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하우스 인 제주>
제주 이주 열풍이 거세지면서 제주에서의 첫 직업(?)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게스트하우스는 초보자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바닷가 예쁜 내 집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고, 거기 더해 여행자를 손님으로 받으면 일정 수준의 소득도 보장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제주에서 터를 잡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온 주인장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제주 이주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제주에서 뭐해 먹고살 것인가’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이 책에 소개된 열한 명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들은 이제 더 이상 게스트하우스 운영에만 모든 시간을 쏟지 않습니다. 도자기를 굽거나 사진을 찍고, 제주 식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린 음식을 만들고, 살사를 추며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농사도 짓고, 독특한 조개껍질을 주워 액세서리도 만듭니다. 또 어떤 이는 지질공원 해설사가 돼 제주를 여행하는 이들이 좀 더 깊이 제주를 알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도시에서는 하지 않았던, 하고는 싶었지만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들입니다. 이들 모두는 제주로의 이주가 단순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새 삶의 시작이었다고 말합니다.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으니 느림의 여유, 편안함의 여유가 생기더군요.”
많은 이들이 1년 이상 여행자 모드로 살아 보고 나서야 제주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다고 합니다. 또 이들 역시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초보였기에 1년 이상 좌충우돌하며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고도 합니다. 마음속에 그렸던 ‘제주에서 꿈꾸던 삶’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제주가 좋아 정착한 사람들이기에 1년여의 시간은 오히려 게스트하우스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됐고, 자신이 진짜 꿈꿨던 삶이 무엇이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지금 제주로 이주해 게스트하우스를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한다는 건 어쩌면 레드오션으로 진입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이 급증하기 직전 연도인 2011년에도 제주도 내 농어촌민박(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농어촌민박’으로 등록)은 1001개소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호텔, 콘도미니엄, 펜션, 여관 등을 더하면 2011년 도내 전체 숙박업소 수는 1798개로 훌쩍 뜁니다. 2015년 6월 자료를 보면 ‘공중위생관리법’ 상 숙박업소는 1089개소입니다. 농어촌민박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니 4년 동안 호텔, 펜션 등 일정 규모를 갖춘 숙박업소가 292개 늘었다는 의미죠. 농어촌민박에 관한 2015년 집계 자료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지난 5년간 이주민이 급증했으니 게스트하우스의 수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겁니다.
게스트하우스 또한 창업의 한 종류이기에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또 철저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튀어나오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이 그렇듯 자신만의 차별화된 강점에 주인장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얻게 된 저의 결론입니다. 그 강점은 건물의 외관과 인테리어 등 외적인 요소가 될 수도, 특별한 조식 서비스나 해설이 함께하는 오름투어 등 차별화된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열한 곳의 게스트하우스가 길게는 5년, 짧게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더 깔끔하고 멋진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들 속에서도 지금까지 변치 않는 꾸준함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들 주인장들도 직접 집을 짓고 나니(건축 문외한이지만 나 홀로 공부해 집을 지은 이들이 많다), 혹은 리모델링을 하고 나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미비점들이 끊임없이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혹은 손님에겐 편하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그런 것들입니다.
제주도는 작지 않은 섬이기에 이 책에 소개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들도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3개월에서 1년여에 걸쳐 땅을 보러 다니고, 여러가지 조건을 검토한 후에야 살 곳을 결정했습니다. 동서남북의 날씨가 확연히 다를 때가 많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온도 1-3도 이상 차이가 납니다. 또 많은 이들의 로망인 바닷가 집은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적지 않지만 여행자를 맞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에게는 최적의 위치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제주로의 이주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하는 사람들, 그 시작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지역 선택부터 토지 혹은 집 구하기, 집 짓기 혹은 리모델링, 그리고 오픈 이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지면에 소개된 게스트하우스는 11곳이지만 도시에서의 집 한 채값 정도로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제가 검토한 도내 게스트하우스는 600여 개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 60여 곳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했고, 최종적으로 열한 곳을 선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저역시 2010년 제주로의 이주를 결심하면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진지하게 고민했었기에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의 고민에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더 아름답고 멋진 제주에서의 삶을 디자인하는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집필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내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들, 게스트하우스의 구석구석 디테일을 예쁘게 담아 준 지원국 사진작가, 그리고 이 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많은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편집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신축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건축비는 취재 당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 현재 건축비는 리모델링은 평당 350만원, 신축은 평당 550만원 정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