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빌려주는 돈도 많아지다 보니 은행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자금이 많아지게 되면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일 외에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게 된다. 투자를 해서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일 외에도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일까지 다양한 형태로 은행업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핀테크가 서비스하는 영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을 보관해 주고, 빌려준다. 이외에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펀딩 등 은행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업무가 핀테크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이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지급결제와 대출이다.

(1) 지급결제 영역 간편결제
‘SSG’를 뭐라고 읽어야 할까? ‘쓱’이라고 읽었다면 마케팅의 승리다. 2015~2016년은 ‘페이 전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국내외 안팎으로 많은 ‘페이’들이 등장한 시기다. 이 중에서 글로벌 대표 주자로는 안드로이드・애플・알리 페이를 들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는 NFC 방식을 이용한다. NFC는 교통카드를 생각하면 된다. 버스를 탈 때 카드를 가까이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것처럼 안드로이드페이도 NFC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이 NFC가 가능한 단말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애플페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 곳에서나 쓸 수 없고,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 혹은 NFC 태그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하기는 한데 이 부분이 단점이다.

후발주자인 삼성은 2015년 3월 ‘삼성페이’를 공개했다. 특징은 세계 최초로 NFC 태그와 마그네틱 결제를 동시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보다 확장성이 더 커졌다. 이를 위해 삼성은 미국의 ‘루프페이’를 인수했고,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다만 아직 스마트폰으로 ‘삼성페이’를 결제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상점들이 있어 생활필수품으로 파고들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이런 페이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스마트폰이 잘 팔려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만 본다면 단일 스마트폰인 애플과 안드로이드 OS를 가진 구글이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 수만큼의 신용카드 내역을 가지고 있다. 이 점 역시 무서운 강점이다.

오프라인을 제외한 온라인과 모바일은 어떨까? 국내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사용법은 비슷하다. 네이버페이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네이버에서 검색 후 이왕이면 네이버페이가 결제되는 온라인 상점에서 구매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결제는 믿을 수 있을까? 네이버페이는 판매자에게 직접 돈을 송금하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계좌로 송금해 일단 돈을 예치시킨 후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다음 구매확정을 클릭해야만 예치금이 판매자에게 넘어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안전거래시스템과 비슷하면서도 별도의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모바일의 강자 ‘카카오’ 역시 페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2014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사용방법은 네이버페이와 같다. 장점은 전 국민의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송금서비스는 이미 시작했고, 가스・전기요금의 납부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이 탑재되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페이만 해도 20개 이상으로 많고 복잡해 보이지만, 페이들이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바로 ‘간편결제’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액티브엑스는 물론 각종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느려서 답답하다 보니 구매를 포기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핀테크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을 조금 넘긴 지금,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등의 이용비중은 34%를 넘어섰다. 이 비중은 금융사 29%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네이버페이・삼성페이・카카오페이・안드로이드페이・애플페이는 모두 금융이 아닌 IT가 중심이다. 각각의 서비스 안에 어떤 금융사의 서비스를 연동하던 상관없다. 바로 이 점이 금융회사에게는 가장 위협이 되는 점이다.


(2) 대출영역
앞에서 예대마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때 대출의 가부는 가지고 있는 자산의 규모・매출・소득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또 취급하는 기관에 따라 제1금융권, 제2금융권, 그 이하의 대부업체마다 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 은행이 하는 대출업무를 단순화시켜 보면 남는 돈을 맡기려는 예금주와 그 돈을 빌리려는 임차인을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이 전통적인 영역에 핀테크가 ‘P2P대출’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들었다.

P2P 대출은 Person 2 Person, 즉 은행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것을 말하며, 굳이 비교하자면 개인 돈을 빌리는 사채와도 비슷하다. 다만 여기서 돈을 빌려주는 개인은 돈이 많은 갑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대출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10명이 각자 100만 원을 모아서 빌려주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자수익이 발생하면 당연히 10명이 나눈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대출자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없다면 어떤 목적에서 돈을 빌리려 하는지의 등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전달되어 져야 한다. P2P와 관련된 업체들은 바로 이 부분, 즉 돈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는 플랫폼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P2P 시장의 글로벌 대표주자는 랜딩클럽, 소피, 온덱 등이다. 이들의 운영방식을 보면 확실히 전통적인 회사와는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중 하나인 온덱캐피탈은 돈을 빌려주는 회사다. 그렇다 보니 돈을 빌린 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 필수다. 대출자는 사이트에 정보를 입력한 후 몇 분 이내에 대출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로 하는 대출금은 24시간 내에 입금된다. 주요고객은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이 돈을 빌리기 위한 기준이 되는 ‘신용도’는 은행 거래내용과 현금흐름은 물론 신용도와 소셜미디어의 댓글・평점, 세금을 납부한 정도까지 고려해 산출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출을 신청하면 온덱에서는 인터넷상에서 해당 레스토랑에 대한 리뷰까지 확인해 반영하는 식이다. 이 회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오프라인 점포’를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P2P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중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 좀 차이가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회사는 60곳에 이르는데, 8퍼센트, 어니스트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자에게는 연 4.9~15.5%의 중저금리를, 투자자에게는 연 10% 수준의 저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을 제공한다. 덕분에 국내 P2P 금융의 신규대출 규모는 2013년 36억 4,000만 원에서 2015년 상반기에만 52억 6,000만 원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3) 기타영역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영역 외에도 핀테크가 영향을 넓혀가는 영역은 많다.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의 의미는 ‘십시일반’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거나, 어떤 공연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는 개인이나 회사에게 십시일반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P2P 대출과도 비슷하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일 유명한 회사는 미국의 킥스타터이며, 그 뒤를 인디고고가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와디즈와 같은 회사들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사업의 형태는 동일한데, 이렇게 모아진 돈으로 얻어지는 결과에 따라 ‘리워드형’이냐 ‘투자형’이냐로 구분된다. 리워드형은 투자한 금액에 따라 실제로 만들어진 제품 ・ 공연티켓 등으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고, 투자형은 투자를 원하는 회사의 주주로 참여해 주식이나 채권을 받는 방식이다. 이 크라우드펀딩 역시 큰 의미에서 핀테크 영역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산관리의 영역으로 로봇이 투자자문 펀드매니저 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부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문지’를 통해 고객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며, 이를 통해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추천한다. 이에 따라 목표수익 달성과 위험최소화를 위한 관리와 매매를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및 포트폴리오에 대해 자동적인 리벨런싱을 수행한다. 이미 2008년 설립된 베터먼트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여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며 목표수익에 달성하도록 돕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명과 암’-급성장하 는 미국.. 우리의 현 주소는?  

국내에는 파봇, 쿼터백테크놀로지스,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와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활용이 더 중요하다. 이에 앞서가고 있는 곳이 신한은행으로, 2016년 로봇자산관리 ‘엠폴리오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들은 엠폴리오 앱에 접속해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월 적립금액만 입력하면 추천자산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고 가입할 수 있다. SK증권의 경우 쿼터백과 제휴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놨는데 이 역시 추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기능들은 그동안 자산관리사나 PB들이 했던 영역들이다. 많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직접 사람을 만나 관리받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즉시 확인하고 관리받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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