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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9. 2017

07. 기획은 곧 생각정리다.

<생각정리 스킬>

내일까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라고?


아침 10시 30분 회의가 시작되었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회의시간이 지루하기만 하다.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 한편 두 사람은 의견이 맞지 않아 큰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급기야 회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묵언 수행을 하던 당신이 드디어 말을 할 차례가 되었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은 많지만 쓸 만한 게 없다. 모든 사람이 당신을 쳐다본다.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이 붉어진다. 무엇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진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이야기한다. 역시나 만족스럽지 않은 반응이다.
     
“내일까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세요.”

회의를 마친 당신은 내일까지 아이디어를 찾고 한 페이지 기획서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을 모르는 당신은 언제나 이 상황이 막막하다. 직장생활하고 있지만 사실 기획의 ‘기(企)’ 자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기획이란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기획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는 것이다. 개념을 모르면 개념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개념을 정확히 알면 방법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회사에서 기획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획을 통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企業)이라는 말 자체가 기획(企劃)을 업(業)으로 삼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수없이 많은 기획이 진행된다. 마케팅 기획, 홍보 기획, 교육 기획, 행사 기획, 프로젝트 기획 등 기획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렇다면 기획이란 무엇일까? 수강생들에게 “기획이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면 다양한 답변이 돌아온다. “큰 그림,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 문제 해결, 아이디어 …”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명쾌하지는 않다. 보통 개념을 잡을 때는 한자의 뜻을 풀이해 보는 것이 도움된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상형과 조합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한자에는 종종 감탄할 만한 세상의 이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획을 풀이해 보자.
     
기획(企劃)은 바랄 기(企)와 그을 획(劃)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바라는 것을 긋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단어가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바랄 기와 그을 획을 한 번 더 쪼개보자. 바랄 기(企)는 사람 인(人)과 그칠 지(止)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길을 걸어가다가 멈춰 선 이유는 무엇일까? 기(企)의 ‘바란다’는 뜻과 연관을 짓는다면 무엇인가 바라고 원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즉, 기(企)에는 ‘생각’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을 획(劃)을 살펴보자. 그을 획은 그림 화(畵)와 칼 도(刀)로 이루어져 있다. 왜 그림이 들어가 있을까? 우리는 생각을 흔히 그림이라고 비유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좀 그려봐’라는 뜻은 ‘생각을 해보자’는 의미이다. 그림은 곧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림(畵) 옆에 칼(刀)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고 할지라도 그 생각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 칼(刀)로 불필요한 부분을 다듬어야 한다. 기획자에게 있어서 칼은 무엇일까?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생각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그을 획은 ‘정리’라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기획(企劃)이란 바라고 원하는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다. ‘기획’은 곧 ‘생각정리’다.
     
“기획이란 바라고 원하는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다.”

 
  
기획과 계획

기획과 계획은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헷갈린다.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2가지 의미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공통점은 ‘기획’과 ‘계획’ 두 단어 속에 획(劃)이 있다는 것이다. 획(劃)에는 그림(畵)이 들어있다. 어떤 그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획’은 큰 그림이고 ‘계획’은 세부적인 그림이다. 기획은 전체(What)를 포괄하는 생각이고, 계획은 어떻게(How)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생각이다.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기획은 설계도이고 계획은 일정표다.
     
문서의 4대 천왕

직장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서는 크게 4가지가 있다. 『기획서 마스터』의 저자 윤영돈 코치는 이것을 ‘문서의 4대 천왕’이라 부른다. 기획서, 계획서, 보고서, 제안서는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개념을 확실히 잡지 않는다면 업무를 할 때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이다. 
     
‘기획서’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건축으로 비유하면 건축설계도와 같고, ‘계획서’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건축일정표와 같다. ‘제안서’는 무엇을 제안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문서이며 모델하우스처럼 설득하는 역할이 있으며, ‘보고서’는 현재 진척상황을 보여주는 현황판과 같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네 가지 형식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면 업무를 실수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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