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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3. 2017

10. 클레오파트라의 재테크 (마지막 회)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

클레오파트라가 살았던 시대는 왕조 시대였다. 왕의 생각이 곧 국가의 생각이고, 왕의 말이 곧 국가의 법이고, 왕의 삶이 곧 국가의 역사인 시대였다. 그러나 제아무리 대단한 왕이라 할지라도 자본이 없다면, 관리들과 백성들을 먹여 살리는 경제력이 없다면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아니, 왕좌에서 쫓겨났다. 이렇게 놓고 보면, 왕조 시대의 본질은 자본주의였다.

     
클레오파트라는 이 사실을 잘 알았다. 하여 그녀는 여왕 재위 기간 내내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애썼다. 클레오파트라가 애용했던 자본 축적 방법은 부동산이었다. 키프로스, 시리아, 아르메니아, 리비아, 키레나이카, 북시리아, 페니키아, 리비아, 실리시아……. 그녀가 이집트 경제를 안정시킨 뒤에 획득한 부동산들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 부동산들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거두었는데 이로 인해 그녀는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이집트도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재테크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를 밟았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자신의 경제적 지식과 주변 경제 전문가들의 지식을 활용, 이집트의 경제 구조를 파악한다. 둘째, 빚은 나날이 늘지만, 수입은 나날이 줄어드는 이집트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화폐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강제 공채를 발행하는 등 혁명적인 금융 조치를 단행한다. 셋째, 경제 구조의 혁명을 통해 급격히 안정된 이집트 경제를 부의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든다. 즉 부동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뒤 여기서 나오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통해 경제적 번영의 길로 나아간다.
     
클레오파트라의 재테크 방법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한국의 재벌들이 애용한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맥도날드와 삼성은 여러 혁명적인 조치를 단행, 경제 구조를 안정시킨 뒤 사업을 전 세계로 확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열심히 한 일이 자국 및 해외 주요 도시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맥도날드와 삼성의 진짜 사업은 부동산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재테크 방법을 오늘날 한국의 이십 대 여자에게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나는 다음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책, 강의, 스터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적 지식을 쌓고, 여러 명의 경제 멘토를 둔다. 둘째, 나의 경제적 지식과 멘토들의 조언을 통해 나와 우리 집의 경제 구조를 파악하고, 경제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한 혁명적인 조치들을 단행한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들이 다달이 빠져나가는 구조를 파괴하고, 빚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예금하기 시작하고, 취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고 등등. 셋째,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아파트, 상가 건물, 땅, 채권 등등. 
     
어떤 독자들은 아주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고대 이집트나 현대 한국이나 재테크의 끝은 결국 부동산이었다니 하면서 말이다. 우울하지만 사실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라. 부동산이다. 무슨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은 과거와 달라서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잘못하면 투자한 돈을 다 날리고, 하루아침에 거지가 될 수 있다. 나는 어느 시대나 본질은 자본주의이고, 자본주의의 핵심은 돈이 돈을 버는 것인데, 이 시스템의 정점에는 부동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 말을 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은 자본주의가 제도화되어 있다. 클레오파트라 시대처럼 자본주의가 왕정제도 뒤에 조용히 숨어 있지 않다. 자본이 모든 것이고, 자본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명문화되어 있는 시대, 그게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한국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은 제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뒤처지다가 결국 도태된다. 참으로 사악한 사회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의 거대한 수레바퀴는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구동성으로 조언하는 말이 있다. ‘땅이든 건물이든 금이든 은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고 믿어라. 그래야 실제로 갖게 된다’.”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고 싶은가. 시도해보지도 않고서 ‘나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쪽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나는 당신이 클레오파트라가 걸어간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온 힘을 다해 쌓은 경제적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서 자기 자신과 집은 물론이고 기득권 세력이 만든 잘못된 경제 구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경제적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다. 클레오파트라처럼 경제적으로 깨어난 이십 대가 많아질수록 이 나라의 장래가 밝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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