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단순해짐으로써 행복한 삶을 누리는 방법, <단순함의 즐거움> 첫 번째 연재입니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자신이 아닌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집착했습니다. 무엇을 가졌는가가 곧 자신을 말해준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과연 그럴까요?
온종일 떠들어대는 광고가 말하듯, 물건이 곧 당신 자신은 아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 잡지 한 면을 가득 채운 광고나 영리한 상업적 문구가 당신에게 무어라 이야기하든, 어떤 물리적 혹은 수학적 마력도 이 경계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광고가 내세운 주장의 희생양이 된다. 그 덕분에 우리에게 물건의 카테고리 하나가 더 생긴다. ‘대단한 물건’,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거나, 우리가 상상하는 자아를 충족하기 위해 사는 물건들이다. 몸무게 9kg을 줄이기 위해,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사들이는 상상 속의 나를 위한 물건이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특정한 이미지를 투영할 심산으로 산 물건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작은 차 한 대만 있다면 이동수단에 대한 욕구는 쉽게 충족된다. 그런데 왜 고급 차량을 구매하느라 두 배, 세 배의 비용을 지급하는 것일까? 자동차 회사가 광고회사에 엄청난 돈을 지급하고는 ‘자동차는 우리 자신, 우리의 성격, 우리의 사회적 위치가 투영된 것’이라고 확신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소비재와 동일시하고 싶은 충동은 집을 고르는 것부터 집안을 채우는 물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집의 평수가 지위의 상징이 되고 더 커진 집을 채우기 위해 자연스레 더 많은 소파와 의자, 테이블, 장식품이 필요해진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것처럼 행동하면 실제로 성공한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 더 좋은 물건을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진실은 이것이다. 물건이 많아지면 머리가 더 아프고 빚만 늘어나는 때도 있다. 어떤 물건이든 구매하면 누군가에는 분명히 이득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게 우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상품도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값비싼 화장품을 바른다고 슈퍼모델이 되지도 않으며, 고급 카메라가 있다고 유명 사진작가로 변신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더 예쁘게, 더 똑똑하게, 더 사랑받게, 더 유능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물건을 사고 간직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이 물건들이 처음에 한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으니 떠나보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진정한 자아와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잡동사니를 치우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말입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