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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7. 2016

01. 올레길부터 돌아보라.

<워너비 하우스 인 제주>

                                                                                                                                  

01

농가 주택 리모델링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기본 정보

위치 / 제주시 구좌읍 상도북2길 17-12
연락처 / 010 -4110 -0943
건물 구성 / 안거리(4인 도미토리룸 3개, 화장실 2개,
샤워실 2개), 밖거리(4인 가족룸 1개, 커플룸 1개, 화장
실 및 샤워실 1개), 공용 카페(주방 겸용), 스태프 사무동
주차장 / 외부 5대


5년 전, 서울의 대기업 화장품 회사 마케터로서 갓 마흔에 접어들었던 ‘레프트핸더’ 주인장 류기현 씨. 그가 제주도민이 된 건 2011년 9월이다. 그보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여섯 살 딸아이와 함께 서귀포시에 터를 잡았다. 갑상선암 수술 직후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제주올레’를 찾았던 아내가 제주로 향하는 발길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제주에서 1년 정도 살아 보고 싶다고 해 연세로 얻은 집이었다. 사실 부부가 렌트카를 이용해 제주를 여행한 횟수만도 이미 10여 차례 이상에 달했는데, 아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주올레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올레길을 한번도 걸어본 적 없던 기현씨는 아내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아내가 제주로 내려가고 5개월 후인 2011년 6월, 짧은 휴가차 기현 씨도 제주로 향했다. 그때 아내는 ‘올레길부터 돌아보라’고 권했다. 잠자리도 올레길 주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 보라는 것. 1코스부터 시작해서 몇 개의 코스를 돌자 신기하게도 새로운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알던 제주가 다가 아니었구나.’ 

결국 그의 입에서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볼까?”라는 말이 나왔다. 한창 일 할 나이인 마흔에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지만 아내가 제주 지역 학교로 전근할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를 2개월 정도 남겨 두었을 때, 그는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해야겠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제주에 게스트하우스가 막 생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유럽 여행을 갔을 때도 자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봤기에 그리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9월 14일, 그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땅 구하기, 집짓기보다 먼저 제주를 알자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기현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토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몇 개월 뒤면 서귀포 집의 연세 계약이 끝나니 게스트하우스를 완공해 가족과 함께 지낼 요량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만류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 천천히 쉬면서 아직 못 간 올레길부터 돌아봐.”

그렇게 시작된 제주 여행이 그해 12월까지 이어졌다. 19코스까지 올레길을 모두 돌아본 후에는 올레길에서 만났던 오름에 매료돼 다른 오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녀 보니까 전망 좋은 오름들은 구좌읍에 많이 몰려 있더군요. 당시 올레길의 마지막 코스이던 19코스가 김녕에서 끝났는데, 오픈 예정인 20코스의 ‘해녀박물관’이 일종의 랜드마크가 될 거란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며 해녀박물관 주변을 돌아보니 은행, 마트 등 편의시설이 괜찮았고, 토지 구입과 관련해 그동안 0순위로 꼽았던 서귀포와 달리 가격도 저렴했다.

그렇게 해녀박물관 주변을 염두에 두었더니 관련 정보를 찾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마침 12월이라 제주 지역의 대규모 이사철인 신구간을 앞두고 주택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해녀박물관 주변을 꼼꼼히 돌아본 후 내린 결론은 땅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신축 건물보다는 농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게 마을 분위기에 더 어울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범위를 좁혀가며 매물을 찾아 나선 지 1개월여 만에 만난 농가 주택이 지금의 ‘레프트핸더’다. 첫눈에 마음에 들어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발품을 팔아 얻은 경험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공 요인이라고 기현 씨는 생각한다.

기현 씨가 구입한 농가 주택은 안거리, 우사, 밖거리가 ‘ㄷ’자형으로 배치된 제주 전통 가옥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살림집인 안거리와 밖거리는 약간만 손을 보고, 우사는 ‘게스트들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만들면 되겠다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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