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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8. 2017

07.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라.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

성공한 여자 중에는 아버지와 불화한 사람이 뜻밖에 많다. 여자든 남자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과거의 자신을 깨뜨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그동안 소중하게 만들고 지켜온 어떤 문화를 깨야 하는 순간과 만나게 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가 만든 문화 속에서 자라온 자기 자신을 깨뜨리는 순간이다.

     
이는 아버지에게 큰 상처가 된다. 어떤 아버지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묵묵히 견디면서, 웃는 얼굴로 자식의 새 출발을 축복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어떤 아버지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때 불화가 생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사랑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화가 아니다.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서 생기는 불화다.
     
안타깝게도 많은 여자가 이를 오해한다. 아빠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린다. 이는 큰 상처가 되고, 끝없는 방황의 전주곡이 된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향해 멋지게 첫발을 내밀었던 여자들이 성공을 향해 질주해야 할 이십 대 시절을 헛되이 보내고 만다. 그리고 평생 아버지에게 원망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성공한 여자들은 아버지와의 불화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아버지가 정해준 길을 버리고 스물한 살부터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 그로 인해 아버지에게 무서운 폭력은 물론이고 한 달 가까이 감금까지 당한, 언니의 도움으로 겨우 집을 탈출하긴 했지만, 아버지가 무서워 1년 가까이 전국을 떠돈, 그렇게 이십 대 내내 아버지와 불화한, 하지만 지금은 수백 명의 직원을 이끄는 CEO가 되어 아버지의 노후를 든든히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는 한 성공한 여자에게 그 비결을 물어봤다.   

“저는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분노한 아빠를 피해 세상을 떠돌 때도 배낭엔 무조건 책이 들어있었죠. 이제 갓 이십 대가 되었으니 잘 모르잖아요. 내가 옳은지, 아빠가 옳은지. 그리고 ‘세상 그 누가 뭐라 해도 난 내 길을 가겠어!’ 이렇게 호기롭게 외쳤다가도 막상 내 뜻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기가 확 죽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빠일 텐데, 나보다는 아빠가 세상 경험을 많이 했을 텐데, 그런 아빠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데는 어린 나는 아직 모르는 어떤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꿈도 좋고 미래도 좋은데 그보다는 사랑하는 가족과 관계 회복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지금 내가 꾸는 꿈이 아빠와 불화하면서까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내가 옳다는 확신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들로 늘 마음이 힘들었죠.”
   
“그때마다 전 책을 펼쳤어요. 주로 자기계발서와 철학서를 읽었죠. 왜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좀 유치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책을 쓸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텔레비전밖에 모르는 우리 아빠보다는 훨씬 지혜롭고 현명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무튼, 제가 읽었던 책의 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어요. 그냥 네 가슴속의 소리를 듣고 묵묵히 가라고. 아빠에게 정신적으로 독립해서 홀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게 가장 큰 효도라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책만 읽으면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잡았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지요. 그 뒤로 앞만 보고 달려왔네요. 제가 선택한 길을 그토록 반대하셨던 아빠는 제가 아파트와 차를 사드리자 순식간에 우군으로 바뀌셨어요. 그땐 좀 허탈하기도 했지만, ‘아! 내가 만일 아빠에게 굴복했다면 우리 집은 아직도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겠구나. 그리고 온 가족이 핸드폰 두 개를 일주일씩 돌려쓰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지금 아버지와 불화하면서 힘든 이십 대를 보내고 있는 여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이 가득 담긴 어항 한가운데에 얇은 유리판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풀어놓으면, 처음엔 물고기가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고 해요. 하지만 그때마다 유리판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게 되고, 극심한 좌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물고기는 반대편으로 가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이때 유리판을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물고기가 ‘기회다!’ 하고 반대편으로 확 넘어갈까요?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넓힐까요? 아니요. 절대로 유리판이 있던 자리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요. 한마디로 물고기는 자신을 학습시켜버린 거죠. ‘내 영역은 딱 여기, 유리판이 있는 곳까지야. 그 이상은 불가능해!’라고 말이지요. 저는 스무 살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요.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던 유리판이 사라지는 시기.’ 스무 살은 미성년자가 진정한 성인이 되는 나이니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스무 살이 된 그 날, 삶에서 아버지라는 유리판은 사라졌어요. 그러니 그냥 질주하세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그 길을 말이지요. 절대로, 절대로 어리석은 물고기처럼 살지 마세요. 그래야 성공할 수 있고,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어요. 저는 생각해요. 그게 가장 큰 효도라고. 그러니 자신이 살고자 하는 그 삶을 그냥 살아버리세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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